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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으로 진화하고 있는 ‘플라스마’

heojohn 2020. 12. 12. 22:03

 

거대과학뿐 아니라 생활 문제 해결에도 기여

2020.12.11 07:28 김준래 객원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핵융합 실험 장치인 케이스타(KSTAR)가 1억℃ 상태의 플라스마(plasma)를 20초간 유지하며 기존의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KSTAR는 미래 청정에너지인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필수적인 초고온 플라스마를 300초 이상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건설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구시설이다.

핵융합 시설 내 진공용기에 나타난 플라스마 ⓒ UNIST

 

주목할 점은 플라스마의 활용도다. 물질의 제4상태로 불리는 플라스마는 그동안 핵융합이나 가속기 같은 거대과학(Mega Science)에서나 활용되는 물질로 여겨져 왔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플라스마가 생활 속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생활 속 문제 해결의 열쇠로 진화하고 있는 플라스마

플라스마가 생활 속 문제 해결의 열쇠로 인정받은 최근 사례로는 자동차 배기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플라스마로 95%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꼽을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현재 ‘오염물질 연소 플라스마 버너’를 개발 중에 있는데, 이 버너를 자동차 배기관에 장착하면 미세먼지 발생량을 95%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져 있다시피 자동차 엔진은 고속으로 일정 시간 이상 주행하는 등 연소 조건이 안정적일수록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줄어든다. 하지만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트럭이나 승용차 같은 자동차는 주로 저속으로 짧은 시간 운행하고 멈추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편이다.

플라스마 실증 실험에 참여한 국방부는 기계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군용 자동차들의 배기관에 플라스마 버너를 장착해 저속으로 짧은 시간 주행했다. 그 결과 플라스마 버너가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화염을 유지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생활 속 미세먼지의 상당수가 자동차 운행 시 발생되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자동차에 장착한다면 미세 먼지 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대폭 제거할 수 있는 플라스마 버너 원리 ⓒ 한국기계연구원

 

또한 플라스마는 홈케어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제거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마 입자가 대기 중이나 옷에 붙어있는 유해 물질을 분해하는 원리를 이용한 제품들이다.

플라스마에서 발생한 전자나 이온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표면에 붙으면 물리적 반응과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서로 밀어내는 현상이 발생되는데, 이때 밀어내는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세포막을 찢게 되어 결과적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사멸시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플라스마는 썩어서 버려질 수밖에 없는 감귤을 건조하고 탄화시켜 토양 비료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사례도 있다. 그동안 부패한 감귤의 처리 문제는 감귤 농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감귤 농장이 많은 제주도는 매년 수확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감귤이 상해서 폐기처분을 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제주도는 부패 감귤을 플라스마 건조 방식으로 처리하여 토양 비료로 자원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번개 원리를 이용한 플라스마 파밍이 차세대 농법으로 각광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이루는 물질은 기본적으로 고체, 액체, 기체 상태다. 낮은 온도에서는 물이 얼음이 되었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액체 상태의 물이 되고 더 높은 온도에서는 기체 상태의 물 분자로 존재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체 상태의 분자에 더 많은 에너지가 가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질은 기체 상태를 지나 그 속의 기체 분자들끼리 격렬하게 충돌하여 이온화가 일어나서 다수의 양이온과 전자가 발생하고 이것들이 움직여 떠돌아다니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플라스마’ 상태다.

기체 상태의 분자에 가해진 에너지가 분자와 분자 사이의 결합에너지보다 더 커지면 분자가 원자로 분리가 되고, 또한 원자가 외곽 전자를 구속시키는 에너지보다 더 큰 외부 에너지가 가해지면 원자의 최외각에 있는 전자가 원자로부터 분리된다. 이때 전자가 분리되고 남은 원자를 이온(ion)이라 하며, 이러한 과정을 이온화(ionization)라고 한다.

자연 상태에서 이온화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대표적 플라스마 현상으로는 ‘번개’를 들 수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 번개 현상을 농업에 활용한 ‘플라스마 파밍(Plasma Farming)’ 시스템이 차세대 농업 기법의 하나로 주목을 끌고 있다.

농업에서부터 식탁에까지 플라스마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 국가핵융합연구소

 

옛말에 ‘천둥번개가 많이 치는 해에는 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수많은 농사 경험을 통해 구전으로 전해지는 지식이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상당히 근거가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방전의 일종인 번개가 치면 주변 공기가 플라스마 상태로 전환되면서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₂), 그리고 질산염(NO₃) 등의 이온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주변 빗방울에 녹아들었다가 비가 되어 땅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빗물이 땅속에 들어가면 천연의 질소비료가 만들어진다.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방전 효과를 적용한 플라스마 농장은 병원체에 대한 저항성 호르몬이 늘어나 작물을 부패시키는 병원균의 발병률이 90%나 줄어든 효과를 거뒀다. 특히 플라스마 파밍 기술을 이용하게 되면 사람들이 꺼려 하는 유전자 조작기술을 적용하지 않으면서도 성장 형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농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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