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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엔트로피 낮은 상태로 유지하는 생명체… 우주의 섭리 反하는 존재인가

heojohn 2020. 10. 31. 22:33

 

슬기로운 문화생활

 

2020.10.08. 11:007,988 읽음 비밀글

③ 어디서부터 물질이고 어디서부터 생명일까? : 생화학으로 본 생명

생체내 단백질, 물리적 특성 바뀌며 특정 기능 수행하는 구조물 만들어
이런 기묘한 현상이 생명 창조의 핵심 메커니즘일지도 몰라
생명체는 외부 변화나 자극에 반응하고 호흡으로 에너지 생산해 자신 유지
동일 개체 재생산하는 생식 하지만… 생명 없어지는 순간 무정하게 분해

                                                              일러스트 = 이미영 작가

 

생명 창조는 이미 신의 전유물이 아니다. 벌써 10년 전 인류는 합성 생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2010년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은 ‘화학적 합성 유전체에 의해 제어되는 세균 세포의 창조’라는 제목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논문에 소개된 연구는 아주 단순한 세균의 유전체를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정보로부터 인공 합성해 다른 종의 세균에 이식시킨 뒤, 원래 그 세균이 가지고 있던 유전체는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생명체는 합성된 유전체 정보만으로도 자기 복제와 대사 작용이라는 생명 작용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합성 생물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후 생명 유지에 필요한 정보를 최소화시키거나 서로 다른 생명체의 염색체를 합성하거나 이어 붙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합성 생물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같은 응용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가장 큰 목표는 생명 창조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다. 즉 경쟁 기업의 제품을 뜯었다가 재조립함으로써 특허 기술을 알아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처럼, 물질을 가지고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 봄으로써 물질에서 생명으로의 급격한 변화, 즉 생명 창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해 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벤터는 자서전에서 “나는 진정한 인공 생명을 창조해 우리가 생명의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생각이다”라고 했다.

합성 생물학, 유전자 편집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현대의 생명 과학은 아직 다음 두 가지의 궁극적인 질문에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어떻게 물질에서 생명이 만들어졌을까?’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물질로 이루어진 생명체에서 의식이 만들어졌을까?’다. 이러한 질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질과 생명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도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면 생명과 물질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리 모두 생명체이지만 누가 ‘생명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오면 답하기 쉽지 않다. 과학적으로도 ‘생명’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설명하기 위해 ‘생명’ 대신 ‘생명 현상’을 나타내는 구조물인 ‘생명체’의 구성 물질과 특성을 이야기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같은 화학적 성질을 유지하면서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다양한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체도 화학적으로는 모두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체는 대표적으로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그리고 미량의 다양한 무기물 등의 원소들로 이루어진다. 이 원소 중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인, 황 등 큰 원소들은 지구가 속한 태양계 정도 나이의 별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원소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체는 별의 후예들이다.

다른 두 종류 이상의 화학 원소가 일정 비율로 결합해 만들어진, 물리적 방법으로 나눌 수 없고 고유한 물리적 성질을 갖는 물질을 화합물이라고 하고 그중 탄소를 기반으로 한 화합물을 유기 화합물이라고 한다. 생명체는 물과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그리고 핵산의 고분자 유기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생명체의 생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편적인 성분은 바로 물(H2O)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구의 생명체는 물에서 처음 생겼다고 예측된다. 생명체의 구성 성분으로 모든 생명 현상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단백질, 생명체의 내부와 외부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주는 지질, 생명체에서 유전 정보로 사용되는 핵산 그리고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탄수화물 등이 생명 현상을 위해 수행하는 기능에 맞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것도 모두 물을 용매로 했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물을 ‘생명의 용매’라고 한다.

생명체는 화학적으로는 단순 물체와 유사한 원소로 만들어졌지만 생명이 없는 물체와는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열거해 보자면 생명체는 외부 변화나 자극에 반응하고, 외부 환경에서 에너지원을 받아들여 호흡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자신을 유지한다. 생명체는 계속 성장·변화하며 죽음에 이르는 비가역성을 갖고 자신과 동일한 개체를 재생산하는 생식을 한다. 또 생명체는 자기 조직화 능력이 있으며 그 구성 성분들로부터 재생을 통해 자신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명체의 특징은 모두 예외가 있다. 단 한 문장으로 ‘살아 있는 것’을 모두 포함하고 ‘살아 있지 않은 것’을 모두 배제할 수 있는 생명체의 특징을 찾고자 한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요즘 전 세계인의 관심사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명체인가? 바이러스는 보통 때는 물질과 동일하게 아무런 생명체의 특징을 보여 주지 않지만 생명체에 침투하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자신을 복제하고 자기 조직화하는 생명체의 특징을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인간 및 온갖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즉 바이러스 그 자체는 생명체가 아니지만 생명체 안에서만 생명체의 특징을 갖는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 형태다.

