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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죄로 멸종 위기? 자연에 양보해 주세요!

heojohn 2021. 1. 1. 19:17

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20. 12. 11. 10:00

 

비너스의 신발,

복주머니난을 찾아서


비너스의 신발이라는 학명을 가진 복주머니난 / 출처 : 환경부

이것은 봉긋하게 솟은 연분홍 꽃잎이 마치 비너스의 발을 감싸는 신발처럼 생겼답니다. 보자마자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는 복주머니난의 학명이 탄생한 배경인데요. 전 세계에 약 58종이 분포해 있고, 우리나라엔 3종이 존재한다 이 야생화는 여러해살이풀로, 일 년 중 두 달가량인 5~6월에만 개화하기에 행운이 따라야 꽃을 직접 볼 수 있답니다.

문헌에 따르면 예로부터 한방에서 잎과 줄기를 말려 이뇨, 소종, 류머티즘, 타박상 등에 활용해왔고 꽃은 분말로 만들어 지혈에 썼을 만큼 우리 민족과 함께한 역사가 길다고요. 그런데 정작 오늘날 부르는 이름은 지난 1996년에 처음 지어졌다고 해요. 비록 1937년 기준으로 개불알꽃이라 지칭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비속어이기에 널리 사용하기엔 마땅치 않다고 판단한 까닭입니다.

복주머니난은 잘 갖춰진 자생 환경 속에선 군락을 이루며 성장한다 / 출처 : MOTOHIRO SUNOUCHI

원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궁중이나 대갓집보다는 민가 가까이에서 사랑받아온 복주머니난은 잘 갖춰진 자생 환경 속에선 수십 포기의 군락을 이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높은 산에 두루 자라며, 개체 또한 적지 않죠. 그러나 어느샌가 꽃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고가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무차별 채취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반면, 씨앗 자연 발아율이 0.1% 일 정도로 쉽지 않고, 어린 개체의 성장이 더디기에 수는 빠르게 줄었죠. 무엇보다 주위 미생물과의 공생으로 생명을 유지하는데 워낙 많이 캐어가다 보니 관계를 지속할 수 없어 서서히 멸종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결국 2012년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에 지정했다고 해요.

해발고도 500m 이상의 산지에서 자라는 복주머니난 / 출처 : MOTOHIRO SUNOUCHI

그렇다면 옮겨 심은 꽃은 무사할까요? 앞서 설명했다시피, 이 식물은 서식지가 중요해서 자리를 바꾸면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억지로 뽑아내서 도시로 이동한들, 오래 관상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죠. 해발고도 500m 이상의 공기 깨끗한 산지에 두어야 다음 해에 또 볼 수 있어요.

다행히 충북농업기술원이 2007년 복주머니난 배양기술 개발에 이어 2015년 배지 개발, 2017년 대량 번식 등을 연달아 성공해 일상에서 쉽게 보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제 굳이 불법으로 수집해 시들도록 둘 이유가 사라진 셈입니다.

복주머니난 30여 개체를 발견한 영양군의 서식지 / 출처 : 환경부

더불어 올해 6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경북 영양군에서 30여 개체가 자라는 신규 서식지를 발견해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죠. 지역과의 협력 사업으로 멸종위기종 발굴과 환경 조사, 주민참여 교육 등을 시행하다 보면 복원과 보전이 보다 손쉬워질 터입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복주머니난이 아직 우리 곁을 완전히 떠나지 않은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혼자 보고 만족하는 꽃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같이 구경하고 즐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모두 관심 갖고 지켜주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한국화재식물도삼 - 복주머니꽃

사이언스타임즈 - 불법채취에 신음하는 '복주머니난'

조선일보 -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ㅣ복주머니란] 美의 여신이 신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발 같은 꽃

KBS 뉴스 - 영양서 '복주머니란' 자생지 발견

환경부 - 멸종위기종 복주머니란, 경북 영양에서 신규 서식지 발견

YTN - 멸종위기 '복주머니난' 대량 번식으로 일상에서 본다

[출처] 아름다운 죄로 멸종 위기? 자연에 양보해 주세요!|작성자 한국환경산업기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