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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연구팀 세계 최초 발견한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 무엇인가

heojohn 2021. 1. 16. 12:20

[한 토막 과학상식]

2021.01.15 00:00

 

14일 네이처誌 표지논문 공개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내에서 빛이 증폭하며 더 큰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을 한국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빛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퍼져나가는 형태를 눈사태에 빗대 광사태 현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네이처 제공

 

한국과 미국, 폴란드 과학자들이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안에서 빛이 증폭하며 더 큰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빛 에너지 전환효율을 40배 이상 높여 바이오 의료, 자율주행차,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과 남상환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미국과 폴란드 연구팀과 '툴륨'이라는 원소를 특정한 원자격자 구조를 가진 나노입자로 합성하면 작은 에너지의 빛을 약한 세기로 쪼여도 빛이 물질 내부에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4일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나노물질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일부는 열에너지로 소모하고 나머지를 처음 흡수한 빛보다 작은 에너지로 방출한다. 이러한 하향변환 현상과 달리 일부 나노입자는 작은 에너지의 빛을 흡수해 더 큰 에너지의 빛을 방출하는 상향변환 현상을 보인다. 빛 알갱이들이 결합하면서 수는 적어지는 대신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 채 다시 방출되는 것이다.

 

상환변환 나노물질은 작은 에너지의 빛을 집중시켜 주는 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이오 의료기술, 자율주행차나 사물인터넷(IoT)용 센서 등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효율이다. 상향변환 나노물질은 들어간 빛의 양 대비 나온 빛의 양을 뜻하는 광변환 효율이 1% 이하로 매우 낮다.

 

이번에 연구팀은 툴륨 원자의 격자 구조를 만들어 빛이 그 속에서 연쇄증폭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광변환 효율을 한 번에 4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광학적 연쇄증폭을 일으키는 나노입자의 모습이 빛이 눈사태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 ‘광사태 나노입자’라고 이름붙였다.

 

서 책임연구원은 “상향변환 나노물질을 키가 1m 밖에 안되는 아이 100명이 성장을 키우는 마술상자로 비유할 수 있다”며 “기존 상향변환 나노입자는 2~3m 키가 큰 사람이 1명이 나오던 것이라면 지금은 40명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활용해 빛으로 보기 힘든 25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높은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빛을 이용해 관측할 때는 가시광선 파장대인 400~700nm보다 작은 물질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작은 빛을 쪼여줘도 강한 빛을 방출하도록 하면서 작은 물질을 보는 초고해상도 현미경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으로 신약개발이나 진단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이달 14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광사태 나노입자는 빛을 활용한다면 어디나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화학연 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전지 효율을 높이는 응용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광사태 나노입자가 전지가 흡수하지 못하는 근적외선을 흡수해 더 큰 에너지의 낮은 파장대로 방출시켜 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임신진단키트 형태의 바이러스 진단키트 등 형광물질을 쓰는 체외진단기기, 레이저 수술 장비, 항암 치료와 피부미용 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술 등에도 적용 가능성을 찾을 계획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는 빛을 활용하는 모든 산업과 기술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어 향후 미래 신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바이오 의료분야를 비롯해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위성 등 첨단 IoT 분야, 빛을 활용한 광유전학 연구나 광소재 등의 포토스위칭 기술 분야 등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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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한 기자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