생명체의 정의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우주의 무질서도(엔트로피·entropy)는 계속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해 외부 에너지로 무질서도가 더 낮은 상태의 개체를 자발적으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생명이 없어지는 순간, 생명체는 무질서도를 낮춰 주는 형태와 행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탄소·질소·산소·수소 같은 원소들로 무정하게 분해돼 생명 없는 우주로 회귀한다.

그렇다면 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우주의 섭리에 반하는 존재가 어떻게 지구에서 태어날 수 있었을까? 다윈부터 오파린과 홀데인까지 과학자들은 지구에 생명의 자연적 발생이 한 번 있었고, 이는 산소가 없던 원시 지구에 수프 상태로 다량 존재하던 유기물로부터 유래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 가설은 원시 대기와 유사한 조건에서 유기물이 저절로 합성될 수 있음을 보인 해럴드 유리와 스탠리 멀러의 실험(1953년)을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과학은 아직 이 유기물들이 모여 어떻게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 심지어 생명의 탄생이 지구에서 한 번만 있었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노벨상을 받은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은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서 먼 우리가 사는 비평형적 상태의 세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시적 요동이 증폭돼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는 주위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무질서도를 감소시키면서 무산 구조(dissipative structure)라는 자발적 구조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였고, 열역학적 무질서도에 역행하는 생명체의 출현도 이러한 방식으로 가능했을 것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생체 내 단백질 상 분리 현상’에 대한 연구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5년 이후 생명 과학계의 중요한 화두가 된 생체 내 단백질 상 분리는 생명체 내에서 물에 녹은 상태로 존재하는 많은 단백질(때로 핵산과 함께)의 물리적 특성이 변화하면서 서로 뭉쳐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드는 현상이다. 이런 기묘한 현상이 생명 창조의 핵심 메커니즘일지도 모른다.

앞에서 이야기한 합성 생물학도 바로 이 물질에서 생명체로의 극적인 전환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20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발전한 분자 생물학과 2003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이후 축적된 유전 정보에 대한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연이 만든 ‘생명의 책’에 적힌 유전 정보를 단순히 읽고 해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책’을 직접 쓰고 만들어 봄으로써 생명의 본질과 기원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이렇게 생명의 기원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 여러 답이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생명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 과정은 별 먼지에서 유래해 찰나의 생명으로 지구에 머물다가는 의식이 있는 특별한 존재인 인간이 자기 존재의 비밀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靈)적인 과정이 아닌가 싶다.

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 용어설명

합성 생물학 = 21세기 시작된 합성 생물학은 유전 정보인 DNA와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는 분자 생물학과 생명 현상을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통합 분석하려는 시스템 생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합성 생물학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구성 요소와 시스템을 설계·제작하거나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 시스템을 재설계·제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물질로부터 생명체가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생명 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인간이 원하는 목적을 수행하거나 물질을 만들어 내는 생물 시스템을 설계하고 세포를 공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 만드는 응용 과학이기도 하다. 합성 생물학은 현재 환경, 식량, 에너지, 의료 등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핵심 지식으로 여겨지면서 빠르게 발전하며 산업화되고 있다.

단백질의 상 분리 현상 = 세포 내에 녹아 있는 수많은 단백질이 어떻게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서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할 수 있을까? 이는 생명 현상이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지만 아직 과학이 답을 찾지 못한 문제다. 최근에는 단백질 상 분리(protein liquid-liquid phase separation) 현상이 중요한 기전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 상 분리는 물과 기름이 서로 분리되듯이 세포 내에 녹아 있던 단백질들이 외부 자극 등으로 물리적 특성이 바뀌면서 마치 상이 분리되는 것처럼 모여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를 만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과정에서 생긴 이상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프라이온병 같은 단백질이 엉겨서 생기는 많은 질환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 메커니즘은 아직 상세히 밝혀지지 않았고 본격적인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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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