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창조론 연구 자료실/창조론 연구를 위한 과학 뉴스

"추위보다 현생인류와 경쟁이 더 버거웠다" 슈퍼컴 밝힌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heojohn 2020. 5. 27. 18:25

 

2020.05.26 04:49

 

 

핀란드의 고인류 예술가 톰 뷔요클룬트가 그린 9세 네안데르탈인 어린이의 복원도다. 네안데르탈인은 발굴과 연구가 진행될수록 현생인류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약 4만 년 전 지구상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이들이 사라진 원인을 현생인류와의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유럽과 시베리아 등에 널리 퍼져 살던 친척인류 네안데르탈인은 도구를 만들고 집단생활을 하며 장신구를 만드는 등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약 4만 년 전 지금의 스페인 지역을 마지막으로 홀연히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비록 일부는 현생인류와 가정을 이뤄 후손(현대인)의 게놈에 자취를 남겼지만, 대부분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그 이유를 놓고 현생인류와의 경쟁과 혹독하고 변덕스러운 기후 등 여러 가설이 대립했는데, 최근 국내 연구기관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연구 결과 현생인류와의 자원 경쟁에서 밀려난 게 가장 큰 멸종 이유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옛 기후 데이터를 이용해 과거 환경을 복원하고 그 안에서 현생인류 및 네안데르탈인이 확산하는 과정을 모사한 수학 공식 모형을 만든 뒤 이를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풀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질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생대 제4기 과학 리뷰’ 6월호에 발표됐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20만~30만 년 전부터 유럽과 시베리아 등에 퍼져 살던 친척 인류다. 빙하에 덮여 있던 북유럽 지역을 제외하고 널리 흩어져 살며 돌을 쪼아 떼어내 만드는 중기구석기 유적을 남겼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 5000~4만 년 전 사라졌는데 원인을 놓고 기후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가설과, 약 12만~8만 년 전 이후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진출한 현생인류와의 자원 경쟁 대결에서 패했기 때문이라는 가설, 현생인류와의 이종교배로 사실상 흡수됐다는 가설 등이 존재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프랑스 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여러 조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급격히 사라진 이유를 찾은 결과 젊은 여성 네안데르탈인의 출산률이 약간 낮아져 네안데르탈인 전체가 4000~1만 년 내에 소멸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팀머만 단장은 약 78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지구 자전축 변화에 따른 기후 영향, 빙하의 크기와 그에 따른 태양광 반사율(알베도) 변화, 해수면 변화, 식물 분포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과거 유럽 지역 기후를 정교하게 재현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팀머만 단장은 e메일 인터뷰에서 “자전축 변화는 2만~10만 년마다 지구 기후를 바꿨으며 인류의 아프리카 밖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며 “11만 년 전부터 2만 3000년 전 사이에 약 1470년 주기로 23회 온도가 급격히 올랐다 떨어졌다를 반복한 ‘단스가드 오슈거 이벤트(D-O 이벤트)‘ 역시 재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류가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공간에서 퍼져 나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인류확산모형(HDM)2’를 덧붙였다. 그 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지난 수만 년 동안 어떻게 퍼져나가고 사라져갔는지를 알레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여러 조건에서 확인했다. 팀머만 단장은 “기존에도 이 주제를 다룬 모델링 연구가 있었지만 복잡한 장기 기후변화 효과를 다루지 않았고 지질학적 특성이나 인류의 공간적 확산을 다루지 않아 지나치게 단순했다“며 “이들을 고려해 정량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 사실상 첫 모델링 연구“라고 밝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형으로 7만 3000년 전부터 3만 8000년 전까지의 네안데르탈인의 인구 밀도(붉은색 영역)와 현생인류의 인구밀도(초록색 영역)를 비교했다. 네안데르탈인이 급격히 사라진 시점은 4만 3000~3만 8000년 전 사이다. 이는 현생인류가 급격히 유럽에 퍼져나간 시점 직후다. 오렌지색 점은 네안데르탈인의 중기구석기 유적(무스테리앙, 샤텔페로니앙)이 발견된 곳이고 녹색은 현생인류의 후기구석기 유적(오그나시옹)이 발견된 곳이다. 신생대 제4기 과학 리뷰 논문 캡쳐

