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신 대로 사는 생활 지식/모든 생물을 다스리는 지식

곤충은 물론 두더지까지 잡아먹는 육식식물, 사람도 먹을까?

heojohn 2021. 9. 26. 21:05

시리즈《숲은 고요하지 않다》

2021.04.22. 13:0182,941 읽음

이 포스트는
자연·생태 분야 전문가가 꼽은 최고의 책,
《숲은 고요하지 않다》속 내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

숲은 고요하지 않다

저자 마들렌 치게

출판 흐름출판

발매 2021.04.23.

 

영화 <흡혈 식물 대소동> 스틸 이미지

식물은 기본적으로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넉넉히 생산할 수 있으므로, 사실 사냥을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육식을 즐기고 심지어 생존을 위해 여분의 단백질이 꼭 필요한 몇몇 예외적인 식물도 있는데요. 그 주인공이 바로 '육식식물'입니다.

벌레를 잡아먹는 탐욕스러운 육식식물은 늪지, 모래밭, 돌밭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주로 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육식식물은 단세포 생물, 곤충, 심지어 작은 포유동물을 주로 사냥하는데요. 육식동물은 근력의 도움으로 먹잇감을 찾고 필요하다면 추적도 할 수 있겠지만,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식물이 어떻게 곤충을 잡아먹을 수 있는 걸까요?

배고픈데...
뭐 시켜 먹을까?

여러분, 먼저 한번 생각해보세요.
집에 먹을거리는 없고 나가기는 귀찮은데 배는 고플 때 어떻게 하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실 텐데요. 육식식물도 똑같습니다. 살아 있는 먹이에게 곧바로 '배달'을 주문하지요!

?!!!!

 

'악마호수'의 저승사자,
끈끈이주걱

이미지 출처 | Wikipedia

겨우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둥근 잎을 가진 끈끈이주걱(Drosera rotundifolia)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못 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전혀 위험할 것 같지 않은 순박한 이름에 절대 속으면 안 됩니다. 이 식물은 늪지에서 조용히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끈끈이주걱의 잎에는 수많은 분비샘이 있고, 여기에서 끈끈한 분비물이 나옵니다. 이 분비물에 햇살이 닿으면 마치 이슬방울처럼 빛나는데, 이 빛이 곤충들을 끌어들이지요. 곤충들은 끈적한 방울에 내려앉자마자 거기에 달라붙어 꼼짝하지 못합니다. 이 분비물은 순간접착제처럼 강력해서, 곤충의 다리가 단 한 개라도 끈끈한 표면에 닿는 순간, 때는 이미 늦었지요. 그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요리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 Britannica

그뒤에 벌어지는 일은 공포영화와 맞먹습니다. 끈끈이 주걱의 잎 하나가 천천히 먹잇감 주변으로 말려 올라오고, 희생자는 그 안에서 완전히 소화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니까요.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잎은 다시 조용히 펼쳐집니다.

 

남아메리카 열대우림 속
'죽음을 부르는 주전자'

이미지 출처 | Gardening Know How

남아메리카의 우거진 열대우림은 주전자풀 혹은 벌레잡이풀이라 불리는 육식식물의 고향입니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이 열대 식물은 주전자처럼 생겼습니다. 잎이 주전자 모양을 만들고, 이 주전자 안에는 일반적으로 소화액이 들어 있는데요. 살아 있는 먹잇감이 주전자에 빠져 익사하면 소화액이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 벌레잡이풀은 다양한 방식으로 먹잇감을 죽음의 함정으로 유인합니다. 그들은 우선 시각적 매력에서 뒤지지 않고, 주전자 입구의 테두리에서는 청각 정보가 전송됩니다. 곤충들은 이 소리를 듣고 주전자 입구 쪽으로 말 그대로 '날아듭니다'.

이미지 출처 | New Scientist

주전자 입구 테두리는 잎의 나머지 부분과 다른 파장의 빛을 반사하고, 그래서 시각적으로 명확히 눈에 띕니다. 주전자 입구의 이런 '빛 광고'에는 나름의 필살기가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꽃은 꽃꿀을 갖고 있지만, 주전자풀은 칵테일 잔 테두리에 하듯이 주전자 테두리에 달콤한 즙을 발라두었습니다. 어떤 주전자풀은 달콤한 즙과 심지어 주전자 속 소화액에도 곤충이 거부할 수 없는 향수를 뿌려두죠. 곤충들은 이 향에 이끌려 직접 주전자풀을 방문하여 먹잇감이 되고, 달콤한 즙은 주전자 풀을 위해 곤충 유인 이외에 또다른 임무를 수행합니다.

