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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 vs 창조론, 단순한 신앙 문제일까?

heojohn 2021. 3. 12. 22:14

[사이언스 지식IN]

2017.08.28 18:16

                              창조과학은 과학자들은 물론 신학자들에게도 비판받고 있다. - GIB 제공

 

새 정부의 과학기술계 인사가 계속 난항이다. 거론되는 후보자마다 자격 미달 사유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과학기술계의 우려 속에서 창조과학자와 책을 함께 쓴 기업가 출신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최근 박성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초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로 내정되면서 다시 ‘창조과학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지명됐다가 나흘 만에 자진 사퇴한지 보름 만이다.

 

‘또 창조과학이야?’

 

박 교수가 장관 후보로 지명됐을 때, 과학기술계에서는 곳곳에서 탄식이 세어나왔다. 해당 후보자는 다른 후보일 때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창조과학을 신념으로 삼은, 창조과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학기술계의 소리에 반응한 정부는 ‘종교는 공직자 임명 기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점점 논란이 거세지자 박 교수는 28일 자신은 ‘과학적 진화론’도 존중한다며 ‘창조신앙을 믿을뿐’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과연 이 문제가 단순한 종교의 문제일까. 대체 창조과학이 뭐길래, 과학기술계가 이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걸까.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에게 질문을 정리해 물었다. 답변을 Q&A로 형태로 정리했다.

 

Q1. 창조론? 창조신앙? 창조과학? 무엇이 다른가요?


A1. 창조론이란 신의 창조 능력을 믿는 신앙을 표현한 단어입니다. 창조신앙이란 오늘날 기독교에서 많이 사용하고, ‘신의 전지전능함으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주장을 믿는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창조론, 창조신앙과 창조과학은 다릅니다. 서로 다른 단어입니다. 신의 창조를 믿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지만 신앙인이 창조과학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2. 어쨌든 창조를 믿는 것은 창조나 창조과학이나 같은 것 아닌가요?


A2. 창조과학은 과거 ‘과학적 창조론(scientific creationism)’이라는 말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이 말은 1960년대에 ‘창조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모리스 박사가 만들었고, 사람들이 이 말을 줄여 ‘창조과학’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모리스 박사는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운동을 벌였고, 이 운동이 바로 창조과학 운동입니다. 한국에 그대로 수입됐습니다.


창조과학은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견해 또는 주장’입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창조와 창조과학을 같은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창조과학은 다양한 창조론 중 하나일 뿐입니다.

 

Q3. 창조론의 종류가 다양하다고요?


A3. 창조의 연대나 순서, 또는 그 방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창조론이 존재합니다. 신이 자연적 방법을 창조에 사용했다고 보는 ‘진화 창조론’이나 천지가 1만 년 전에 창조됐다고 믿는 ‘젊은 지구 창조론’도 있습니다. 이처럼 창조론 중에는 오랜지구론, 지적설계론과 같은 이름의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창조과학은 이중 하나일 뿐입니다.

 

Q4. 창조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과학’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주장의 근거가 실제 존재하나요?


A4. 창조과학은 단지 성경 본문에서 증거를 찾기보다, 창조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설명체계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우주의 기원, 지구의 형성, 생명체의 탄생, 종의 분화 등 현대과학의 주요 핵심을 설명할 만한 자신들의 이론은 전혀 없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니 아무래도 현대과학에 대립되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계와 관련된 정부의 중요한 의사결정권자가 ‘창조과학을 믿는 사람’이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Q5. 그렇다면 창조과학은 신앙과 과학 사이를 넘나들며 교묘하게 활동하나요?


A5. 그것을 대표하는 예가 바로 ‘홍수지질학’입니다. 홍수지질학은 1920년대 안식교인이었던 조지 맥그리드 프라이스가 만들어낸 이론입니다. 프라이스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 ‘노아’와, 그와 관련된 사건으로 잘 알려진 ‘노아의 홍수’를 인용해 홍수지질학을 정의했습니다. 그는 홍수 시기에 있었던 대격변을 통해, 지질학에서 연구하는 다양한 지층과 화석을 포함하는 지질 현상이 생겼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창조과학은 프라이스의 홍수지질학을 근거로 종교나 신앙의 영역이 아닌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와 현대과학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Q6. 그렇다면 창조과학을 바라보는 신학자들의 입장은 어떤지요?


A6. 신의 창조를 믿는 종교인은 세상과 자연에 드러난 모든 과정을 신의 작품으로 여기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헌데 신의 창조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태도는 당연히 신학자들에게도 비판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주장은 ‘신을 자연계 안의 기계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창조과학은 현대과학과 대립될 뿐만 아니라, 신학자들의 입장에서도 성경 저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신학적 오류인 셈입니다.

 

Q7. 끝으로 창조과학을 믿는 과학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직자로서 부족한 면모를 꼬집어 주신다면?


A7. 과학기술계에도 당연히 기독교인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일반 기독교인과 창조과학을 믿는 과학자는 완전히 다릅니다. 실제로 창조과학은 기독교인 과학자들에게도 비판받습니다. 왜냐하면 창조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과학적 근거’가 현대과학의 결과에 반하는 허망한 주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창조과학이 창조론을 음모론 수준으로 전락시킨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공직자는 현장에 있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자리다. 의견을 모아 자신이 그들을 대표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전달자다. 하지만 그런 전달자가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다른 신념으로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소통이 잘 될 리 없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공직자는 과학자들의 대표로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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