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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학대에서 촉발된 창조과학 논쟁 ‘일파만파’

heojohn 2024. 4. 19. 01:56
  • 기사입력 2024.04.18 15:40
  • 최종수정 2024.04.18 16:33
  • 기자명손동준
 
설충수 숭실대 교수가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박영식 교수 징계의결 철회 요구 공동기자회견'에서 숭실대 교수들의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국내 한 신학교가 창조에 관한 소속 교수의 입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학문의 자유’, ‘창조에 관한 신학적 해석’ 등에 대한 논란이 국내 신학자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18일 교계에 따르면 서울신학대(총장 황덕형 교수)는 2021년 ‘신학검증위원회’를 꾸리고 이 학교 소속인 박영식 교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위원회는 박 교수가 그의 책 ‘창조의 신학’과 강의, SNS 게시글 등에서 유신진화론만을 옹호하고 창조과학을 사이비 과학으로 깎아내린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박 교수의 저술과 발언 등이 소속 교단의 창조론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고 2년 반의 조사 끝에 중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신학대 신학부 교수들도 최근 학교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25명의 교수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신대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창조교리를 창조신학의 중심으로 삼는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특히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무로부터 창조하셨고 오늘도 자연적 및 초자연적 섭리와 개입을 통해 세계를 다스리고 계신다”며 “자연 발생적인 진화를 통해 인간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진화론과 진화론을 신학에 적용하며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요소를 포함한 유신 진화론은 그리스도의 구원에 관한 고백과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를 지원하고 나선 건 오히려 서울신학대 외부의 학자들이었다. ‘박영식 교수 징계의결 철회 요구 공동기자회견’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원두우신학관 예배실에서 진행됐다. 국내의 다수 조직신학자를 비롯해 숭실대 성공회대 연세대 소속 신학자들이 의기투합했다. 학자들은 잇따라 성명을 낭독하며 서울신학대가 박 교수를 ‘교단의 창조론을 위배한다’며 중징계에 부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징계 절차 철회를 요청했다.

교수들의 주된 우려는 학문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조직신학자 54명은 이날 “박 박사에 대한 징계는 교단의 신학을 빌미로 한 사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그치지 않는다”며 “본래 신학자의 과제는 특정한 역사적 상황과 지적·문화적 상황을 배경으로 형성된 과거의 신학 이론을 기계적으로 답습하는 데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과학자 9명, 교수와 전문인 25명, 신학자와 목회자 27명 등이 참여하는 ‘과학과 신학의 대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신학대가 ‘교단의 창조론’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독교의 창조론이 현대과학과 대화해야 한다는 박 교수의 주장을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기독교를 반지성적인 종교로 오인할 여지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신학대가 소속된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는 17일 자신의 SNS에 “교단의 창조론이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정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 교단 외부에서 온통 얘기들인데 교단이 떠밀려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창조과학회(회장 하주헌 교수)는 서울신학대에서 촉발한 논쟁이 창조과학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유신진화론을 강의한 교수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 한국창조과학회 및 본 학회 소속의 회원들을 비난하고 폄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창조는 초과학적인 사건”이라며 “우리는 하나님에 의한 창조를 기록한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진화론과 빅뱅우주론 및 이들 이론과 타협한 유신진화론을 부정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