주전자 입구 테두리에 있는 세포들은 서로 겹쳐져 작은 계단을 형성합니다. 이 계단은 주전자 안쪽으로 안내합니다. 이 계단에 달콤한 즙을 골고루 바르면, 주전자 입구 테두리는 독특한 미끄럼틀이 됩니다. 이 계단이 빗물에 젖으면, 자동차 타이어와 빗길 사이에 생기는 수막현상과 거의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데요. 노면에 형성된 수막 때문에 타이어가 바닥에 붙지 못하고 미끄러지듯, 곤충의 다리도 이런 수막현상으로 벌레잡이풀에서 미끄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벌레잡이 풀이 달콤한 미끼로 먹잇감을 유인하여 미끄럼틀에 앉히면? 게임 끝!

책 <숲은 고요하지 않다>

주전자 내벽 역시 너무 미끄러워서 곤충의 다리로 붙잡을 수 없고, 게다가 주전자 뚜껑이 입구를 막아버려 먹잇감이 벽을 온힘을 다해 오르더라도 밖으로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두더지 잡아 먹는
보르네오섬의 '거대한 주전자풀'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주전자풀의 일종인 네펜데스 라자(Nepenthes Rajah)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만 사는, 육식식물 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표본입니다. 프랑크푸르트의 젠켄베르크 생물 다양성 및 기후 연구소가 413.5시간 분량의 동영상 자료를 제작할 만큼 흥미로운 풀인데요. 연구진은 보르네오섬 우림에 사는 '크게 자란' 주전자풀 42개를 촬영했고, 작은 포유동물이 정기적으로 이 식물을 방문하는 모습을 영상에서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합니다.

산지나무 두더지 혹은 곰쥐가 평균적으로 네 시간에 한 번꼴로 이 풀에 접근했다고 하는데, 두더지와 쥐는 주전자풀에서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요? 혹은 다르게 물으면, 이 풀의 무엇이 최대 20센티미터나 되는 포유동물을 매혹하는 걸까요?  어떤 주전자풀에는 실제로 죽은 산지나무두더지가 있었다고도 하는데요.
(tmi. 사람을 잡아먹은 식물에 대한 기록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도망가자!

연구진은 식물이 방출하는 냄새 물질을 실험실에서 자세히 조사했고, 주전자풀의 뚜껑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그들은 무려 44개 이상의 다양한 냄새 성분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이런 냄새 성분의 혼합물은 달콤한 열매와 향긋한 꽃 중간쯤 되고 작은 포유동물의 화학 수용체와 정확히 맞는 냄새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산지나무두더지와 곰쥐가 그들의 급한 용무를 주전자풀에서 자주 해결하는 것을 목격했고, 이들의 똥과 오줌은 다시 파리와 모기들을 끌어들였는데요. 그러니까 주전자풀은 주로 곤충을 잡아먹고, 소화하기 훨씬 더 어려운 산지나무두더지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만 먹는 것입니다.

함정이야!

 

빛과 소리를 이용해 먹잇감을 유인하고, 다양한 냄새를 통해 동물과 소통하는 식물들. 이 모든 과정은 생명체들 사이의 활발한 정보 전달을 통한 '바이오커뮤니케이션' 덕분에 가능합니다. 어디에 빛이 있고 물이 있고, 어디로 가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지, 어느 쪽에 먹이가 있고 어느 쪽에 천적이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동물과 식물, 심지어 단세포 생물까지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이죠.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합니다.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어떤 면에서 이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지요.

© Kathleen Friedrich

독일의 여성 행동생물학자 마들렌 치게는 단세포 생물, 균류, 식물, 동물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생물들이 나누는 대화법에 주목했고, '자연의 언어'를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여정이 끝난 후,
바이오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새로운 지식과 영감을 얼마나 많이
일상에 이용할지는 순전히 당신 자신에게 달렸다.

우리 인간 역시 생물에 속하고
그래서 지금 추측하는 것보다 확실히 더 많은 공통점을
독서 중에 발견할 것이다.

당신이 일상에서 정보 교환에 한계를 느낄 때,
어쩌면 이 책에서 얻은 자연의 소통에 관한 지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 영웅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즐거운 독서 여행이 되길 기원하고,
아주 자주 “아하!”라고 감탄하길 바란다.

-책 <숲은 고요하지 않다> 서문 중에서

들이 왜 춤을 추고
식물이 왜 화려하게 색을 뽐내며,
범고래들 사이에서 왜 침묵이 정말로 금인지,
돌고래들은 왜 서로의 이름을 지어 부르는지 등

책 <숲은 고요하지 않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이야기로
당신을 놀랍고 신비한 세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

 

비슷한 책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_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자연과 생태 분야에서
이 책을 최고의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문학적인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번역마저 아름답고 정확하다. 판타 레이!
_이정모(국립과천과학원장)
나무와 새, 곤충, 물고기들의 속삭임을
알아듣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들고 숲으로 가야 한다.
_나무의사 우종영(<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의 저자)

숲이 고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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