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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하는 이유는?

heojohn 2020. 12. 14. 00:18

[금요 포커스] 환경오염으로 야생동물 서식지 훼손돼

2020.12.11 07:24 이성규 객원기자

 

코로나19를 비롯해 사스, 메르스, 에이즈 등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염병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됐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의 숙주로는 박쥐와 천산갑, 사스는 박쥐-사향고향이, 메르스는 박쥐-낙타 등이 꼽히며, 에이즈 역시 야생 원숭이가 가진 바이러스의 변종이다.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전염병의 60% 이상을 동물이 옮겼으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전염병의 75%가 동물에서 전파됐다. 현재 동물에서 유래해 인간을 공격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약 250종이 이른다고 한다.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전염병의 60% 이상을 동물이 옮겼으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전염병의 75%가 동물에서 전파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엄청나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동물 매개 전염병으로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전 세계의 경제를 폐쇄시킨 코로나19의 경우 경제적 손실이 약 9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전염병이 왜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지를 밝혀낸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조지아대학의 연구진이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인 ‘생물학 회보(Biology Letters)’에 발표한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것은 바로 인간 활동과 관련된 유독성 오염물질에 의해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오염된 서식지 많을수록 감염병 확산

조지아대학 생태학부의 세실리아 산체스(Cecilia Sánchez) 박사팀은 도시화, 산업화, 농지 개발 등과 같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자연환경에 유입되는 중금속 등의 유독성 물질이 야생동물의 건강과 이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로 했다.

또한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병원균들이 가축과 사람으로 전파될 위험성과 이 모든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날여우박쥐를 바탕으로 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호주에서는 날여우박쥐들이 서식지 훼손으로 인해 도시 지역의 공원이나 주택가의 정원으로 점점 더 많이 날아들고 있는 추세다. 그로 인해 가축과 사람에게도 해로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실리아 산체스 박사가 박쥐를 날려보내고 있다. ©Louis Lignereux(University of Georgia)

 

연구진은 오염된 서식지와 자연 서식지의 비율을 각각 다르게 정하고, 오염된 서식지의 유독성 물질이 병원균의 전파에 어떤 역할을 미칠지에 대한 각각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그리고 5만 마리의 박쥐 중 100마리가 감염되었을 때 50년간 각각의 상황과 시나리오가 어떻게 되는지 시뮬레이션했다. 즉, 날여우박쥐의 개체 수 및 감염 수준, 그리고 인간에 전파될 위험 정도를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유독성 물질로 오염된 서식지가 매우 적을 때는 전체적인 날여우박쥐의 개체 수가 건재하고 심지어 증가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오염된 서식지에서 사는 바이러스 감염 개체들은 유독성 물질과 감염이라는 복합적인 효과로 인해 그곳에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 사고 벗어나 ‘원 헬스’ 전략 필요해

즉, 오염된 서식지가 야생동물의 이동 능력을 감소시켜 그들을 그곳에 가둬놓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들이 청정 서식지로 돌아가 전염병을 확산시키지 못하게 됨으로써 전체 개체군의 감염병 확산을 막아 개체 수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하지만 유독성 물질로 오염된 서식지가 많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유독성 물질과 바이러스 감염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 오염된 서식지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감염병도 확산되었는데, 이는 대략 절반의 서식지가 오염되었을 때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야생동물이 자연 서식지를 떠나 가축과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이주하면 이종 간 전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감염 위험을 줄이고 야생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려면 자연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해서 동물과 환경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야생동물과 가축, 인간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건강 대책의 개념을 ‘원 헬스(one health)’라고 한다.

우리가 여태껏 취했던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을 하나로 연계해야 인류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를 지속할 경우 앞으로 또 어떤 동물 매개 전염병이 창궐할지 모른다. 현재 인류는 환경 보호에 소요되는 비용을 아끼려다 그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피해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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