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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몸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heojohn 2020. 4. 17. 22:58

 

치매, 조현병, 뇌전증 등 의료영상·생체신호로 예측
다양한 진단기술에 AI 접목, 진단 속도·정확도 높여
AI에 로보틱스 접목 '헬스케어로봇' 고령화·코로나19 시대 주목

 

이보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의사 출신 의공학자로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해 질병의 특성을 파악하고 조기진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의료영상이나 생체신호 분석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뇌파를 측정하는 장비를 사용해 실험하는 모습이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이보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의사 출신 의공학자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산병원 인턴 수련까지 마친 상태에서 새로운 분야를 찾아 의공학에 입문했다. 임상의학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평범하게 기초의학을 하자니 뻔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전공을 바꿀까도 생각하던 차에 낯선 의공학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의공학과는 전자공학 기반의 공학자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의학 전공자인 이 교수에게 공학 중심의 의공학은 완전히 낯선 세상이었다. 4년의 의공학과 연구원 생활 후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면서 낮에는 국립보건연구원으로 출근해 근무하고 밤에는 서울대병원 연구실로 출근해 의공학을 연구하는 생활을 3년간 더 했다.


2000년대 중반이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높아지면서 복잡한 알고리즘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기계학습이 발전해 여러 분야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많은 논문이 새로운 수식이 가득한 인공지능(AI) 연구 결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수학과 함께 AI를 공부했다. 의학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영상이나 신호를 분석해 진단하는 AI를 연구하게 돼 지금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2015년 신설된 GIST 의생명공학과에 대거 포진한 의사 출신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의생명공학과는 의대가 아님에도 신설 당시 9명의 전임교수 가운데 5명이 의사 출신 연구자여서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한 명이 더 늘어서, 10명의 전임교수 가운데 6명이 의사다. 노화부터 미생물학, 유전체학, 신경조절 등 다양한 의학 분야 연구를 공학 및 생명과학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다양한 생체신호, AI와 함께 분석해 질병 진단

 

이 교수는 생명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상의 ‘지표’인 생체신호를 읽고 분석해 질병의 조기 진단에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가 다루는 생체신호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신경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뇌전도)나 자기신호(뇌자도)는 물론이고, 심박 등의 생체신호, 자기공명영상(MRI)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이용한 인체 내부의 입체 구조 영상이 다 그의 연구 주제다.

 

그의 연구실에는 머리에 써서 뇌파를 읽는 비침습 측정 장치, 쥐 등 동물에 꽂는 전극 등 신경 신호를 읽고 해석하기 위한 장비가 즐비했다. 다양한 센서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창업하는 제자도 여럿 배출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이용해 손가락 끝 등 혈관 말단과 얼굴을 촬영해 영상정보로 심박수를 측정, 계산해 혈압을 측정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딥메디’가 그의 제자들이 창업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보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의사 출신 의공학자로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해 질병의 특성을 파악하고 조기진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의료영상이나 생체신호 분석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최근에는 생체신호 분석과 AI를 결합한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AI가 강점을 보이는 의료 영상을 이용한 진단 보조 기술이나, 생체신호를 AI로 해석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분야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기초연구도 활발하고,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 중에서는 뷰노와 루닛 등 기업이 폐 질환이나 유방암 등의 진단을 보조하는 AI 기술을 내놓고 있다. 루닛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코로나19에 따른 폐렴을 조기진단할 수 있도록 전용 AI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기업 하트플로우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으로 관상동맥성심장병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진단 분야는 치매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의 의료 영상 장비로 측정한 데이터를 AI를 이용해 해석하고 진단한다. 치매는 본격적인 치매가 되기 전에 경도인지장애(MCI)라는 단계를 거치는데, 이 단계에서 빨리 진단해 본격적인 치매로 진행되는 일을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치매를 치료할 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더구나 알츠하이머성 치매 외에 혈관성 치매 등 다양한 치매가 존재해 이를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 중요한데, 아직 이들을 빨리 진단하거나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보름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다양한 생체신호 연구 중 하나인 전극을 통한 신경 신호 측정 실험 모습이다. 동물을 이용해 진행한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의료 영상 분석 AI는 이런 일을 도와줄 최적의 기술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이 교수는 “딥러닝을 이용하려면 빅데이터가 필요한데, 의료영상은 생각보다 빅데이터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치매의 경우에도 의료진을 통해 구할 수 있는 데이터는 많아야 수백 명 분으로 AI가 학습을 할 만큼의 빅데이터가 되지 못한다. 이 교수는 데이터에서 특성을 추출하는 전처리 과정을 도입해 적은 수의 데이터로도 의료영상 딥러닝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뇌의 구조를 입체로 보는 MRI 외에 뇌 부위 사이의 연결상태를 알아보는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나 뇌척수액 측정자료, PET 등을 모두 활용해 진단 및 예측 성능을 높이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은 fMRI 등이 임상 현장에서 정식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AI로 뇌파를 분석해 뇌전증을 진단하는 기술, MRI 영상을 이용해 직장암을 자동으로 진단하는 기술, 휴지상태의 뇌를 fMRI로 촬영해 3차원 영상 AI로 분석해 조현병 여부를 구분하는 기술 등을 최근 연구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다.


