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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손 증후군.. 내 손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heojohn 2022. 7. 20. 23:22

[뇌 생각엔]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7. 20. 17:41 수정 2022. 07. 20. 17:44 댓글 0
좌뇌·​우뇌 연결 '뇌량' 끊어져 발생.. 뇌졸중 환자에게 나타나

 

사진설명=외계인 손 증후군이 있으면 오른쪽 손이 하는 일을 왼쪽 손이 방해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단추를 채우는 모습)
 
 
우리 몸의 왼손과 오른손은 늘 긴밀한 협력관계다. 눈치 채지 못한 순간에도 두 손은 항상 서로를 돕는다. 오른손으로 단추를 채우면 자연스럽게 왼손이 단추가 들어갈 틈을 열어주고, 오른손으로 펜을 쥐면 왼손은 펜 뚜껑을 열어 펜 뒤에 꽂는 식이다. 그런 두 손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 움직임에는 이상이 없지만 일상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쪽 손이 하는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 모습이 이상해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이란 이름까지 붙었다.

◇좌뇌·우뇌 연결 끊어지며 발생… 전두엽 문제일 수도

외계인 손 증후군은 한쪽 손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 조절·통제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그 자체가 질환을 의미하진 않으며, 구체적인 유병률이나 환자 수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게 확인된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끊어지면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몸이 정상적으로 인지·행동하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가 원활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둘을 연결하는 다리(뇌량)가 사라지면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한쪽 손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게 된다. 주로 뇌출혈, 뇌경색 등 뇌졸중 환자에게 발생하는 문제로, 뇌전증 환자 또한 수술 과정에서 뇌량을 절제하면 좌뇌와 우뇌가 분할돼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전두엽 기능 이상으로 인해 외계인 손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오른손 방해하는 왼손, 공격적인 모습은 드물어

외계인 손 증후군은 한쪽 손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다른 운동장애와 차이를 보인다. 오른손으로 단추를 잠그면 왼손이 단추를 풀고, 오른손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면 왼손이 옷을 다시 옷장에 걸어놓는 식이다. 양손이 모두 필요한 행동을 할 때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발생하는 손은 우성반구(優性半球)에 따라 다르다. 좌뇌가 더 발달한 오른손잡이는 왼손이, 왼손잡이는 오른손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전두엽 이상에 의해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손의 움직임이 억제되지 않고, 영유아처럼 한 번 잡은 물건을 놓지 않으려 한다.

과거 일부 방송에서는 환자가 갑자기 한쪽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남을 공격하는 등 증상을 위협적으로 묘사하기도 했으나,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자극적·단편적 모습일 뿐 실제 확인되는 증상들은 대부분 한쪽 손이 반대쪽 손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정도다. 엄밀히 말해 ‘외계인 손 증후군’이란 이름 역시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Alien hand syndrome)’이라는 영문 명칭을 다소 자극적이고 과장스럽게 번역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는 “핵심은 우성반구와 병변에 따라 손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한쪽 손이 공격적인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뇌량 끊어지면 여러 문제 발생… 원인부터 찾아야

양쪽 뇌의 연결이 끊어졌을 때 발생하는 증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뇌량이 절제된 사람에게 한쪽 시야로만 그림을 보여주면 오른쪽 시야로 본 그림은 무슨 그림인지 설명할 수 있지만, 왼쪽 시야로 본 그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못한다. 우뇌를 통해 그림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도, 언어능력은 좌뇌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글을 보고 따라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읽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좌뇌와 우뇌가 각각 다른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기도 하다. 다만 우뇌 역시 일정 부분 언어능력을 갖고 있어, 뇌량이 끊어졌지만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뇌졸중으로 인해 한쪽 손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경우 급성기를 지나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좌뇌와 우뇌 연결이 끊어졌으나 다른 경로로 각 뇌에 정보가 전달되면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병변 특성에 따라서는 증상이 악화되거나 인지기능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병변과 주위 부종 크기 등을 고려해 뇌압을 조절하고 혈전용해제, 항혈소판제제, 항응고제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뇌출혈 환자는 고혈압성·비고혈압성에 따라 항고혈압 제제나 뇌동맥류·혈관기형 수술 등을 통해 치료한다. 김범준 교수는 “외계인 손 증후군은 뇌 병변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이라며 “퇴행성 질환일 경우 다른 증상들이 동반·악화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원인을 파악·치료하고 뇌 혈류 공급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