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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그린수소’ 인공광합성 시대 다가온다

heojohn 2020. 10. 4. 00:48

 

탄소14 생성은 ‘노벨상 수상보다 기쁜 소식’

마틴 케이먼

1940년 2월 27일 새벽,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방사선 연구소(현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화학자 마틴 케이먼은 지름 37인치(94㎝) 사이클로트론으로 밤새 입자 충돌실험을 하다 퇴근했다. 벌써 3일째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었다. 낮에는 사이클로트론 이용 예약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클로트론은 연구소의 어니스트 로렌스 소장(193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이 1934년 처음 만든 원형의 입자 가속장치인데, 전자나 양성자, 중성자, 중양성자(중수소의 원자핵) 같은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면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지니게 돼 입자가 표적에 충돌할 때 새로운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다. 케이먼은 중양성자를 흑연에 때려 탄소의 동위원소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탄소 원자의 99%는 원자핵이 양성자 6개와 중성자 6개로 이뤄진 탄소12이고 나머지 1%는 양성자 6개와 중성자 7개로 이뤄진 탄소13인데, 둘 다 무척 안정하다. 그런데 1937년 안개상자 실험에서 탄소14, 즉 양성자 6개와 중성자 8개로 이뤄진 동위원소 입자의 궤적이 발견됨에 따라 사이클로트론으로 이를 만드는 시도를 한 것이다. 흑연을 이루는 탄소 원자의 1%는 탄소13이다. 케이먼은 중양성자가 탄소13에 부딪칠 때 원자핵에 흡수되고 동시에 양성자 하나가 튀어 나가면서 탄소14가 만들어지는 사건이 드물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탄소14는 꽤 불안정할 것이기 때문에 곧 안정한 질소 14(양성자 7개와 중성자 7개)로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먼은 밤새 10의 20승에 이르는 중양성자의 세례를 받은 흑연 시료를 병에 담아 공동연구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화학자 사무엘 루벤에게 전달한 뒤 퇴근했다. 루벤은 일련의 화학처리로 흑연을 기체인 이산화탄소로 바꿔 방사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튿날 반복 실험으로 재확인했다. 즉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두 사람에게서 이 소식을 들은 로렌스는 노벨상 수상보다도 더 기뻐했다고 한다.

뜻밖에도 탄소14의 방사선 세기는 며칠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즉 반감기가 꽤 긴 비교적 안정한 방사성동위원소라는 말이다. 케이먼은 대략적인 계산으로 탄소14의 반감기가 4000년에 이른다고 추정했다(훗날 5700년으로 밝혀졌다). 탄소14의 반감기가 이렇게 길다는 것은 핵물리학, 핵화학의 관점에서 특이한 일이지만, 이를 이용하면 여러 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케이먼과 루벤은 탄소14로 광합성 과정을 규명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즉 탄소14로 만든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식물이 광합성을 하게 한 뒤 잎을 채취해 탄소14가 포함돼 방사선을 내는 분자를 분석하면 광합성의 경로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멜빈 캘빈

 

전쟁이 끝나자 로렌스 소장은 탄소14를 이용한 광합성 연구를 이어갈 후임자를 물색했고 1946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화학자 멜빈 캘빈 교수를 영입했다. 1911년생이었던 캘빈은 연구소에 생유기실험실을 차리고 생화학자인 앤드루 벤슨 박사, 대학원생 제임스 바샴과 함께 광합성 대사물을 규명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탄소14를 이용한 기발한 실험 설계와 이를 검증하는 실험을 반복해 1950년 무렵 이들은 마침내 식물이 물과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해서 유기물(포도당)을 만드는 광합성 경로를 대략적으로 밝혀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도식화한 그림은 오늘날 ‘캘빈회로(Calvin cycle)’로 불리고 있다. 캘빈은 이 업적으로 1961년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했다.

진정한 그린수소를 얻으려면

2020년은 인공적으로 탄소14를 만든 지 80년이 되는 해다. 20세기 후반 광합성의 복잡한 과정이 거의 규명되자 몇몇 과학자들이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분자 대부분은 식물체의 성장에 ‘벽돌’로 쓰이기 때문에 활용 효율이 낮다. 만일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만들어 물과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원하는 유기분자만 만들어 뽑아 쓸 수 있다면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닐까(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를 없애면서 유용한 물질을 얻으므로).

그런데 자연의 광합성이 워낙 복잡한 화학반응 네트워크인 데다 설사 이를 충실히 재현한다고 해도 도저히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인공광합성 연구의 대부분은 명반응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빛을 이용해 물을 분해함으로써 수소분자를 얻는 과정이다. 수소분자가 포도당 같은 유기물질은 아니지만, 친환경 연료로서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광합성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빛이 있어야 하는 ‘명반응’은 물분자를 수소이온과 전자로 쪼개는 과정인데, 이때 부산물로 산소분자가 나온다. 다음은 빛이 필요 없는 ‘암반응’이다. 명반응에서 만들어진 고에너지 전자로 이산화탄소를 환원시켜 유기분자를 만드는 과정, 즉 캘빈회로다.

