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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닥으로 꼬였다! DNA 사중나선

heojohn 2020. 11. 1. 14:16

[프리미엄 리포트]

2020.10.09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DNA의 구조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가닥의 사슬이 쌍으로 구성돼 꼬여있는 일명 ‘이중나선’ 구조다. 그런데 최근 네 가닥의 사슬이 꼬여있는 ‘4중나선’처럼 다른 모습의 DNA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4중나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 몸은 왜 4중나선을 만들어낸 걸까.

 

B형? Z형? 다양한 DNA 구조

 

 

 

대중에게 흔히 알려진 이중나선 형태의 DNA는 195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하던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처음 제안했다. 이것을 B형 DNA(B-DNA)라고 부른다. B-DNA는 두 가닥의 사슬이 반시계방향(오른손 감기)으로 꼬인 나선형으로, 각 사슬에 존재하는 염기들이 수소결합으로 염기쌍을 만들어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아데닌(Adenine)과 티민(Thymine), 구아닌(Guanine)과 사이토신(Cytosine)이 각각 왓슨-크릭 염기쌍을 만든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 속에는 B-DNA 외에도 다양한 구조의 DNA가 존재한다. 1979년 알렉산더 리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X선 결정학을 이용해 고해상도의 DNA 나선 구조를 규명하며, 왓슨과 크릭이 제안한 B-DNA와 반대로 시계방향으로 꼬인 이중나선 구조를 밝혔다. doi: 10.1038/282680a0 리치 교수가 발견한 DNA는 골격 바깥쪽에 위치하는 인산기가 지그재그 형태로 연결돼 있어 Z형 DNA(Z-DNA)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데닌-티민’ ‘구아닌-사이토신’ 결합 공식을 따르지 않는 염기쌍 구조도 있다. 1959년 카르스트 후그스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DNA 염기인 아데닌, 티민의 유도체로 실험을 하던 중 특이하게도 왓슨-크릭 염기쌍보다 결합각이 작은 염기쌍 형태를 새롭게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것을 ‘후그스틴 염기쌍’이라 명명하며 DNA가 예상보다 다양한 구조를 이룰 수 있음을 예측했다. doi: 10.1107/S0365110X59002389


그리고 이런 예측은 점점 사실로 드러났다. 염기로 구아닌을 많이 가진 DNA의 경우, 4개의 구아닌이 후그스틴 염기쌍을 만들어 안정된 4중나선을 이룬다는 사실이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그 외에도 DNA를 탈수시켰을 때 나타나는 A형 DNA(A-DNA), 십자구조 DNA, 헤어핀구조(3중나선 구조) DNA 등 다양한 DNA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4중나선 구조, 실시간으로 확인해보니


4중나선 구조는 DNA 네 가닥으로 이뤄진 육면체 모양이다. 이런 구조는 DNA 염기 중 구아닌이 연이어 있을 때만 만들어진다. 각 DNA 가닥의 구아닌들이 결합해 사각 판 구조를 형성하고, 이러한 판이 연달아 쌓여 육면체 모양의 안정적인 매듭을 만든다.


4중나선 구조를 연구하려는 시도는 100년도 더 전인 1910년 시작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고농도의 구아닐산(구아닌에 인산기 하나가 붙은 화합물)으로 겔(gel)을 만들어 4중나선 구조를 연구했다. 그리고 50년 뒤 연구자들은 드디어 겔을 말린 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구아닐산 4개가 모여 사각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영국의 생물물리학자 아론 클럭은 실제로 우리 몸속에서도 DNA 4중나선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클럭은 4중나선 구조가 만들어지려면 구아닌끼리 후그스틴 염기쌍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더 있다는 데 주목했다. 바로 양이온이다. 구아닌들이 결합해 만든 사각 판들 사이에 양이온이 들어가 구조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우리 몸에는 소듐(Na+)과 포타슘(K+) 같은 1가 양이온이 풍부하다. 4중나선 구조가 실험실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도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연구자들은 4중나선 구조를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실시간으로 촬영해 4중나선 구조가 세포 내에 안정된 구조로 존재함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교수팀은 살아있는 세포에서 DNA가 4중나선 구조로 만들어지는 순간을 최초로 포착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화학’ 7월 20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57-020-0506-4

 

연구팀은 일반적인 형광물질보다 4중나선 구조에 더 잘 결합하는 형광 화합물 ‘SiR-PyPDS’를 이용해 4중나선 구조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형광 화합물의 결합력이 높으면 형광물질을 적게 쓰고도 시시각각 변하는 4중나선의 구조를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4중나선 표적 치료 가능할까


4중나선 구조는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발라수브라마니안 교수팀은 4중나선 구조가 사람의 염색체 여러 곳에 분포하며, 세포 주기에 따라 4중나선 구조가 형성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중나선 구조는 특히 DNA 복제가 활발히 일어나는 간기(S기)에 가장 많이 형성됐다. 이는 4중나선 구조가 복제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4중나선 구조는 전령RNA(mRNA)를 합성하는 전사 과정(DNA의 유전정보가 RNA로 옮겨지는 과정)을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구아닌 4개로 만들어진 4중나선 구조는 염기 2개로 한 쌍의 염기쌍을 이루는 이중나선 구조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다. 따라서 4중나선 구조가 많으면 전사 과정에서 DNA를 풀어 mRNA를 합성하는 전사복합체의 작용이 방해를 받아 mRNA가 적게 만들어진다.


그밖에 번역 등 다른 세포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령 mRNA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번역 과정이 일어날 때 4중나선 구조가 많으면 이것이 장애물처럼 작용해 단백질 합성이 중단될 수 있다. 반대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4중나선 구조를 이루는 구아닌이 제거되거나 다른 염기로 바뀌면 4중나선 구조가 사라지며 DNA의 전사나 mRNA 번역 과정이 촉진된다. 즉 mRNA와 단백질이 충분히 만들어진다.


우리 몸은 세포 내 단백질의 농도를 조절해 세포를 정상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항상성이라고 한다. 항상성에 문제가 생기면 세포가 사멸하거나 암세포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4중나선 구조는 그 자체가 특정 단백질의 농도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질병을 치료하는 표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4중나선 구조를 조절해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4중나선 구조는 사람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4중나선 구조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필자의 연구팀은 안진현 성균관대 의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5 유전체에 263개의 4중나선 구조 서열이 존재하고, 이들 중 일부가 바이러스의 전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doi: 10.1371/journal.ppat.1007334


연구결과, 감염과 연관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DNA 구역에 4중나선 구조가 존재하면 해당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됐다. 또 4중나선 구조를 안정화하는 화합물을 처리하면 감염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크게 감소하며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떨어졌다.


기존에는 유전자에 담긴 단백질의 정보나 이를 조절하는 후성유전 정보 정도만이 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4중나선 구조와 같은 DNA 자체의 모양도 세포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계의 새로운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DNA 연구를 통해 유전자와 세포의 조절 작용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필자소개

김경규.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0년부터 성균관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Z형 DNA 등 이형핵산에 대한 연구를 20여 년간 수행하고 있다. kyeongkyu@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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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10월호, 네가닥으로 꼬였다! DNA 4중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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