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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년 기후 시뮬레이션으로 호모 사피엔스 기원 밝혔다

heojohn 2022. 4. 15. 02:13

2022.04.14 09:06

 

IBS 기후물리연구단, 30만~20만년 전 기후변화로 호모 사피엔스 출현

IBS 기후물리연구단의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과 화석 등 고고학 자료를 종합해 계산한 호모 사피엔스(왼쪽 보라색음영),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운데 빨간색음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오른쪽 파란색음영)의 선호 서식지이다. 음영 값이 옅을수록 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입된 날짜는(1ka는 1950년 기준으로 1000년 전) 연구에 사용된 가장 최근의 화석과 가장 오래된 화석의 나이를 나타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내 연구진이 과거 200만년의 기후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이를 화석 등 고고학 자료와 결합해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혔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가 약 30만~20만년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기원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이 독일,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현재부터 과거 200만년 전까지의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인류 진화와의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4일자에 게재됐다.

 

기후물리연구단은 과거 기후변화를 추적해 인류의 진화를 탐구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인간의 유전자 데이터와 과거 기후 데이터를 결합해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모계 혈통이 20만년 전 현재 남부 아프리카 국가인 보츠와나 내 습지에서 최초로 출현해 13만년 전 기후변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에 연구단은 그보다 더 과거인 200만년 전까지 거슬러 갔다. 과거 기후 자료와 화석 등 인류가 남긴 자료를 결합해 인류 기원의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러 나선 것이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12일 과기정통부에서 열린 연구결과 브리핑에서 “초기 인류가 선호했던 기후 조건은 무엇인지, 기후가 인류 종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 조상은 누구였는지 알아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우선 과거 200년간의 북반구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 등을 토대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이 중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는 태양에너지 양을 변화시켜 전 지구적 기후에 큰 영향을 끼친다. 팀머만 단장은 “지구 자전축은 기울기가 바뀔 뿐 아니라, 약 2만년 주기로 자전축이 회전하는 세차운동이 일어난다”며 “이를 통해 빙하기가 도래하기도 하고, 지구상의 가장 큰 열대 강우대를 이동시켜 습하고 건조한 기후가 번갈아 오게도 만든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 작업에는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가 활용됐다.

 

연구단은 이렇게 생성한 기후 자료를 과거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와 결합했다. 공동연구팀은 과거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200개 지점의 인류화석과 고고학 표본을 포함해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편집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초기 인류를 뜻하는 ‘호미닌’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하는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호미닌은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해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스테르와 호모 하빌리스 등이 포함된다.

 

그 결과 고대 인류는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을 선호했으며, 모두 기후변화에 따라 이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에렉투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광범위한 서식지를 가졌다. 팀머만 단장은 “그들이 다방면으로 적응 가능한 종이라는 이전 견해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00만~100만 년 전 초기 아프리카에 서식한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해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만 서식했다. 하지만 80만년 전 큰 기후변화가 닥치며 상황이 바뀌었다. 과거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체하는 주기가 약 4만1000년으로 짧았는데 약 100만~80만년 전후를 기점으로 10만년 주기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빙하기는 더 오래 지속됐고 기온은 더많이 떨어졌다. 당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해야 했고, 덕분에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 기후변화는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전의 화석연구를 통해 30만~20만 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종으로 종이 분화했다는 가설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30만~20만년 전 두 종의 서식지가 남아프리카에서 겹쳤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팀이 구축한 시공간 지도상에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약 68만년 전 큰 빙하기가 도래할 때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뉘었다. 이 중 유라시아로 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에서 약 40만 년 전 종 분화가 이뤄지며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출현했다. 

 

그리고 아프리카로 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약 30만~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종 분화하며 출현했다. 팀머만 단장은 “유라시아와 남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종 분화 모두 거대한 기후변화(빙하기)에 의해 유전적 병목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적 병목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집단 내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집단 전체의 유전자도 일부만 남아 다양성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만약 이후 사람들이 다시 증가해 유전적 다양성이 커지면 이전 집단과 비교해 유전적으로 상당히 다른, 즉 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호모 사피엔스는 출현 뒤 약 10만~5만5000년 전 아프리카 밖으로 나와 일부는 유럽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데니소반인과 교배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현대인의 유전자에서 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팀머만 단장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을 비롯해 호미닌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호미닌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현재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의 기후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라고 연구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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