분석 결과 세 가지 가설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원을 둘러싼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경쟁력 차이로 나타났다. 팀머만 단장은 “HDM2는 구체적인 경쟁력 요인을 구분하지 않아 정확히 어떤 요인이 경쟁력 차이를 낳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사냥기술, 병에 대한 저항성, 출산 능력 등 여러 요인이 이런 경쟁력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기후의 경우, 중부유럽과 북유럽 등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는 과정을 500~1500년 이상 앞당기는 효과는 있었지만 '대세'를 바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팀머만 단장은 “네안데르탈인은 최장 40만 년 전부터 살아오면서 멸종 시기(4만 년 전)에 비해 더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힘든 기후에도 적응했다”며 “추운시간도 현생인류보다 잘 견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생인류와 섞여 사라졌다는 가설 역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머만 단장은 “그들이 현생인류 확산 시기에 사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번 시뮬레이션 연구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우리가 행한 최초의 주요 멸종 사건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확장해 식생과 기후변화를 이끈 더 상세한 요인, 문화 그리고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포함하는 새로운 모형을 연구중”이라며 특히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와 같이 현생인류가 10만 년 전 동물에게 옮은 바이러스는 높은 치명률로 네안데르탈인 인구수 감소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부터 기후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친 영향 연구중..."한반도 최초 인류 이동과 기후 연구할 것"

 

팀머만 단장은 원래 장기적인 기후 변화를 지구 자전축 변화 등 지구 전체의 물리적 환경 변화와 관련해 추적해 온 기후물리학자지만, 기후변화가 인류의 이동과 확산, 진화에 미치는 영향도 고인류학자들과 꾸준히 연구해 왔다.

 

팀머만 단장팀이 2019년 발표한 초기 현생인류 이주에 대한 연구 결과다. 20만~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는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해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2),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칼라하리 코이산)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해에는 호주의 유전학 연구자와 공동으로 20만 년 전 남아프리카의 초기 현생인류가 기후변화로 형성된 녹지를 따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과정을 고기후 연구와 미토콘드리아 유전형 연구로 밝혀 ‘네이처’에 발표했다(위 그림). 2016년에는 기후 모형과 인류확산모형을 이용해 현생인류가 약 12만 년 전 이후 기후변화에 따라 아프리카 외부로 확산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 네이처에 발표했다.

 

팀머만 단장은 기후물리학자로서 인류 진화와 이동 연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기후과학자가 수학자, 유전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와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분야라서”라고 답했다. 그는 “연구단 내에 인류 모델링 그룹을 늘리고 해외와 교류해 '우리가 왜 지금 우리의 모습인가'를 답하는 과학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며 “4만 2000년 전 한반도에 첫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하는 데 영향을 미친 기후 조건을 석순 동위원소 측정과 모델링으로 밝히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린 '사이언스 얼라이브 2019'에서 마크 재스트로 네이처 기자(왼쪽)와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이 한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팀머만 단장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에도 관심이 많은 학자다. 동아사이언스 DB

 

 

아래는 팀머만 단장과의 e메일 인터뷰 내용이다.

 

Q. 기후과학자이면서 네안데르탈인 멸종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우리가 지금의 모습인 이유를 알고 싶어 지난 5년간 컴퓨터 모델을 개발해 과거 기후가 식생과 인류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다른 친척인류와의 상호작용까지 살피게 됐다.”

 

Q. 과거에도 모델을 이용한 네안데르탈인 멸종 연구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젊은 여성 네안데르탈인의 출산률 저하가 네안데르탈인을 4000~1만 년 내에 멸종하게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이전 연구는 단순한 가정만 해서 대부분 지질학적 특징이나 공간적 이동을 다루지 않았다. 복잡한 지구 자전축 변화 및 수천 년 단위의 기후 변화를 무시했고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식생대 변화도 고려하지 않았다.”

