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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박살 낼 '혁신'…"3일이면 '꿈의 항암제' 만든다"

heojohn 2024. 6. 4. 22:37

이영애 기자기자 구독

입력2024.06.04 18:34 수정2024.06.04 21:04 
 
 
세계 최대 암학회 'ASCO'

신기술 쏟아낸 '항암올림픽'

모더나, 2030년까지
mRNA 치료제 목표

부작용·재발 위험
기존 항암제 '절반'
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 참석자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 행사는 지난달 3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열렸다. 이영애 기자암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게 설계한 항암 치료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치료용 암백신 상용화가 머지않아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는 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에서 흑색종(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암백신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세계 1위 면역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와 암백신을 함께 투여했더니 키트루다 하나만 썼을 때보다 암 재발·사망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암 연구자들은 항암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호라고 평가했다.

 
모더나의 암백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이다. 환자마다 다른 유전자 변이에 맞게 제조할 수 있어 맞춤형 항암제로 불린다. 2030년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도 암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넨텍, 리제네론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도 암백신에 도전장을 냈다. 국내에서는 애스톤사이언스가 DNA 기반 암백신을 개발 중이다.

미셸 브라운 모더나 부사장은 “글로벌 임상을 확대하는 등 암백신 개발 속도를 높여가겠다”고 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 참석자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 행사는 지난달 3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열렸다. 이영애 기자
 

암세포 정밀타격 'CAR-T치료제'…약값 70% 낮출 공정기술 선보여
차세대 mRNA백신도 6주면 제조…"면역항암제와 쓰면 재발률 절반"

“단 6주 만에 맞춤형 암 백신을 만들어냅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만난 미셸 브라운 모더나 부사장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암 백신의 장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제조기간이 짧은 데다 개개인의 유전자 변이에 맞게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맞춤형 항암제다. 암 백신뿐만이 아니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향상된 제조기술, 피하주사(SC)제형 면역항암제 등의 연구 결과가 공개된 ASCO는 항암제 기술의 혁신과 진화를 확인한 현장이었다.

○환자 맞춤형 암 백신 시대 예고

같은 암종이라도 환자마다 암조직의 유전자 변이가 서로 다르다. 맞춤형 치료제가 필요한 이유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한 노하우를 암 백신 기술에 녹여냈다. 환자의 암세포를 채취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변이를 찾아 mRNA 백신으로 만들기까지 6주면 충분하다. 제조기간은 앞으로 공정 개발을 통해 더 줄일 예정이다. 모더나의 암 백신(mRNA-4157)은 34개 신생항원을 코드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 부사장은 “환자의 암세포 신생항원 종류에 따라 맞춤형 암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모더나가 이날 공개한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암 백신은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3·4기 피부암(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했더니 키트루다만 투여했을 때보다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49% 줄였다. 부작용에는 차이가 없었다. 안전성이 입증된 셈이다.

모더나는 지난해 7월 시작한 흑색종 대상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환자 등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비소세포폐암, 신세포암, 방광암 등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시행하고 있다.

○CAR-T 제조기간 14일→3일로 단축

CAR-T 치료제는 한 번 투여로 대량의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2017년 세계 첫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번 행사에서 새로운 CAR-T 치료제와 함께 제조기간을 대폭 단축한 신공정 기술을 공개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치료제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표적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뒤 배양을 거쳐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한다. 통상 이 과정은 2주 이상이 걸린다. 준 교수가 밝힌 신공정은 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부기술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준 교수가 소속된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세포면역치료센터(CCI)에서 자동화 등 공정 고도화를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시가 급한 암환자들에게 항암제 제조기간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준 교수는 “CAR-T 치료제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면 치료 비용을 70%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게임체인저’된 피하주사 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 SC제형의 연구 성과도 ‘ASCO 2024’에서 주목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은 면역항암제 리브리반트를 정맥주사(IV)제형에서 SC제형으로 바꿔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병용한 임상 결과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5시간 걸리는 정맥주사 투약 시간을 5분으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이 임상이 단순히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것 이상의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타그리소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등에 접목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카고=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