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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연기 속에 세균·곰팡이 '득실'

heojohn 2020. 12. 28. 03:36

이정호 기자 입력 2020. 12. 27. 21:25 댓글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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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녹으며 '떠다니는 토양' 돼
미국 연구진 '사이언스'에 발표

[경향신문]

올여름부터 가을까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미국 산불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겼다. 피해 면적이 약 2만4000㎢, 남한 넓이의 4분의 1에 이른다.

산불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집을 불태운다.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쏟아내고 동식물의 터전을 앗아간다. 게다가 그을음을 품은 매캐한 연기는 호흡기와 심혈관계에 질환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달 중순 미국 아이다호대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산불이 만든 연기의 문제가 그을음에만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산불 연기에 토양 속 미생물이 딸려 올라가 대기 중으로 퍼지고 결국 인간을 공격할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은 분석의 근거를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에서 발생한 산불의 연기 자료를 통해 규명했다. 산불 연기 속에서 세균 900종과 곰팡이 100종 등 미생물이 대거 발견된 것이다.

토양에 있어야 할 미생물이 어떻게 연기 중에서 생존하는 걸까. 연구진은 나무가 타면서 나온 ‘탄소’가 연기에 잔뜩 녹아들면서 연기가 ‘떠다니는 임시 토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탄소는 유기물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다. 이 때문에 목숨을 보전하는 것을 넘어 연기 속에서 증식까지 한 미생물도 있었다.

연구진이 산불 연기 속에서 우선 조심하라고 지목한 미생물은 ‘콕시디오이데스 이미티스’라는 곰팡이다. 미국 서부와 남부, 중남미 일부 토양에 서식하는 콕시디오이데스 이미티스 포자를 흡입하면 ‘콕시디오이데스 진균증’에 걸릴 수 있다. 감염 1~3주 뒤 피로와 기침, 발열이 생길 수 있고 환자의 5~10%는 합병증이나 만성 폐질환으로 악화한다. 2018년 미국에서만 1만5000여명이 걸렸다.

진짜 문제는 ‘콕시디오이데스 이미티스’를 비롯한 토양 속 미생물이 산불 연기를 타고 수천㎞ 떨어진 곳으로 장거리 이동을 할 가능성이다. 사실 산불 연기가 멀리 이동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올해 9월 미국 산불 연기가 대서양을 건너 8000㎞를 흘러간 끝에 영국 하늘을 빨갛게 물들인 적이 있다.

연구진을 이끈 레다 코브지어 아이다호대 박사는 영국 BBC를 통해 “환자가 생기면 원인 물질을 해당 지역에서 찾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연기가 지역 간 경계선을 흐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의 세계적인 이동이 감염 흐름을 설명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산불 연기로 인해 전 지구 규모에서 질병이 확산하는 이른바 ‘스모크 팬데믹’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과학자들은 온난화로 인해 대규모 산불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산불에 의한 연기로 인해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았던 세계 단위의 감염 질환이 인류 앞에 다가서는 건 아닌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