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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도, 달러도 없다".. '백신 빈국' 인도차이나의 한숨

heojohn 2021. 3. 19. 01:10

정재호 입력 2021. 03. 18. 19:30 댓글 34

 

"'그래도 이젠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 했는데 희망이 사라졌어요. 의사들을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고."

나론씨는 "중국이 약속한 추가 백신이 도착하는 시간보다 감염병 확산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며 "내일부터 장사를 접고 병원 앞에 하루 종일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18일 백신 공동 구매ㆍ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도차이나 5개국(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태국)의 백신 접종 건수는 34만6,374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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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인도차이나, 접종 비중 0.08%도 안돼
국제 지원 미약.. "직접 구매도 언감생심"

16일 한 캄보디아 여성이 수도 프놈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프놈펜=로이터 연합뉴스

 

“‘그래도 이젠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 했는데 희망이 사라졌어요. 의사들을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고….”

미얀마 양곤에 사는 나잉(67)씨는 요즘 모든 것을 체념했다. 그는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달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국제기구의 백신 차관 제공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시민사회 차원에서 진행하던 달러 모금 운동도 중단됐다. 대다수 의료진까지 군부 명령을 거부하고 거리 시위에 가세하면서 같은 달 예정된 2차 접종은 결국 무산됐다. 나잉씨는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군부 주장을 믿지 않는다. 나라에 돈이 없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칸달주(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나론(55)씨는 얼마 전 점심 장사가 끝난 뒤 부리나케 인근 국립병원으로 향했다. 최근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에 의료시설 자원봉사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 앞에는 이미 30여명이 줄을 서서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 사이 감염이 3배 넘게 폭증한 탓이다. 나론씨는 “중국이 약속한 추가 백신이 도착하는 시간보다 감염병 확산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며 “내일부터 장사를 접고 병원 앞에 하루 종일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선진국들의 논쟁은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 눈에는 배부른 투정으로 비칠 뿐이다. 나라가 가난해 백신 확보전에서 철저히 도태되고 있다. 18일 백신 공동 구매ㆍ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도차이나 5개국(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태국)의 백신 접종 건수는 34만6,374건에 불과하다. 전 세계 접종 규모(3억9,170여만건)의 0.08%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인도차이나 인구는 2억5,000만명이 넘는다.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도 상황이 가장 다급한 캄보디아만 유일하게 1.08건을 기록했다. 미얀마ㆍ베트남ㆍ태국은 0.2건도 진행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600건의 접종 실적만 올린 라오스는 아예 평균 산출 자체가 무의미하다.

동남아 주요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백신 확보 전망은 더 암울하다. 이날까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는 베트남과 태국만 백신 6,000만회분 이상을 확보했다. 나머지 3개국 중 미얀마는 접경국 인도의 지원으로 3,000만회분을 챙겼고, 라오스ㆍ캄보디아는 고작 30만~70만회분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3개국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읍소하고 있으나 현실은 차갑다. 코백스가 주기로 한 물량을 다 합쳐도 518만4,000회분 뿐이다. 국제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세 나라는 적어도 5년 안에는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보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라 곳간이 비어 있어 자체적으로 백신을 구하는 일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인도차이나 경제의 기반이던 관광산업은 회생 시점을 기약할 수 없다. 베트남을 제외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계속 줄고 있다. 급기야 라오스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요청한 대규모 차관에 더해 지도부가 직접 유럽부자 나라들에 구호 자금을 보내달라고 손을 벌렸다. 방역 상황이 나날이 악화돼 체면을 따지다간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