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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의 미래, 공존·공생에서 답을 찾자

heojohn 2021. 1. 5. 10:41

입력 : 2021-01-01 00:00 수정 : 2021-01-04 23:44

40년간 한우를 키우며 경축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백석환씨(대전 유성구, 왼쪽)는 이 땅의 모든 농가가 공생하는 세상을 꿈꾼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들 백열창씨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로서 또 다른 농업·농촌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대전=이민희 기자

 

인간과 자연 공존 깨지면서 변화한 환경이 인류 삶 위협

유례없는 감염병까지 확산

농업계도 자성 목소리 경축순환농업 실천 백석환씨

“자연도 사람도 더불어 잘살아야”

농촌과 도시·생산자와 소비자 신축년 새해 상부상조 지혜로

다 함께 난국 극복해나가길…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실종.’

혹자는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평온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집어삼켰기 때문이겠지요. 그도 그럴 것이 치료제조차 없는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던 세상이 뚝 멈춰버렸습니다. 사람간, 나라간 교류의 단절은 사회적·경제적 혼란을 몰고 왔고, 그 속에서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증유의 위기에 빠져 허우적댈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궁지에 몰린 인류는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존과 공생이란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유수의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 사태를 두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깨지는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성장 중심의 경제 논리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자연 침범으로 병원체의 숙주인 동물종과 인간의 접점이 커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자연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도 큰 난제입니다. 지구가 더워지고 습해질수록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반도를 덮쳤던 유례없는 긴 장마와 태풍 등 이상기후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그린 뉴딜’ ‘그린딜’ 정책을 내놓으며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촉각을 세우는 것을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넘어 사람과 사람간 공생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도 내줬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나의 안위와 더불어 남을 위한 배려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그 배려를 일상화하면서 운명 공동체처럼 묶인 사람간의 관계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과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돌봄·공공의료 체계 강화 등 코로나19 위기 속에 추진되는 정책의 근간에도 공생이 있습니다.

이처럼 효율성과 성장만 좇던 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눈을 돌리는 지금, 농업계에도 공존·공생의 정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농업은 어떤 산업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해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관행농업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남용되는 화학비료·농약 등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제는 농업계 내에서도 기후변화에 적응하기보다 적극 대응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래된 관습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친환경적인 농업을 오롯이 실현하는 데는 지난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꿋꿋이 순환농업·저탄소농업 등을 실천하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목도합니다.

“혼자만 잘살아서 뭐한대. 다 같이 잘살아야죠.”

대전 유성구에서 한우를 키우며 경축순환농업을 하는 백석환씨(62)의 말입니다. 그는 농장 근방의 20여경종농가에 가축분뇨를 나눠주고 볏짚을 받아 옵니다. 그 볏짚과 비지·엿밥처럼 버려지는 농산 부산물 등을 섞어 완전배합사료(TMR)를 만듭니다. TMR에 암모니아 가스를 줄이는 미생물제를 넣는 등 축산냄새를 잡는 데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40년간 농사꾼으로 살아오며 익힌 노하우를 예비 청년농과 다른 농가에 대가 없이 전파하는 데도 여념이 없습니다. 이런 한사람 한사람의 노력이 여러 농가뿐 아니라 환경과의 공존·공생에 물꼬를 트는 것 아닐는지요.

농업계가 공존·공생을 실천하는 길은 비단 친환경농업에만 있지 않습니다. 농업활동을 통해 장애인·고령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돌봄·교육·고용의 손을 내미는 사회적 농업은 또 다른 선택지입니다.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 고령농과 청년농이 손을 맞잡는 것 역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공생의 방법입니다.

이제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가 밝았습니다. 예부터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것 없는 상서로운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그 기운 담뿍 받아 공존·공생, 상부상조의 지혜로 난국을 헤쳐나가는 한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대전=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