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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숲 높이에 따라 날개가 변한 나비들

heojohn 2021. 12. 7. 22:52

숲의 높이와 특징에 따라 비행 방식에 대한 선택압 달라

2021.12.07 09:00 한소정 객원기자

캐노피 나비 Morpho_rhetenor ©위키커먼스

하늘을 날 수 있는 새와 박쥐, 곤충들은 다양한 비행 방법을 구사한다. ‘수렴 진화’의 형태로 종마다 다른 진화적 경로로 비행에 적응했기 때문에 이들의 형태학, 행동학적 특징이 조금씩 다른 것이다. 속도가 빠르다거나 경로를 변경하기 쉽다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종마다 마주한 선택압에 따라 다양한 적응 전략이 반영되어 있다.

종마다 다양한 비행 전략

곤충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철새처럼 철 따라 멀리 이동을 하는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의 날개는 오랜 시간 비행을 지속하는데 적합하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특징을 가진다. 그에 비해, 해 질 녘 먹이를 사냥하는 나방들의 경우는 빛이 적어 시각 자극을 처리하는 것이 느린 만큼 공중에 정지해 주변을 살피는데 유리하도록 발달된 비행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는 같은 아마존 숲에 사는 모르포 나비(Morpho butterfly) 종들 사이에서도 각각 적응한 숲의 높이에 따라 비행 전략이 다르게 진화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숲의 가장 지붕인 ‘캐노피’에 적응한 종들과 그 아래층에 적응한 종들은 날개의 형태나 날갯짓 등의 특징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특히, 캐노피에 적응한 종들은 높고 개방된 공간에서 비행하는 다른 종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행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선택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이야기한다.

같은 숲에서 따로 진화한 모르포 나비들

모르포 나비 속(genus)에 속하는 나비 종들은 남아메리카와 멕시코의 남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 제도 등을 일컫는 ‘신열대구’에 서식한다. 하늘로 공간이 열려 있는 듬성듬성 자리잡은 나무 천장 쪽에 서식하는 종들(이하 ‘캐노피 나비’)과 그 아래층으로 초목이 짙고 그늘진 층에 적응해 사는 종(이하 ‘아래층 나비’)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같은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같은 종류의 나비들이지만 이 두 부류는 대략 2천2백만 년 전에 분화(divergence)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 나비들이 적응한 숲의 높이에 따라 비행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이들의 날개나 날갯짓의 진화가 달랐을 것으로 가정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페루의 아마존 우림에서 12종의 모르포 나비 종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야생의 나비들과 곤충 사육장에서 키우는 나비들의 비행 행동을 각각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의 날개의 형태학적 특징과 날갯짓의 특징 등을 분석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특징들이 공기역학상 비행 효율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서식지의 특징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도 분석했다. 야생에서는 세 종의 캐노피 나비와 네 종의 아래층 나비들 80마리에 대해, 사육장에서는 세 종의 캐노피 나비와 여덟 종의 아래층 나비들 82마리에 대해 데이터를 모았다.

아래층 나비 Morpho_achilles ©위키커먼스

캐노피 나비들 날갯짓, 에너지 효율이 더 높아

먼저, 야생의 나비들을 사육장의 나비들과 비교한 결과, 캐노피 나비들의 경우 사육장 조건에서 야생에서 보다 높이 날아오르고 내리는 행동이 줄어드는 특징을 보였다고 밝혔다. 아래층 나비들의 경우 야생과 사육장 조건이 비행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야생에서 캐노피 나비들이 트인 하늘로 빠르게 날아오르거나 내리는 행동이 에너지 소모가 큰 활동이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연구진은 캐노피 나비들과 아래층 나비들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걸리는 시간이나 활주 각도 등이 크게 달랐다고도 밝혔다. 캐노피 나비들은 아래층 나비들에 비해 70%쯤 더 경사각이 더 급하게 이륙했다. 그에 비해 아래층 나비들은 날개를 더 빠르고 힘차게 펄럭이며 비행 속도가 빨랐다.

아래층 나비들의 날개는 상대적으로 더 작고 둥근 형태인 것으로 볼 때 이 형태학적 차이가 빠르고 힘찬 비행 형태에 더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캐노피 나비의 날개의 경우 세 종 모두 형태가 달랐다. 가상 날개를 제작해 비행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캐노피 나비들의 날갯짓이 아래층 나비들에 비해 이착륙 시 공기역학적 효율을 더 높이는 방식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같은 숲에 서식한 같은 속에 속하는 나비들에게 적응한 숲의 높이에 따라, 그로 인해 요구되는 비행의 특징에 따라 선택압이 달라지고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은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