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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후보입자 검출? 국제연구팀 발표에 물리학계 떠들썩

heojohn 2020. 6. 19. 23:18

2020.06.19 07:04

 

국제연구팀 '제논1T' 연구협력단이 암흑물질 후보인 가설 상의 입자 '액시온'의 존재를 시사할 가능성이 있는 충돌 신호를 검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직 통계적 신뢰성이 높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제논1T 연구협력단 제공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 실험물리학 연구팀이 우주의 4분의 1을 구성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동안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의 후보입자를 검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물리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제 실험물리학 연구팀 제논(XENON) 국제협력단은 이탈리아 그랑사소국립연구소에 건설한 실험장비 제논을 이용해 2016~2018년 수행된 암흑물질 검출 실험 ‘제논1T’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론상 예측되는 것보다 많은 수의 신호를 검출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같은 날 공개했다. 제논 국제협력단은 “삼중수소 등 우리가 이미 아는 물질에 의한 신호일 가능성도 있고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중성미자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한 것일 수도 있다”며 “반면 태양에서 온 ‘액시온’이라는 새로운 입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액시온은 아직까지 관측되지 않은 가설 상의 입자다.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또다른 가설 상의 입자인 ‘윔프(WIMP)’와 함께 대표적인 암흑물질 후보로 꼽힌다.


암흑물질은 별과 은하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친 것보다 5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물질이다. 빛이나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유령처럼 통과한다. 때문에 보이지도 않고 관측하기도 힘들지만, 끌어당기는 힘(중력)은 내기 때문에 별과 은하를 만들고 우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우주의 탄생 역사,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 우주모형에서는 이런 암흑물질이 전체 우주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의 후보로 여러 가설 상의 입자를 제시했다. 액시온과 윔프, 그리고 제4의 중성미자로 불리는 ‘비활성 중성미자’가 그 후보다. 액시온은 그중 하나로 무게가 100만 분의 1~1eV(전자볼트, 1eV는 전자 하나가 1V의 전위를 거슬러 오르는 에너지)에 불과한 매우 가벼운 입자로 추정된다. 원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가설 상의 입자였지만, 1979년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가 재해석해 이 입자가 우주 전체에 퍼져 강력한 중력을 발생시킬 경우 암흑물질로 기능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여러 실험 물리학 팀이 이 물질을 찾기 위해 실험을 계속해 왔다. 제논 연구협력단도 그 중 하나다. 그랑사소국립연구소 지하에 액체 제논을 넣은 소형 실험장비를 구축해 2006년부터 윔프를 관측해 왔고, 2014년에는 3500kg의 액체 제논을 설치한 실험장비 ‘제논1T’를 구축해 윔프와 함께 액시온을 관측해 왔다. 액시온은 이론상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지만, 아주 드물게 원자와 충돌할 수 있다. 제논1T는 이렇게 액시온이 액체 제논 원자 일부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빛과 전자를 검출해 역으로 액시온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연구팀의 발견을 요약한 논문 속 핵심 그래프다. 붉은 선은 이론상 예측되는 '잡음' 충돌 이벤트고, 점이 실제 관측된 충돌 이벤트다. 2~3keV 에너지 영역에서 붉은 선보다 유독 높게 측정된 점이 보인다. 연구팀은 이 추가 충돌 이벤트가 태양에서 발생한 액시온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논 연구협력단 제공

 

연구팀은 2016~2018년 이뤄진 실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이론상 제논 원자는 뮤온이나 중성미자 등 이미 존재가 알려진 다른 우주 입자와 충돌해 빛과 전자를 낼 수 있다. 이런 일종의 ‘잡음’은 계산을 통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 기간 동안 발생할 잡음 신호의 수는 232개로 예측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285개가 관측돼 53개의 추가 충돌이 발생했다. 추가 충돌 신호는 주로 7keV(킬로전자볼트) 이하의 에너지 영역에서 발견됐으며, 특히 2~3keV대에 집중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세 가지”라며 “삼중수소가 스스로 붕괴하며 발생시킨 전자를 검출한 경우, 매초 수조 개씩 우리 몸을 통과하지만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중성미자의 ‘자기 모멘트’라는 특성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경우, 그리고 태양에서 생성된 액시온을 검출한 경우”라고 밝혔다. 수keV의 질량은 액시온치고는 무거운 편이지만, 이론상 가능한 범위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태양에서 만들어진 액시온은 직접은 암흑물질 후보 입자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새로운 입자를 관측해 기초물리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힐 수 있고, 나아가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액시온이 암흑물질의 기원일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 설명 중 액시온이 원인일 가능성이 약간 더 높다. 액시온일 경우 통계적 신뢰성이 3.5시그마(99.95%)로, 3.2시그마로 측정된 중성미자나 삼중수소보다 약간 높았다. 3.5시그마일 경우 측정값이 통계적 오류일 가능성은 1만 분의 2에 불과하다. 다만 물리학에서 ‘관측’이라고 인정하는 수준인 5시그마(99.99994%)에는 미치지 못해 향후 추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논1T는 제논의 양을 3배 더 늘리는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이번 결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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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기자ashilla@donga.com和其光 同其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