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그러나 '아직'/시대의 징조

"빙하가 폭포로"..파타고니아 산꼭대기서 '와르르' 쏟아졌다

heojohn 2022. 9. 18. 00:09

 

황수미입력 2022.09.17. 15:22
 
최근 칠레 파타고니아 일대에서 빙하가 무너져 내렸다. [사진=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칠레 파타고니아 일대에서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폭염과 극한 강우 등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칠레 쿠에울라트 국립공원에서 산꼭대기의 빙하 일부가 녹으면서 벤티스쿠에로 콜간테 폭포로 쏟아졌다. 이는 당시 공원을 방문한 한 여행객이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높은 온도와 극한 강우로 인해 빙벽이 약해지면서 빙하가 무너져 내렸다는 설명이다. 라울 코르데로 산티아고대 기후학자에 따르면 빙하가 붕괴하기 전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례적인 폭염과 함께 이른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으로 거대한 구름이 형성돼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대기의 강은 대기에 형성된 길고 좁은 수증기 띠를 말한다. 대기에서 마치 강물이 흐르듯 이동하며, 산맥과 같은 장벽을 만날 경우 폭우나 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코르데로는 "빙하 덩어리가 분리되는 것은 정상적이지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서 히말라야와 알프스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와 비슷한 일이 지난 며칠간 파타고니아에서도 벌어졌다"며 "고온과 폭우로 인한 빙하 붕괴는 칠레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7월30일(현지 시각)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역 발레주의 론 빙하에 햇빛을 반사해 얼음의 소실을 막기 위한 흰색 천막이 덮어져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로 알프스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스위스 대학 연구팀이 스위스 빙하 사진을 비교 분석한 결과 1931년부터 2016년까지 85년간 이 빙하의 절반가량이 녹은 것으로 나타났다. 1935년 대부분 빙하로 덮였던 곳은 최근 얼음이 거의 사라져 맨땅이 드러났다.

특히 2016년 이후 최근까지 단 6년 만에 스위스 빙하의 12%가 추가로 사라졌다. 이에 연구팀은 기후 변화가 빙하의 해빙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한 2015년 파리협약을 준수한다고 해도 이번 세기말까지 현재 빙하의 60%가량이 더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산맥의 대표적 등반 코스들의 출입도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금지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알프스 최고 인기 봉우리인 마터호른과 몽블랑의 인기 탐방로 일부가 통제됐고, 또 다른 인기 봉우리인 융프라우로 가는 투어도 크게 줄었다. 피에르 마테이 스위스 산악가이드협회 회장은 "현재 알프스엔 마터호른과 몽블랑과 같은 상징적 봉우리를 포함해 약 12개의 봉우리에 대한 출입 금지 경고가 내려졌다"며 "보통 기온이 가장 높은 8월에 폐쇄되곤 했지만, 올해는 폭염이 일찍 발생해 6월 말부터 7월까지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