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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잊어라? 이젠 금성이다

heojohn 2020. 9. 20. 07:10

[이기자의 유레카!]

이영욱 입력 2020.09.20. 06:03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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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기성 생물이 만드는 포스핀
금성 대기에서 극소량 발견
산성구름 속 생명체 존재?
과학계 "추가연구 필요"
현재 유일한 탐사국은 일본
인도·미국도 탐사 준비 박차

                                                 금성 표면의 3D 모델. /사진 제공=나사

 

[이기자의 유레카!-33] "깜짝 놀랄 만한 발견으로 대기 중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더 촉진할 것이다."

14일(현지시간) 과학계에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영국 카디프대 등 국제연구팀이 '지구의 쌍둥이'로 불리는 금성의 대기에서 포스핀이란 가스 분자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였죠. 포스핀은 지구의 혹독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생물이 내뿜는 가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침내 금성에서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지구의 쌍둥이' 금성

금성은 크기와 구조가 지구와 비슷해 지구의 쌍둥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일란성'은 아닙니다. 두 행성엔 여러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금성의 지름은 약 6052㎞로 지구보다 조금 작습니다. 태양과 금성 간 평균 거리는 약 1억800만㎞로 태양빛이 금성에 도달하는 데 약 6분이 걸립니다. 지구에선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죠. 금성은 지구와 반대입니다. 태양계 내에선 금성과 천왕성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전합니다. 그런데 이 자전 속도가 매우 느려서 한 번 자전하는데 지구 기준 약 243일이 걸립니다. 금성의 1일은 지구의 243일과 같습니다. 금성이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25일입니다. 즉 금성에선 하루(243일)가 1년(225일)보다 길죠. 금성의 자전축은 3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거의 수직으로 회전합니다. 따라서 지구처럼 눈에 띄는 계절 변화는 없습니다.

매리너 10호가 촬영한 금성의 모습입니다. 밝은 흰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두꺼운 구름이 금성을 덮어 햇빛을 반사하고 흩뿌리기 때문이죠. /사진 제공=나사

 

우주 공간에서 금성을 관측하면 밝은 흰색으로 보이는데, 두꺼운 구름이 금성을 덮어 햇빛을 반사하고 흩뿌리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워 보이나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미의 여신 '비너스'의 이름을 딴 금성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금성의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습니다. 구름은 유독한 황산 성분이죠. 구름은 시속 360㎞에 달하는 태풍 같은 바람을 타고 이동합니다. 2003년 각종 기상 관측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매미의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50m, 시속 216㎞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세기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입니다.

금성에선 두꺼운 대기가 태양열을 가둬 온실 효과가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금성 표면의 온도는 470도까지 치솟습니다. 납이 녹아내릴 정도(납의 녹는점은 약 327도)입니다. 게다가 금성의 두꺼운 대기로 인해 대기압은 지구의 90배 이상입니다.

금성 표면의 상상도. 금성에선 두꺼운 대기가 햇빛을 가려 모든 것이 주황빛으로 보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 제공=ESA

 

금성에 대해 자세히 알면 알수록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같은데요. 아직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금성 표면은 마치 지옥도의 한 풍경을 보는 것 같지만 지표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상황은 나아(?)집니다.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지표와 달리 지표에서 55~80㎞ 상공은 약 30도로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대기압도 지구의 지표 수준과 비슷합니다. 칼 세이건과 해럴드 모로위츠 등 많은 과학자들은 금성의 대기에 (강산성인 환경을 견디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금성에서 포스핀 발견 소식을 전하는 짐 브라이든스타인 나사(NASA) 국장. /사진 제공=트위터

 

◆포스핀 발견, 이게 왜 중요할까?

우주에서 (지적)생명체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돼 왔습니다. 각국의 우주탐사 경쟁 무대가 된 화성을 시작으로 태양계 내에선 지구 바깥쪽에 있는 행성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등 주로 태양계 내 행성에 속한 얼어붙은 위성들이 그 대상이 됐죠. 그런데 연구팀의 이번 발견으로 '금성'도 생명체 탐사 후보군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나사(NASA)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연구팀의 포스핀 발견 소식을 공유하며 "금성을 우선시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영국 등 공동 연구팀은 네이처 천문학과 천문생물학지에 금성 대기 구름에서 인의 수소화합물인 포스핀(PH3)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포스핀은 무색의 가연성 및 폭발성 가스로 마늘 냄새나 썩은 고기 냄새가 납니다. 수소 원자 3개가 인 원자 1와 결합해 있죠. 산소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거나 산업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금성 대기에서의 포스핀 발견 상상도. /사진 제공=나사

 

제인 그리브스 영국 카디프대 교수 연구팀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위치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을 이용해 금성 55~80㎞ 상공의 구름을 분광 분석해 포스핀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칠레 북부 사막에 설치된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알마)로 재확인했습니다.

제인 그리브스 영국 카디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포스핀은 생명체가 존재하느냐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포스핀을 찾는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금성 대기 중 포스핀이 20ppb(분자 10억개당 20개)로 극미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매우 적은 양이지만 금성의 가혹한 환경을 생각하면 많은 양입니다. 불안정한 상태의 포스핀은 쉽게 분해되는데, 과학자들은 강산성인 금성의 대기 조건에선 16분 정도면 포스핀이 분해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즉, 20ppb의 농도를 유지하려면 분해되는 만큼 포스핀이 생성돼야 한다는 의미죠.

연구팀은 포스핀이 햇빛, 지표에서 솟아오른 광물 입자, 화산, 번개 등 여러 과정을 통해 생성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지만 관측 수치의 1만분의 1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구와는 다른 형태의 어떤 생명체가 금성의 구름 속에서 포스핀을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의 일원인 사라 시거 MIT 교수는 지난해 암석 외행성에서 다량의 포스핀이 검출된다면 이를 생명체의 존재를 증멸할 수 있는 지표(biosignature)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거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태양계에 속한 암석 행성들의 대기 구성을 이해하려는 연구가 이어진다면 향후 태양계 밖 행성들에서 생명체 탐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금성의 가혹한 환경에서 생명체는 존재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제기합니다.

◆생명체 발견 여부는 추가 연구 필요

연구팀은 전파망원경을 통한 추가 연구를 올해 초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과학자들의 향후 목표는 추가 탐사를 통해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 것입니다.

1982년 소련의 베네라13호가 찍은 금성 표면입니다. 베네라13호는 금성에서 127분간 탐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탐사선이 금성 표면에서 가장 오랜 기간 활동한 기록입니다. 그만큼 금성의 환경이 가혹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진 제공=ESA

문제는 금성 탐사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금성의 환경이 너무 가혹해 무인 탐사 로버가 지면에서 오랜시간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련 등 수많은 국가들이 금성 탐사를 시도했고, 우주에서 대기 관측, 지형 지도 작성 등엔 성공했지만 지표면에 착륙해 지구와 교신에 성공한 것은 1970년 소련의 베네라 7호가 최초입니다. 그마저도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35분 만에 수명을 다하면서 금성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우리의 '환상'을 무참히 깨버렸습니다.

화성엔 수많은 궤도 탐사선과 로버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성엔 2015년 금성 궤도에 진입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탐사선 아카츠키가 유일합니다. 이번 발견을 통해 금성이 또다른 우주 탐사 경쟁 무대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인도우주개발기구는 2023년 금성 탐사선을 보낼 예정입니다. 금성 임무에 연구비 지원을 꺼렸던 나사도 지난 2월 금성 탐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결선에 오른 팀 중 일부를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성에서 우리가 찾던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의 향후 연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