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결정하는 허블상수를 구하는 등 30년간 천문 우주연구에서 족적을 남긴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크리스마스인 25일 우주로 향한다. 1996년부터 제작에만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가 투입된 제임스웹은 약 138억년 전 빅뱅 직후 초기 우주를 관측하고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찾는 등 천문학과 우주연구에서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오는 25일 오전 9시 2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9시 20분) 프랑스령 기아나 유럽우주센터에서 아리안5호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상황과 날씨, 기술적 문제 등이 반복돼 당초 발사 목표일이었던 18일에서 여러 차례 연기됐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의 형태로 이어붙여 주경의 지름이 6.5m로 허블우주망원경(2.4m)의 두배를 훌쩍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이다. 육각형 거울은 얇은 금을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들었다. 우주 공간에서 영하 수백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태양열과 빛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방패막은 가로 21m 세로 14m에 달한다.
개발 초기만 해도 20억달러(약 2조3600억원)를 들여 2011년 제작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기술이 대거 적용되며 제작 비용은 5배나 껑충 뛰었고 제작 기간도 10년이 지연됐다.
고도 537~541km의 지구저궤도를 돌며 가시광선, 근적외선 스펙트럼을 관찰하는 허블우주망원경과는 달리 이보다 훨씬 먼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에 설치돼 적외선 대역 관측도 가능해 우주의 더 깊숙한 공간을 관측할 수 있다. 라그랑주 L2 지점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원심력이 같은 지점으로, 별도 추진 장치 없이 지속적으로 지구 궤도를 돌 수 있다.
이 차세대 우주망원경에는 분광계를 결합한 특수 카메라가 달려 있다. 이 카메라는 목성의 달에 있는 촛불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하다. 최대 1000광년(1광년은 약 9조5000억km) 거리에 있는 행성에서 산소 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성능으로 제2의 지구도 탐색한다. 지구상에 설치된 천문대나 허블우주망원경으로는 불가능했던 관측이다. 천문학계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인류를 더 깊은 우주로 안내했지만 좁은 시야로 우주의 1%밖에 관측하지 못했다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그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540km 떨어진 우주궤도를 돌고 있다. 그간 몇 차례 고장이 났지만 지구에서 가까워 수리가 가능했다. 반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그보다 훨씬 먼 위치에 있어 고장이 나도 수리가 어렵다. 발사에서부터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안착해 모든 장비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는 약 30일간 긴장을 놓기 어렵다.
18일 발사 후 약 30분이 지나면 로켓과 분리돼 태양전지를 전개하기 시작하고 발사 2시간 후 통신 안테나를 가동한다. 발사 12시간 30분 뒤에는 태양전지판을 이용한 동력으로 추력을 얻어 목표 지점까지 약 한달간 날아간다. 발사 11일째에 6.5m 크기의 주경을 서서히 펼치기 시작해 약 열흘간 18개의 거울을 세부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도의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만큼 이같은 과정에 오차가 없어야 목표 지점에 완벽하게 안착하게 되는 험난한 여정이다.
우주 과학자들은 향후 중간 크기의 블랙홀, 우주 팽창 속도 등 천문학과 우주연구에서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분야에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빅뱅 직후 우주 생성 초기 신호를 포착하고 외계행성을 찾는 임무도 맡았다.
양유진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우리 눈에 보이는 파장의 빛을 관측하는 허블망원경과는 달리 가시광보다 긴 파장을 갖는 적외선을 관측하기 때문에 성운과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 천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특히 우주 탄생 초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멀리 떨어진 은하는 적외선으로만 관측할 수 있어 우주 탄생 초기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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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기자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