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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아들 낳은 쉬바 여왕의 나라엔 ‘13월’이 있다

heojohn 2023. 12. 31. 16:45

[노석조의 외설(外說)]

에티오피아의 고대 달력 ‘바하르 하삽’
1~12월 30일씩 총 360일
남은 5.25일은 13월에 몰아넣어
내년을 준비하는 5~6일짜리의 특별한 달

입력 2023.12.30. 19:46업데이트 2023.12.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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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에티오피아 달력 '바하르 하삽'을 에티오피아 정교회 성직자가 들고 있다. /아디스아바바=노석조 기자

12월과 1월 사이에 ‘13월’이 있는 달력을 본 적이 있습니다. 11년 전인 2012년 말 인류의 젖줄인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 나일강의 발원지가 있는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에티오피아는 기원전 10세기 무렵 쉬바 여왕이 다스린 왕국의 명맥을 이은 나라로 알려져있습니다.

고대 여러 사료와 구전된 이야기 등에 따르면, 쉬바 여왕은 당시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일대, 가나안 지역에서 위대한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을 예루살렘까지 찾아가 만난 여왕입니다. 솔로몬 왕의 지혜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여행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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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바 여왕 상상화.
 

에티오피아 전설에 따르면, 쉬바 여왕은 예루살렘에서 머물며 솔로몬 왕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쉬바 여왕의 배를 통해 태어난 솔로몬 왕의 아들이 메넬리크 1세이고, 그가 에티오피아 왕조를 이어갑니다. 메넬리크 1세는 어린 시절은 그의 아버지 솔로몬 왕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에티오피아로 돌아올 때 성궤를 가져갔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런 전설은 에티오피아의 고서인 ‘케브라 네가스트’에 기록돼 있습니다. 즉, 에티오피아 왕조는 이스라엘 왕조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스라엘의 언어인 히브리어와 에티오피아의 언어 암하르어는 뿌리가 같은 셈어족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암하르어를 쓰는 민족과 나라는 에티오피아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에티오피아입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국가기록원을 찾아갔는데요, 여기에는 에티오피아의 고대 달력이 원본 그대로 보관돼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쉬바 여왕이 예루살렘을 찾아가 솔로몬 왕을 만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여기에서 ‘바하르 하삽’이라는 에티오피아 고유의 달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달력 겉모습뿐 아니라 1년 계산법도 특이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따르는 그레고리안력(曆)과 달랐습니다. 바하르 하삽 달력은 1년이 13개월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1년을 약 365.25일로 계산한 건 그레고리안력과 같았는데요. 대신 1월부터 12월까지는 한 달을 30일씩 채워놓고 남은 5일은 13월을 만들어 집어넣었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매년 약 0.25일씩 남는 시간은 따로 모아서 4년에 한 번씩 13월에 하루를 더 넣어 그달을 6일짜리로 만들었습니다. 13월은 5일 또는 윤년에는 6일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바하르 하삽을 연구·관리하는 국가기록원 직원은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직자였습니다. 깡마른 체구에 허름한 도포를 두른 그는 달력을 경전(經典) 다루듯 했습니다. 그는 “바하르 하삽은 에티오피아 고대 언어로 ‘바다를 계산하다’라는 뜻”이라면서 불쑥 “바다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라고 기자와 유네스코 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고대 달력 바하르 하삽의 모습. /노석조 기자
 

다들 “비가 오면 바닷물의 양이 왔다 갔다 할 텐데 어떻게 계산을 하느냐” “바다의 뭘 계산한다는 것이냐”면서 의아해했습니다. 잠시 뒤 그 성직자는 “바다는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면서 “바다는 그 누구도 계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달력을 바하르 하삽이라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간이 인간의 능력 밖에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달력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도구이면서 한편으론 그렇게 하지 못함을 적나라하게 깨닫게 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연말인 요즘 여기저기서 “벌써 1년이 다 지나갔어” “한 게 없는데 어쩌지”라는 소리가 들릴 때면 더 그런 듯합니다. 달력 칸마다 메모를 하고 계획을 짜 넣었는데도 뭔가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이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번 도는 데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걸린다는 걸 인류가 계산해놓고도 정작 오차 없는 달력 하나 만들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내는 걸 보면 ‘연말의 한숨’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인 듯합니다.

현재 우리의 달력은 윤년(閏年)이라는 일종의 편법을 쓰는데도 실제 천체의 주기와는 3300년마다 1일의 차이를 내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지금 바하르 하삽이 아닌 그레고리안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년을 13개월로 만들어 넣은 것이 비과학적이고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불편을 낳아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바하르 하삽의 의미를 새기며 ‘13월’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해(年)와 해 사이의 징검다리가 돼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듯합니다. 2024년 1월이 오기 전 하루 또는 반나절이라도 떼어내 자신만의 ‘13월’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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