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신 대로 사는 생활 지식/땅을 정복하는 지식

나뭇잎의 성분이 바뀌면 숲은 망가진다

heojohn 2021. 7. 10. 23:44

시리즈『숲, 다시 보기를 권함』

더숲

2021.06.29. 17:152,248 읽음

· "숲의 위기는 인간이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라고 '페터 볼레벤'은 말합니다.
숲 해설가이자 나무 통역사인 그는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 숲을 바라보는데요.
《숲, 다시 보기를 권함》는 숲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통찰이 담긴 책입니다.
책의 일부 내용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내버려두라,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숲에게 맡겨라.” - 페터 볼레벤

죽은 나뭇잎에 남은 영양분만으로 충분하다

'동물플랑크톤'은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인 바닥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한다. 플랑크톤과 같은 동물은 산림 토양에도 존재한다. 진드기류, 톡토기, 쥐며느리, 다모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생태학적 중요도가 동물플랑크톤과 흡사해 토양플랑크톤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너도밤나무참나무 아래에서 먹이사슬의 밑바닥을 이루고 있다. 포유동물과 새, 곤충의 종을 다양하게 유지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출처: Pixabay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이 작은 생명체들이 선호해 온 음식은 딱 하나다. 바로 '죽은 나뭇잎'. 딱히 영양이 풍부해서는 아니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기 전, 잎에 있는 당과 무기질 등을 회수한다. 그러나 숲에 사는 가장 작은 동물들에게는 죽은 나뭇잎에 남은 영양분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제는 인간이 등장하면서 발생했다. 인간의 등장과 함께 인위적인 방법으로 숲을 조성한 '조림'이 이루어지면서 나뭇잎이 가지고 있는 탄진률이 바뀌었다.

탄진률이 바뀐 나뭇잎

어느 날 너도밤나무의 낙엽, 즉 썩은 나뭇잎의 '탄질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탄질률이란 유기물 중의 탄소와 질소의 질량비를 나타낸 것이다. 토양미생물들에게는 이 탄질률이 마치 우리가 식품을 고를 때, 지방과 당의 함량을 살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식품 정보다.

출처: Pixabay

진드기를 비롯한 유기미생물들은 탄질률이 20~30퍼센트인 나뭇잎이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탄소 함량은 25퍼센트인데, 이는 본래 너도밤나무숲의 나뭇잎이 가지고 있는 탄질률이다. 탄질률에서 25라는 숫자는 질소가 1퍼센트일 때, 탄소 함량비가 25퍼센트라는 것을 의미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탄소 함량이 낮아지고, 질소 함량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가령 나무를 베어 내도 탄소 함량은 변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너도밤나무들이 계속해서 나뭇잎을 만들어 내고,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져 땅에 사는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숲에서는 모두가 자신에게 유익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조림이 이루어진 숲의 너도밤나무 나뭇잎은 탄질률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수치가 30퍼센트까지 치솟은 것이다. 토양미생물들에게는 굶주림을 의미하는 수치다. 이러한 성분의 낙엽이라면 더 이상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낙엽의 성분이 바뀐 건 '햇빛' 때문이다

인위적인 숲을 구성하느라, 개체목 몇 그루만 베어냈을 뿐인데 낙엽의 성분은 왜 바뀌었을까? 햇빛 때문이다. 나무를 베어 낸 뒤, 남은 자리의 토양은 햇빛을 받아 금세 데워진다. 그 결과 토양미생물들의 활동성이 증가하고, 부식토는 더 빠른 속도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질소가 빠르게 방출되면서 나무가 저장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게 된다. 남은 질소는 결국 지하수로 스며들고, 결과적으로 지하수의 질을 떨어뜨린다.

출처: Pixabay

낙엽이 떨어지면 이 과정도 중단된다. 물을 저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식토는 품질이 좋지 않은 찌꺼기가 되어 녹아 버린다. 또 나무는 질소 부족 현상을 겪는다. 중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는 나무들은 굶주림을 호소하고, 결과적으로 나뭇잎은 영양 결핍에 시달린다. 질소가 부족해지면서 탄질률이 25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높아진 것이다. 토양미생물들은 이러한 낙엽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낙엽이 증가한다.
    
문제는 토양미생물들이 낙엽을 먹어 치우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질소가 순환을 회복하지 못하고, 낙엽에 그대로 남게 된다. 낙엽들의 탄질률은 더 나빠진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나무를 베거나, 숲의 개벌 활동을 삼가해야 한다. 숲의 개벌이 진행되면, 토양미생물들의 활동성이 증가하고, 부식토는 완전히 해체되는 등 손상만 입을 뿐이다. 본연의 회복력을 갖춘 숲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숲, 다시 보기를 권함

저자 페터 볼레벤

출판 더숲

발매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