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신학 연구/인류 생활사

아무도 몰라 소외됐던 '가야사'..묻힌 흙 걷었더니 '굉장했다'

heojohn 2021. 3. 21. 13:22

경남CBS 최호영 기자 입력 2021. 03. 21. 10:42 댓글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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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가야유적 67% 경남 소재..'비지정' 조사연구 74곳 학술조사
통영 고분군 '남해안 해양세력'·고성 토성 '소가야 축조' 첫 실체 규명
김해서 알려지지 않은 가야성곽 발견 등 괄목할만한 성과 나타나

통영 팔천곡 고분군은 통영시 유일의 가야시대 봉토고분군으로서 남해안의 가야 해양세력이 조성한 유적으로 밝혀졌다. 경남도청 제공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가야문화권 조사연구·정비'를 위해 2019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비지정 가야유적 조사연구 지원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경남도는 그동안 삼국 위주의 고대사 연구에서 소외되고 잊혔던 가야사를 연구 복원하고 체계적으로 보존 정비하는 사업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이 안 된 비지정 유적에 대한 조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1일 도에 따르면, 전국의 가야 유적 2495곳 가운데 67%인 1669곳이 경남에 있다. 명실상부한 가야사의 중심지이지만, 가야유적은 87곳(국가 32·경남도 54)에 불과하다. 비지정 유적은 95%인 1582곳에 달한다.

1600여 곳에 달하는 가야유적에 대한 존재만 알려졌을 뿐, 그동안 삼국사에 밀려 조사연구의 기회가 없어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개발과 도굴 등으로 사라지거나 훼손된 소중한 유적도 많았다.

진주 수정봉 고분군은 일제강점기 때 가야유적으로는 처음 발굴됐지만,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 탓에 고분을 재발굴해 원형 복원의 근거를 마련했다. 경남도청 제공

 

이에 도는 국정과제로 선정된 가야사 연구복원에 비지정 가야유적에 대한 학술조사 필요성을 인식하고 2019년부터 3년째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지정 가야유적에 대한 지표, 시굴, 정밀발굴 등 28건의 학술조사를 하고 있다. 고분은 물론 패총, 가마터, 야철지, 토성 등 가야사 연구 복원에 필요한 다양한 성격의 유적 74곳이 대상이다. 이 중 56곳은 처음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학계에서 조차 관심이 적었던 비지정 가야유적에 대한 학술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통영 팔천곡 고분군은 통영시 유일의 가야시대 봉토고분군으로, 남해안의 가야 해양세력이 조성한 유적으로 밝혀졌다.

진주 수정봉 고분군은 일제강점기 때 가야유적으로는 처음 발굴됐지만,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 탓에 고분을 재발굴해 원형 복원의 근거를 마련했다. 산청 중촌리 고분군은 소가야 중심고분군으로, 그 중 최대 규모 고분의 내부 발굴을 하면서 독특한 축조방식을 밝혀냈다.

고성 만림산 토성은 소가야 중심세력이 축조한 토성의 실체를 규명한 첫 사례다. 고도의 가야 토목기술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김해와 합천의 성곽유적 조사에서는 가야성곽의 분포와 범위를 파악했다. 특히 김해에서는 지금까지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가야성곽 5곳을 처음 발견하는 성과도 올렸다.

도와 시군은 유적의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한 문화재 지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거제 방하리 고분군은 2019년 연말 도기념물로 지정됐고, 고성 만림산 토성은 올해 3월 지정이 예고됐다. 통영 팔천곡 고분군, 합천 소오리 고분군, 함양 척지토성 등도 문화재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도는 지난해 '초광역협력 가야문화권 조성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비지정 가야유적 조사연구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가야사 연구복원을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본 계획에는 향후 10년간 비지정 가야유적 학술조사 77곳과 문화재 지정 28곳에 대한 계획이 포함됐다.

합천 소오리 고분군은 문화재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경남도청 제공

 

경남도 김수환 가야문화유산과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가야사가 삼국사에 가려 제대로 조사연구 되지 못했다"며 "가야유적 역시 국가문화재 몇 군데만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지정 가야유적 학술조사는 경남의 '새로운 가야 찾기'의 하나로 기록이 부족한 가야사의 면면을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기초 학술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올해에는 비지정 가야유적 10건에 대한 학술조사가 추진 중이다. 가야 해양세력으로 기록된 사천 사물국의 흔적을 찾는 지표조사와 철의 왕국 가야를 규명하기 위한 김해지역 제철 유적 발굴조사, 창녕 비지정 고분군 지표조사 등 경남의 가야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 다양한 학술조사들을 추진한다.

[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4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