수소분자가 공기 중의 산소분자와 반응(연소)하면 에너지가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와는 달리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물론 오염물질도 배출되지 않는다. 대신 물분자가 만들어지는 게 전부다(2H2 + O2 → 2H2O). 최근 대중매체에서 ‘수소차’나 ‘수소경제’ 같은 말을 들어봤을 텐데, 다들 수소분자 연료를 바탕으로 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수소에너지를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없다. 연소과정만 보면 당연히 친환경이지만, 문제는 연료인 수소를 인공광합성으로 생산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수소의 98%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으로 만드는데, 이 반응에 에너지가 들어갈 뿐 아니라 수소와 함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CH4 + 2H2O → 4H2 + CO2).

‘메탄 한 분자에서 수소 네 분자가 나오는데…’라는 의문을 갖는 독자도 있겠지만, 메탄 한 분자는 탄소-수소(C-H) 결합이 네 개인 반면 수소는 수소-수소(H-H) 결합이 하나다. 즉 메탄 한 분자가 연소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수소 네 분자가 연소할 때 나오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결국 언제냐의 차이일 뿐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건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따라서 인공광합성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지 않는 진정한 ‘그린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전기분해 대신 광촉매로 수소 생산?

농산물도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면 소비자가 싸게 살 수 있듯이 빛에너지도 태양광 발전이라는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물을 분해하는 데 쓸 수 있다면 좀 더 경쟁력 있는 ‘그린수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 많은 화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두 가지 방향이 있다. 먼저 광전기분해(photoelectrolysis)를 연구한다.

이 시스템은 빛에너지를 받아 물분자의 수산화이온(OH-)을 산화시켜 산소분자를 만드는 광양극(photoanode)과 여기서 전자를 받아 수소이온(H+)을 환원시켜 수소분자를 만드는 음극(cathode)으로 이뤄져 있다. 광양극이 태양광 패널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역시 전극 등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다른 하나인 광촉매(photocatalysis)는 자연의 광합성과 가까운 메커니즘으로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광합성 과정을 보자. 엽록소가 빛을 받아 전자를 뺏기면 여기에 연결돼 있는 산소발생복합체에서 물분자가 산화돼 산소분자와 수소이온으로 바뀌고 전자는 엽록소로 흘러간다. 그 뒤 여러 단계를 거쳐 전자는 NADP+와 H+를 NADPH로 환원시킨다. 따라서 NADPH 대신 수소(H2)를 만들게 시스템을 살짝 바꾸면 될 것 같다.

그러나 광합성의 물분해 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해 상용화 비용으로는 도저히 재현할 수 없다. 따라서 빛에너지로 물을 분해하는 새로운 광촉매를 만들어야 하는데, 빛에너지를 수소로 바꾸는 양자 효율이 10%는 넘어야 경쟁력이 있다. 양자 효율(quantum efficiency)이란 양자이론에 따라 빛을 입자, 즉 광자(photon)로 봤을 때의 에너지 변환 효율이다.

광촉매를 이루는 원소에 묶인 전자가 광자를 흡수해 에너지가 높아지면서 촉매 표면으로 이동하고 여기서 물분자의 수소이온(H+)을 만나 환원시키면서 수소분자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빛을 흡수해 자유로워진 전자가 모두 수소이온을 환원시키는 데 쓰였다면 양자 효율이 100%다. 사실 양자 효율 10%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직 꿈같은 얘기다. 참고로 광합성 과정에서 광자를 흡수한 엽록소의 전자가 NADP+와 H+를 NADPH로 환원시키는 양자 효율은 100%에 가깝다. 광합성이 자연의 경이인 이유다.

독일 막스플랑크육상미생물학연구소 생화학·합성대사과 토비아스 에브 교수팀은 2016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암반응인 캘빈회로의 효율을 훨씬 뛰어넘는 이산화탄소 고정 경로인 ‘CETCH 회로’를 개발해 소개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무려 9가지 생물 종에서 17가지 효소의 유전자를 가져와 이를 발현시켜 이산화탄소에서 글리옥실레이트(glyoxylate)라는, 탄소 원자 두 개짜리 유기분자를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건 광합성의 절반인 암반응을 대신하는 시스템으로 효율이 캘빈회로보다 37배나 높았다. 그러나 외부에서 명반응의 산물인 ATP와 NADPH 분자를 계속 공급해줘야 한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2016년 논문을 발표한 뒤 에브 교수팀은 CETCH 회로에 명반응을 더한 진정한 광합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4년 만인 2020년 《사이언스》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서 이들은 세포 크기의 ‘엽록체 모방체(chloroplast mimic)’를 만들어 빛이 있는 조건에서 스스로 ATP와 NADPH를 합성한 뒤(명반응) CETCH 회로로 글리콜레이트(glycolate, 글리옥실레이트를 환원해 얻음)를 생산하는(암반응)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인공엽록체 시스템에 빛을 비추자 틸라코이드에서 명반응이 일어나 ATP와 NADPH가 만들어졌고 동시에 CETCH 회로가 작동해 글리콜레이트를 생산했다.

연구자들은 미세유체공학 기술을 이용해 인공엽록체 시스템을 대량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과 효율성을 좀 더 높인다면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즉 인공광합성뿐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시스템이나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합성세포 시스템에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