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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동물은 죽어 돌이 된다

heojohn 2021. 7. 24. 07:01

[지구는 살아있다]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입력 2021. 07. 24. 06:00 댓글 2

 

우경식 교수가 미크로네시아 추크주의 산호초와 탄산염 퇴적물을 조사하고 있다. 우경식 제공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는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닷물, 늘씬한 야자수, 뜨거운 태양과 더불어 멋진 산호초가 유명합니다. 산호충의 분비물이나 유해인 탄산칼슘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초인 산호초는 다양한 어류의 서식지가 되고 있습니다.

산호는 촉수를 이용해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자포동물입니다. 열대나 아열대의 얕은 바다에는 수많은 산호충이 모여 산호가 자라는데, 오랜 시간 자란 산호를 비롯한 여러 생물의 유해가 쌓이면 섬을 둘러싼 둥그런 암초가 생깁니다. 이를 ‘산호초’라 부릅니다. 필자는 2009년에 산호초를 연구하러 태평양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기지가 있는 미크로네시아의 축 주와 타히티섬에서 산호초를 연구했습니다.

산호와 지질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려면 백사장의 흰 모래를 한 움큼 쥐어서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됩니다. 그러면 모래 조각 대부분이 바다 생물의 껍데기 조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산호는 물론 조개, 맨눈으로 보기 힘든 작은 플랑크톤인 유공충까지 수많은 생물의 껍데기가 잘게 부서져서 모래를 만든 겁니다.

이 모래의 주성분은 ‘탄산칼슘(CaCO₃)’입니다. 해양동물들이 물속의 탄산이온과 칼슘이온을 합쳐서 만든 결과입니다. 해양동물이 죽으면 살은 썩고 껍데기는 부서져 바닥에 쌓입니다. 이렇게 쌓인 퇴적물을 탄산염 퇴적물이라 하는데, 이 퇴적물이 많이 쌓여 강하게 압축되거나 비를 오래 맞으면 ‘석회암’이라는 돌이 됩니다. 석회암은 석유를 함유하거나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등 산업 전반에 이용됩니다. 무늬가 아름다워 건물의 벽에 쓰이기도 합니다. 백화점 같은 건물에서 조개껍데기 자국이 있는 벽면을 봤다면, 오래전에 만들어진 석회암 속 화석일 수도 있습니다.

○ 특이한 퇴적암인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을 만들다

수많은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중국 광서성 계림의 카르스트 지형. 석회암 암반이 녹으면서 특이한 모습의 봉우리가 남았다. 위키피디아 제공

 

암석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중 마그마가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화성암’, 이미 만들어진 암석이 땅속에서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새로이 만들어진 ‘변성암’은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한 가지가 석회암처럼 퇴적물이 쌓여 굳은 ‘퇴적암’입니다.

지표에 드러난 암석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모래나 흙은 물이나 바람을 타고 이동해 낮은 곳에 쌓입니다. 이를 ‘퇴적물’이라 합니다.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이면 압력에 의해 빈틈이 다른 광물로 채워지면서 퇴적암이 됩니다. 모래가 두껍게 쌓이면 퇴적암인 ‘사암’이 됩니다. 사암 이외에도 굵은 입자가 섞인 ‘역암’, 진흙이 굳어진 ‘이암’ 등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퇴적암이 생깁니다.

특히 석회암은 독특한 지형을 만듭니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산에 잘 녹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하수나 빗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가 약한 산성을 띱니다. 그래서 석회암은 다른 암석과는 달리 풍화를 받으면 흙이 되지 않고 대부분 빗물에 녹아 버립니다. 

필리핀 초콜릿 언덕의 모습. 언뜻 보면 경주의 대릉원 같아 보이지만, 석회암 봉우리들이 빗물에 녹아 더 낮아진 것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석회암 지대가 오랫동안 침식되면 석회암이 녹으면서 특유의 지형이 생깁니다. 이를 ‘카르스트 지형’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의 석회암이 녹으면 땅이 움푹 꺼지면서 ‘돌리네’라 불리는 지형이 생깁니다. 카르스트 지형에서는 냇물이 땅 위가 아니라 석회암이 녹아서 생긴 지하 하천을 통해 흐르기도 합니다.

한반도에는 강원과 충북, 경북에 카르스트 지형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훨씬 큰 규모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국 남서부의 광서성 지역에는 남한 면적보다 더 큰 석회암 지대가 있습니다. 뾰족한 탑처럼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필자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심사를 하러 갔을 때,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산봉우리들이 빗물에 서서히 녹으면 몽실몽실한 낮은 언덕으로 변합니다. 필리핀의 ‘초콜릿 언덕’이라는 지형이 유명합니다.

(왼쪽) 석회암 표면으로 빗물이 흐르면서 기다란 자국이 만들어졌다. (오른쪽) 유럽 슬로베니아의 석회동굴에서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석회동굴의 지하 하천을 통해 흐르는 물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필자소개 

우원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