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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 텔로미어, 암 치료제로 제2의 전성기 맞다

heojohn 2020. 10. 26. 23:30

2020.10.26 06:00

 

텔로미어 무한증식하는 암세포 특성 활용…텔로미어 길이 짧으면 코로나19 취약 연구도 나와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단에 존재한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수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체 시계'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당신의 미래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임상시험에 신청하세요.”

 

미국 캔자스주에 본사를 둔 바이오벤처 리벨라 진 테라퓨틱스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이런 문구와 함께 한 노년 남성의 사진이 걸려 있다. 리벨라는 지난해 10월 미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임상시험 등록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최소 20년은 생체 시계를 되돌려주겠다며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를 내고 임상시험에 참가하라'는 공고를 냈다.

 

리벨라는 임상시험에 ‘hTERT’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AAV-hTERT)를 사용하며,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기준 리벨라의 임상시험에는 두 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79세로 알려졌다.

 

● 노화 조절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은 전무

 

‘TERT’는 텔로머레이스 역전사효소의 약자이고 ‘h’는 '휴먼(human·인간)'의 앞글자에서 가져왔다. 텔로머레이스는 염색체 말단에 있는 특정 염기서열 구조인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효소다. 인간의 체세포는 분열을 거듭하면서 마디가 잘려나가고, 더는 분열할 수 없는 ‘헤이플릭 분열한계’에 도달해 텔로미어가 있는 끝부분까지 모두 잘려나가면 죽는다.


그런데 텔로머레이스는 자연적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체내에서 텔로머레이스가 움직이게 만들려면 hTERT 같은 유전자 치료제가 필요하다. 텔로머레이스가 발현되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고 따라서 세포 노화를 방지하므로 신체 노화도 막을 수 있다. 리벨라의 ‘20년 회춘’도 이런 근거를 댄다.

 

문제는 ‘텔로미어의 역설’이다. 암세포에서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고 무한증식한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암세포의 90%는 TERT가 과발현된 결과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노화를 막으려면 텔로미어가 길어야 하는데, 암세포를 없애려면 텔로미어가 짧아야 한다”며 “텔로미어를 잘못 조작하면 정상세포가 암세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텔로머레이스를 이용한 노화 방지용 유전자 치료제로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는 없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비바의 엘리자베스 패리시 대표가 2015년 콜롬비아에 가서 직접 자사의 노화 방지용 유전자 치료제를 투입했고, 이듬해 자신의 텔로미어가 길어졌다고 발표한 적은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않은 데다 시험 대상이 한 명뿐이었다는 점을 들어 공식적인 임상시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학술지에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다는 점도 학계로부터 정신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는 암 치료제 개발의 키를 쥐고 있다. 암세포에서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고 무한증식하는 특징이 있어 텔로미어 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항암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 텔로머라이신은 임상 2상, 이메텔스타트는 임상 3상 진입

 

대신 과학자들은 텔로머레이스를 항암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생명공학기업인 온코리스는 피부암인 흑색종을 치료하는 항암 유전자 치료제 ‘텔로머라이신’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텔로머레이스가 암세포에서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텔로머레이스가 있으면 스위치가 켜지는 단백질(프로모터)을 치료제에 달고, 이를 아데노바이러스에 담아 암세포로 운반해 암세포만 죽인다.

 

나스닥 상장사이자 2000년대 인간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로 유명한 미국의 제론은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이형성증후군 후보 치료제로 텔로머레이스 억제제인 ‘이메텔스타트’ 임상 3상을 올해 5월 시작했다.

 

윤 교수가 2014년 한양대 학내 벤처로 설립한 진메디신은 고형암 치료용(GM101), 췌장암 치료용(GM102), 전이성 폐암 및 간암 치료용(GM103) 등 텔로머레이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GM101은 대웅제약과 임상 1상을 마치고 현재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홍진우 진메디신 연구원은 “중국 우시에서 GM101과 GM103의 임상시험용 시료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텔로머레이스를 이용해 텔로미어를 정확히 조종할 수 있다면 암세포 사멸뿐만 아니라 노화 연구에서도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임상연구저널’ 8월 9일자에는 텔로미어 길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상관관계가 있다며 텔로미어 길이가 짧은 사람이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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