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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고, 췌장은 요절한다

heojohn 2023. 11. 7. 22:15

남궁인의 몸을 읽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췌장은 후복막에 위치한 장기다. 인체의 중요한 장기일수록 몸 뒤쪽에 있거나 단단한 뼈로 보호받는다. 췌장은 위와 장간막으로 보호되는 후복막에 있어 중요한 일을 맡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해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 췌장 질량의 99%는 소화액 분비에 배정되어 있고 나머지 1%는 다른 일을 한다. 작은 질량이지만 나머지 99% 와 동등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바로 우리 몸의 혈당 조절이다.

췌장 내부에는 랑게르한스섬이라는 조직이 있다. 세포 구조가 섬과 비슷해 독일의 랑게르한스가 붙인 이름이다. 여기서 왜 섬처럼 생겼다는 사실이 발견자 이름을 붙일 정도로 특별한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발견 당시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의대생이었던 랑게르한스가 현미경으로 섬 구조를 발견한 것은 1869년으로, 인슐린 발견인 1910년보다 앞선다. 보통 세포는 벽의 형태로 이어진다. 피부, 소화관, 혈관, 근육 모두 벽을 쌓으면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소화액을 분비하기 위해 세포는 일렬로 늘어서서 한쪽 방향으로 분비해야 한다. 땀샘이나 눈물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췌장의 일부 세포는 섬처럼 고립된 덩어리 모양이었다.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한지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훗날 미세 혈관을 통해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임이 밝혀졌다.

췌장 질량의 1%인 랑게르한스섬은 한 사람당 백만 개쯤 존재하고 다섯 종류의 세포가 뭉쳐 있다. 그중 알파 세포는 20%를 차지하고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베타 세포는 70%를 차지하고 인슐린을 분비한다. 랑게르한스섬의 90%는 혈당을 조절하는 세포다. 글루카곤은 간에 쌓인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서 혈액으로 분비하도록 한다. 한 마디로 당을 높인다. 또한 글루카곤은 공복시에 당류-코르티코이드와 함께 지방을 분해하고 케톤체를 형성해서 세포 호흡의 에너지원을 만든다. 한 마디로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쓴다. 반대로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글루카곤과 반대로 혈중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서 간과 세포에 넣는다. 한 마디로 당을 낮춘다. 인슐린은 세포막의 수용체와 결합해서 근육, 지방 조직의 당 이용을 늘린다. 한 마디로 당을 에너지로 쓴다. 둘은 정반대의 일을 하면서 혈당을 정상 범주로 유지한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중 글루카곤은 지방을 분해하고 인슐린은 탄수화물(당)을 분해한다. 혈액 내 당분은 뇌와 적혈구의 에너지가 되므로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고혈당과 저혈당은 모두 좋지 않다.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저혈당이 더 나쁘다. 저혈당은 뇌에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며 심하면 의식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저혈당은 몸에서 위험 신호를 보낸다. 우리가 "당이 떨어진다"라고 표현할 때처럼 어지럽고 손발이 떨린다. 또 저혈당으로 의식이 저하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영구히 뇌손상이 남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은 종류가 많다. 글루카곤, 스테로이드, 카테콜라민, 성장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등은 전부 혈당을 올린다.

반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뿐이다. 치명적인 저혈당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혈액 내 당을 분해하는 중요한 역할이 온전히 인슐린에게 맡겨졌다. 우리의 혈당이 높은 이유는 단 하나, 인슐린 때문이다. 그런데 혈액 내의 당은 모두 흡수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용하지 않고 배설하기에 탄수화물은 너무 귀한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당을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으로 배설된다. 그래서 췌장 문제로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혈당이 높아지는 병에 걸리며, 그 병의 이름은 당뇨糖尿가 되었다. 당뇨는 고대 이집트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소변에서 단맛이 나는 병이라고 알려졌던 것이다. 사실 인슐린은 옛날에는 지금처럼 중요하게 언급되는 호르몬은 아니었다. 불과 백 년 전까지 인간의 평균 수명은 사십 세 정도였고 대체로 혈당 조절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날수록 인슐린의 약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인슐린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그냥 안 나오는 경우다. 정확히는 자가면역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가 작동하지 않는다. 선천적 질병이라 '소아 당뇨'나 '1형 당뇨'라고도 한다. 인슐린이 분리된 1920년까지 소아 당뇨는 죽음과 동의어였다. 대부분의 환자가 청소년기를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인류가 인슐린을 발견한 이후 소아 당뇨 환자의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었다. 현재도 인슐린은 내복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당뇨의 유일한 치료다. 그럼에도 1970년대에 비해 당뇨 환자는 10배가 증가했다. 일단 수명과 비례해서 혈당이 상승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는 인슐린 내성이 생기고 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진다. 인간의 몸이 아직 현대 식습관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해서 혈당이 상승한다는 가설 또한 있다. 이것을 '성인 당뇨'나 '2형 당뇨'라고 부른다. 인슐린이라는 유일한 혈당 조절 호르몬이 평균 수명을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혈액에 당분이 많이 섞이면 물에 설탕을 넣은 것처럼 점도가 높아진다. 그만큼 혈관 내 압력이 높아지고 막힐 확률이 증가한다. 특히 미세 혈관에 치명적이다. 인체의 눈과 신장에는 예민한 미세 혈관이 많이 분포한다. 그래서 당뇨는 가장 먼저 망막과 신장 질환을 유발한다. 또 말단일수록 혈관이 좁아지므로 말초신경병이 온다. 여기까지가 당뇨의 삼대 질환이다. 또 혈관과 관련된 심장, 뇌혈관 질환의 발병 확률도 높인다. 해결책은 단 하나, 당 조절이다. 초기에는 췌장 기능을 보조하는 약을 복용하고, 그럼에도 조절되지 않으면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일단 당을 순간적으로 높일 수 있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또 운동은 근육의 포도당 소모를 촉진해 혈당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기능을 개선한다.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대로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당뇨 예방법이자, 현대인이 수명이 길어진 대신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