 

Q. 기후는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는 데 결정적 이유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는데.
“기후 변화는 두 가지를 고려했다. 지구 자전축 변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대략 2만~10만 년마다 변한다. 아프리카 북동쪽에 녹지가 펼쳐지면서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확산한 게 이 영향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DO 이벤트로 급격한 온도 상승과 느린 하강을 반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빙상의 불안정성과 그로 인한 북대서양 해양 순환의 약화 때문에 일어난다. 이 시기에 유라시아의 온도는 10년 만에 6도까지 치솟고 이어 서서히 차가워졌다. 그 동안 이 현상이 네안데르탈인을 ‘죽인‘ 근본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내 연구에 따르면 최소한 지구 전체 차원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Q.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처럼 거친 기후 환경에 잘 적응했다는 뜻인가?
“네안데르탈인은 DO 이벤트를 40만 년 동안 겪어 왔다. 아마 잘 적응했을 것이다. 추운 시간도 호모 사피엔스보다 잘 견뎠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DO 이벤트 중 따뜻한 시기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에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운 날씨는 사피엔스보다 네안데르탈인이 잘 생활했을 것이다. 다만 호모 사피엔스는 DO의 따뜻한 시기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에 왔을 것이고 따라서 네안데르탈이 추위를 잘 견딘다는 사실이 그리 큰 장점은 아니었을 것이다.”

 

Q. 이달 12일 ‘네이처’에 유럽에 인류가 생각보다 이른 시기인 최장 4만 6000년 전에 도착했다는 연구가 실렸다. 연구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이 새 연구는 전적으로 내 모델링 연구와 부합한다. 이번 논문의 그림 2 e, f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6만 년 전에 소수지만 이미 유라시아에 점차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종교배는 5만 년 전부터 증가해 4만 2000년 전에 크게 치솟고 뒤이어 줄어들어 멸종에 이른다. 내 모델에 따르면 두 인류의 공존 기간은 늘어나며, 이는 언급한 연구와 일치한다.”

 

Q. 당신의 인류확산모델2는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보다 경쟁력이 강했던 여러 요인을 ‘우월성’이라는 하나의 요소에 집약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다 세부적인 요인을 알고 싶어한다. 후속 연구 계획이 있나?
“있다. 인수공통바이러스를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대표적인데, 동물에서 인간에게 10만 년 전에 옮겨왔다. 유럽으로 온 호모 사피엔스 그룹은 이 바이러스를 유라시아에 가져왔고 높은 성인 치명률로 네안데르탈인을 많이 죽였을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새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화 영향도 방정식에 포함될 수 있다.”

 

Q. 이 연구가 기후과학자들이 다른 분야와 협업할 기회라고 말했다. 논문을 혼자 썼는데 어렵지 않았나.
“나는 지난 3년간 네안데르탈인 멸종 관련 문헌을 다 읽으려 노력했다. 나는 이 주제에 너무나 빠져든 나머지 컴퓨터 코드를 짜고 시뮬레이션을 해서 논문까지 다 내가 썼다. 우리 분야에서는 통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내 커리어에서는 가장 즐거운 과학적 여정이었다. IBS 연구단의 인류 모델링 그룹은 늘어나고 있다. 3개월 뒤에 두 명의 포닥이 합류한다. 아마 새로운 과학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스위스 취리히대 크리스토퍼 졸리코퍼와 협력하고 있고 예나의 막스플랑크 고고학자와도 협력할 것이다.“

 

Q. 고생물학자 등 다른 분야와 협업할 계획은?
“내 미래 꿈 중 하나는 한반도 첫 호모 사피엔스 도착에 미친 기후 조건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충북 단양 구낭굴에서 4만 2000년 전에 첫 호모 사피엔스가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연구단에 새 연구실을 꾸려서 한국 기후를 동굴 석순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재구성할 것이다. 그 뒤 우리의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을 고기후 데이터와 함께 해석해 동아시아 인류 정착과 진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하는 게 목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