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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명이 외계서 왔다는 크릭의 가설

heojohn 2020. 9. 7. 04:40

등록 :2015-09-10 20:31수정 :2015-09-11 10:36

지구로부터 1400광년가량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 ‘케플러-452b’가 발견됐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이 행성의 상상도(오른쪽)와 지구의 모습. 나사(NASA) 제공

 

 

DNA구조 밝힌 프랜시스 크릭
“40억년전 우주선 타고 온 미생물
지구 ‘원시국물’서 생명 발아”

생명 그 자체: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1만3800원
‘믿기 난처한’ 이야기라도 일단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의 말이라면 귀기울이게 되는 법이다.

 

지구에 생명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1923년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오파린은 원시지구에서 화학반응으로 최초의 세포가 만들어졌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오파린 가설은 그 20년 전인 1903년 스웨덴 물리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주장한 ‘범종설’(汎種說, 판스페르미아)에 대한 이론적 반격이었다. 범종은 ‘모든 씨앗’, ‘두루 존재하는 씨앗’이란 뜻으로, 범종설은 생명이 우주에서 떠돌던 미생물을 씨앗으로 삼아 탄생했다고 본다. 오파린으로부터 30년 뒤, 1953년 미국의 스탠리 밀러가 원시지구의 자연상태를 흉내낸 ‘닫힌계’(산소 없는 플라스크에 메탄, 수증기, 암모니아, 수소 기체를 넣음)에 방전을 하여 무기물질에서 생명(유기화합물)을 생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밀러의 실험은 지구에서 생명이 절로 생겨났다는 오파린 가설을 실험으로써 증명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그런데 여기에 생명의 비밀을 풀 열쇠로 일컬어지는 디엔에이(DNA) 분자구조를 제임스 왓슨과 함께 밝혀낸 영국의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1916~2004·사진)이 가세한다.

1953년 디엔에이 구조를 밝힌 프랜시스 크릭은 20년 뒤 지구 생명 외계 기원설을 주장한다. 사진은 디엔에이 이중나선 모형 앞에 서 있는 크릭. <한겨레> 자료사진

 

크릭은 노벨상 수상 11년 뒤인 1973년 지구 생명의 외계 기원론을 주장한다. 화학자 레슬리 오겔과 함께 범종설을 다시 끄집어냈다. 두 사람은 밀러의 실험이 놀라운 과학적 성과지만, 그것이 생명의 지구 기원론을 전적으로 뒷받침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두 사람은 범종설을 약간 변형한 ‘정향(定向) 범종설’을 제안하는데, 요는 40억년 전쯤 외계 고등문명이 무인 우주선에 실어 보낸 미생물(세균)들이 지구 원시바다에 떨어져 증식을 시작하였고 그리하여 지구에서도 생명이 시작되었으리라는 것이다.<생명 그 자체>(Life Itself)는 크릭이 ‘정향 범종설’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쓴 책이다. 크릭은 생육 가능한 포자가 우주에서 오랜 시간을 여행하고도 복사에너지에 손상되지 않은 채 지구에 도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미생물들이 우주선에 실려 왔을 것이라고 본다. ‘무인’ 우주선인 까닭은 이동 범위를 최대로 넓히기 위해서다. 우주선을 보낼 만큼 고등문명을 지닌 외계 존재가 자신들이 아니라 미생물을 태운 것은 그 우주선이 빛의 속도로 달린다 해도 ‘시간의 한계’(지구와 가장 가까운 다른 은하계의 별 빛이 지구에 닿는 시간이 300만~400만년 걸린다)로 인해 수명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며, 생물 발생 이전의 지구 대기는 산소가 거의 없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산소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세균을 탑승시켰다는 것. 이 세균들이 원시지구의 생명도 없고 썩지도 않는 바다, 곧 묽은 닭고기 육수 비슷한 상태의 ‘원시국물(수프)’에 도달하여 생명을 만들어냈다는 것.과학이라기보다는 맹랑한 과학소설적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오래도록 생명의 기원을 연구해온 크릭 역시 스스로 생각해도 난감했던 것 같다. “난처하게도, 오겔과 내가 정향 범종설을 떠올린 것은 유전부호의 보편성 때문이었다.”지구의 생물들은 미토콘드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전부호가 같다. 미토콘드리아도 차이가 크지 않은데, 크릭은 이 까닭을 생명이 어느 단계에서든 한번은 병목을 거쳤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곧, “상호 교배하는 하나의 작은 개체군으로부터 이후의 모든 생명들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스스로 생명이 생겨 진화했어도 다른 유전부호를 지닌 형태들은 죄다 멸종하고 결국 하나의 형태만 남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는 그보다는, 지구 생물 유전부호가 보편성을 띠는 것은 생명의 외계 기원설을 지지하는 증거일 수 있다고 본다.그는 생명 씨앗 외계 기원설(정향 범종설)에 대한 반론 중 하나인 ‘외계에서 미생물이 왔다면 진화에 주어진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반론을 이렇게 반박한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년,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인 만큼 “90억년 전 어느 먼 행성에서 생명이 시작되고, 40억~50억년에 걸쳐 우리 비슷한 생물체가 발달하고 그들이 가장 단순한 생명형태를 지구로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모두 15장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크릭은 ‘우주의 시간과 거리’에서부터 ‘원시지구’, ‘생명 탄생에 적합한 원시국물을 지닌 다른 행성들’, ‘고등 문명들’, ‘국물에서 인간이 되기까지 장대한 과정’까지 열다섯 화두를 풀어놓는다. 이 열다섯 관문은 생명 탄생과 우주에 관한 흥미로운 개설서가 탄생하는 과정이자 지구가 생명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이론을 반박하는 과정이지만, 반박의 근거가 이 주제의 성격상 이런저런 추론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향 범종설은,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론으로서 유효하지만 안타깝게도 몇가지 결함이 있고, 따라서 이론으로서 미숙하기 때문이다.지구 생명 외계 기원설은 과학계에서 소수의견으로 존재한다. 1981년에 쓴 비교적 오래된 책이지만 유머를 섞어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간 뛰어난 과학자의 글을 읽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크릭과 함께 정향 범종설을 주장한 오겔은 유기화합물 생성 실험을 성공시킨 밀러와 함께 1973년 <생명의 기원>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