최근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제자와 함께 척추 손상 환자 등을 위한 개인 맞춤형 재활 보조장비도 개발 중이다. 일종의 인공의수로, 팔 위쪽의 상완근이나 등으로부터 근전도 신호를 읽어 생각만으로 펜이나 컵을 잡을 수 있게 한다. 기존 인공의수는 매우 비싼데, 이 교수팀은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저렴하면서도 개인에게 꼭 맞는 인공의수를 공급하려 연구 중이다. 앞으로 딥러닝 기술을 도입해 보다 다양한 물건을 잡고 복잡한 동작을 취하게 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보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정서까지 보듬는 AI로봇


2월 24일 오후 광주 첨단지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캠퍼스내 다산빌딩 2층에 있는 한 실험실. 세 살배기 아기만한 로봇 한 대가 실험실 한 쪽에 엎드려 있던 연구원 앞에 멈춰섰다. 로봇 얼굴에 해당하는 검은 모니터에 표시된 눈이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봤다.


잠시 뒤 로봇과 원격으로 연결된 모니터에 빨간 글씨로 ‘낙상 충격 발생’이라는 경고 문구가 켜졌다. 사람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인식한 것이다. 로봇은 곧바로 경고를 병원에 전송했다. 인공지능(AI)이 설치된 이 로봇은 혼자 사는 노약자들 돌보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돌봄로봇이다.


최근 혼자 사는 노인 인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안 등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사고가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특히 평소 돌볼 사람이 없는 홀몸 노약자의 경우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난 낙상 사고는 생명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사고가 나지 않아도 혼자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거나 약을 복용하는 일 등 필수적인 생활도 힘겹다. 요즘처럼 감염병이 유행해 자가격리라도 하면 힘겨움은 더 커진다.

 

김문상 GIST 헬스케어로봇센터장 연구실에서 개발한 헬스케어 로봇이 가상의 낙상 환자를 발견했다. 홀로 사는 노인이나 어쩔 수 없이 혼자 가정에서 생활해야 하는 자가격리자 등을 돌볼 수 있는 로봇은 최근 그 중요성을 점점 더 인정 받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김문상 GIST 헬스케어로봇센터장(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할 AI 헬스케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에 부착한 센서와 로봇의 카메라 등을 이용해 신체 관절 정보와 음성, 피부색 등을 읽은 뒤 데이터를 스스로 분류하고 학습하는 AI기술인 딥러닝을 이용해 질병을 알아내거나 이상 행동을 인식한다. 약 먹을 시간에 환자를 찾아가 알리고, 환자가 실제로 약을 먹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확인도 할 수 있다.

 


사고가 난 사실을 빠르게 알리거나 시간 맞춰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은 이미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시계에도 들어있다. 그런데도 굳이 로봇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김 센터장은 “노약자들과 감성적인 측면에서 정서적 교류를 하고 물리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로봇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미 건조하고 기능 중심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표정을 짓는 로봇은 정서적 교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노약자에게 친구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히 약을 먹으라는 알림 메시지를 받을 때보다, 로봇이 바로 앞에 와 눈을 맞추며 약을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훨씬 친근하고 따르기 쉽다. 실제 이날 시연에선 사람이 고개를 젖혀 약을 먹고 물을 마실 때까지 마치 기대에 찬 듯 빤히 쳐다보는 로봇이 깊은 인상을 줬다.

 

김문상 GIST 헬스케어로봇센터장이 연구실에서 개발한 자폐스펙트럼증후군 어린이를 위한 놀이 치료 로봇과 함께 자세를 취했다. 인공지능(AI)기술과 로보틱스가 결합한 로봇은 최근 다양한 질병을 보다 환자 친화적으로 치료할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AI에 '행동' 입혀 현실 속 노약자 돕는다


거동을 돕거나 설거지, 안마 등 육체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로봇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지만 최근에는 산업용 로봇도 얼굴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AI연구소(CSAIL) 등 AI 분야 최전선의 연구소들은 AI와 로봇공학을 함께 연구하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자율주행차처럼 AI가 하드웨어와 만나야 비로소 신산업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로봇이 노약자만을 위해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간단한 문진이나 환자 안내, 심지어 진단용 검사까지 로봇이 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 등이 로봇을 도입했고, 중국 역시 병원에서 로봇이 검사 등을 대신하는 사례가 늘었다. 미국에서는 이번 사태로 원격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김문상 GIST 헬스케어로봇센터장 연구팀 연구자들이 자폐스펙트럼증후군 어린이를 위한 놀이 치료 로봇과 함께 자세를 취했다. 인공지능(AI)기술과 로보틱스가 결합한 로봇은 최근 다양한 질병을 보다 환자 친화적으로 치료할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자폐스펙트럼증후군(ASD)을 지닌 어린이에게 로봇을 통해 사회성을 훈련시키는 AI 로봇도 있다. 이재령 일본 주부대 로봇이공학과 교수는 2018년 자폐 어린이의 표정과 생체신호를 읽고 적절히 반응해 사회성을 개선하는 정서감응형 로봇을 개발해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ASD 어린이는 표정이 계속 변하는 복잡한 사람의 모습보다는 표현이 단순하고 반복 행동이 가능한 로봇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자폐 어린이의 생체신호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를 입력신호로 넣고 머신러닝을 통해서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 역시 사회성을 개선하는 ASD 로봇도 연구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ASD 어린이가 로봇, 정상 어린이 등과 어울려 사회성을 기르도록 고안한 게임 등 콘텐츠를 의사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GIST 헬스케어로봇센터 연구실에서 김문상 센터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자폐스펙트럼증후군 어린이를 위한 놀이 치료 로봇과 함께 자세를 취했다. 인공지능(AI)기술과 로보틱스가 결합한 로봇은 최근 다양한 질병을 보다 환자 친화적으로 치료할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2020.04.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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