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신 대로 사는 생활 지식/창조주 하나님의 사회: 이런 일이?

농번기 일손 없어 하우스 ‘텅텅’…속 타는 농민들

heojohn 2021. 3. 15. 17:43

[단독]

입력 : 2021-03-15 00:00 수정 : 2021-03-15 08:12

최악 인력난 겪는 농촌

코로나19 여파…영농 비상

인력중개업체 이용도 부담 인건비 높고 숙련도 담보 못해

웃돈 제시하는 브로커들 활개 기존 근로자 떠날까 전전긍긍

“한창 모종 키울 시기인데 눈 씻고 찾아봐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지난해에도 간신히 버텼는데 너무 힘듭니다. 그런데 정부는 도와주진 못할망정 예고도 없이 외국인 근로자 주거기준을 강화해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강원 철원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안경록씨(60·근남면 마현1리)는 1만3223㎡(40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실제 시설하우스 내부 한편에는 모종 가식(임시심기)용 큐브들이 영농철이 무색할 정도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안씨는 “파프리카 농사를 지은 지 올해로 15년째인데 일손이 이렇게 달리긴 처음”이라며 “당장 이달말이면 아주심기(정식) 시기라 지금보다 몇배는 더 바빠질 텐테 큰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내국인 일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도 불투명해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안씨는 최소 5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재입국 특례(성실근로자) 혜택을 받은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2명과 함께 간신히 농사를 꾸려가고 있는 중이다. 안씨는 “지난해의 악몽이 재연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한명도 배정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안씨는 인력중개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인건비가 크게 오른 데다 일의 숙련도 또한 담보할 수 없어서다.

그나마 안씨는 자신의 사정은 나은 편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저는 최소 외국인 근로자가 있기라도 하니 상황이 나은 편이죠.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 못 구해 죽겠다는 농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안씨는 정부가 올초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개선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내년 3월1일까지 최장 1년의 유예기간을 두긴 했지만 농가들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를 빌미로 요구 조건을 붙이거나 농장을 떠날 수 있어 근심이 많다.

안씨는 “2년 전 2000만여원을 들여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리모델링했고 화재경보기도 설치했는데, 농지에 있다는 이유로 주거용으론 신고필증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내년에 숙소문제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어려워져 아예 사람을 못 구하게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육지책으로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한 농가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천에서 고추·토마토 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태국 출신 불법체류 외국인 부부 한쌍을 쓰고 있다”면서 “심각한 인력난 탓에 브로커들이 웃돈을 제시하면 야반도주할지 몰라 하루하루 가시방석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들이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니까 데리고 있다”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야 백날 신청해봤자 어차피 오지도 않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원도는 법무부로부터 지난해(2173명·43%)에 이어 올해도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1756명(37.9%)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 한명도 도내 땅을 밟지 못했다.


철원=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fact@nongmin.com기자의 다른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