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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와 백호를 능가하는 전설의 변종야수, 킹치타

heojohn 2022. 4. 13. 00:34

[수요동물원] 

정지섭 기자 입력 2022. 04. 13. 00:00 댓글 6
 
보통치타와 달리 등에 선명한 세줄의 선
90여년전 존재확인돼 50여마리 남아

변종(variant)이라는 말에는 치명적이고 은밀한, 약간은 불온한 매력이 묻어납니다. ‘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기존의 질서와 문법을 벗어나는 반항과 이단의 이미지가 곁들여져 있죠. 종과 종 사이의 장벽을 파괴한 혼종(hybrid)이 주는 도발적이고 불온한 느낌과는 또다르죠. 그래서 고양잇과 맹수의 변종에 인류는 오래전부터 매혹돼왔던 게 아닐까요. 대표적인 게 백호죠. 실은 야생에서 살아가기 부적합한 열성인자를 타고난 불운한 존재에도 불구하고 흰색이 주는 영험하고 단아한 이미지와 맞물려서 신비롭고 고귀한 존재가 돼 올림픽 마스코트까지 채택됐죠. 흑표는 또 어떻습니까. 표범 가운데서 아주 드물지는 않게 나타나는 변종이지만, 특유의 표범무늬를 품은 검은 몸색깔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미를 무한대로 부각시키죠. 변종이라기보다는 아종으로 봐야겠지만, 사자 중에는 버버리사자가 전설로 남아있습니다.사하라 이남이 아닌 마그레브(지중해와 맞닿은 북아프리카 지역)에 주로 서식하던 이 사자는 목덜미 뿐 아니라 앞발을 넘어 배까지 수북하게 이어지던 수북한 갈기로 ‘사자 중의 사자’로 위용을 뽐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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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못지 않은 전설로 추앙받는 매혹적인 변종 고양잇과 맹수가 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아우라가 풍겨나는 이 짐승의 이름은 치타의 왕이라는 뜻의 ‘킹 치타(King Cheetah)’입니다. 동물전문매체 ‘왓츠 더 애니멀’과 여행전문메체 ‘스토리텔러’ 등이 최근 킹 치타의 매혹적인 자태를 소개해서 화제입니다. 치타는 최대 시속 113킬로미터까지 내달릴 수 있는 육상동물 최고의 스프린터로 잘 알려져있지만, 주 서식처인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사자·표범·하이에나의 ‘빅3′에 치이고 밀리는 한 많은 동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날렵한 몸매와 얼굴에서부터 코로 이어지는 특유의 우수어린 S자형 줄무늬, 보호본능까지 자극하는 ‘캥’ ‘캥’ 하는 구슬픈 울음소리는 강자 세상 속 약자로 살아가는 이 짐승의 묘한 매력을 더욱 부각시켜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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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랑이 중에 백호가 있고, 표범 중에 흑표가 있듯이 이 치타 중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몸색깔을 지닌 전설적인 변종이 바로 킹치타입니다. 치타의 얼룩무늬가 흰바탕에 검은 점이 박힌 형태의 비교적 단순한 형태인데 비해 킹치타는 등 위에 뚜렷한 석 삼(三) 자 형태의 세 검은 줄이 길게 그려진 형태입니다. 등에서 배로 이르는 부분의 무늬도 단순한 점무늬가 아니라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의 비정형 무늬들이 불규칙적으로 어우려져 있습니다. 이 무늬는 노란 바탕과 대비를 이뤄 마치 고대 아랍 건축물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떠오르게 하기까지 합니다. 목에서 석삼자 무늬가 시작되는 등쪽에는 갈기가 사납도록 빳빳하게 서 있습니다. 이런 강렬한 무늬 때문에 여느 치타보다 훨씬 야성적이고 사나우며, 또한 우수에 젖은 인상입니다. 무늬만 보면 아름다운 털가죽으로 유명한 삵의 일종인 서벌이나 오셀롯을 떠올릴 법도 하지만, 덩치나 얼굴을 보면 영락없이 치타이지요. 이 매혹적 변종이 인간의 눈에 띈 것은 1920년대 중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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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견은 비극적이게도 사살이었습니다. 쿠퍼라는 이름의 장교가 1926년 총으로 잡은 것이 여느 치타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듬해에는 레지날드 이네스 포콕이라는 영국의 생물학자가 이 종의 존재를 공식 보고했습니다. 보통 점박이 무늬를 한 일반 치타와 다른 아종이라면서 일반적인 치타(Acinonyx Jubatus)와 구분된 정식 학명(Acinonyx rex)라는 학명까지 부여했는데요. 이 학명의 뜻에서 ‘킹 치타’가 유래됐습니다. 그러나 별도의 종으로 봐야할 만큼의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고는 12년만에 철회됐습니다. 아종이 아닌 변종의 지위가 확립된 것이죠. 거칠고 성긴 털무늬와 그로 인한 강렬하고 사나운 인상 때문에 한때는 표범과 치타의 혼혈종, 또는 치타와 하이에나의 혼혈종으로 추측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털 무늬만 빼면 생활습관은 여느 치타와 다를게 없습니다. 여느 동물들의 변종이 그렇듯 우아함과 기품, 아우라가 넘치는 킹치타의 털무늬는 열성인자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그 열성인자가 때로는 몇 세대를 뛰어넘어서 발현될 정도로 드물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지구상에 서식이 확인된 개체는 고작 쉰여마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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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 대부분이 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잠비아·짐바브웨 등의 국립공원이나 보호센터에서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맹수에 의해 비명횡사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이죠. 남아공에 있는 안 반 다이크 치타 센터에는 올해 열 두 살 난 수컷 킹 치타 ‘히스클리프’가 살고 있습니다. 한살이 조금 넘었을 때 닭뼈를 먹다가 잘못돼서 복부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히스클리프가 야생이었다면 아마 오래전에 죽임을 당해서 자연의 법칙에 따라 한줌의 흙이 돼서 사바나의 품으로 돌아갔겠지요. 사바나를 사냥터로 삼으며 비슷한 형식으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사자와 치타. 그래서 사자는 치타가 눈에 보이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고 모조리 물어죽여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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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 세상 속의 약자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아니면 우아한 몸매와 자태로 폭발적으로 달리는 스피드의 제왕으로 각광받기 때문인지, 치타는 많은 이들을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다른 고양잇과 맹수들과 달리 발톱을 온전히 발속에 숨길 수 없고 노출해야 하는데, 일견 단점으로 보이는 이 특징은 단거리 육상선수가 신는 스파이크화처럼 폭발적으로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내딛는 기능을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사자나 표범, 하이에나처럼 치악력이 세지 않고 이빨의 힘도 약하다 보니 먹잇감을 먹을 때는 오로지 살코기만을 발라먹습니다. 이얼즉 사람과 묘하게 겹치는 생활습성과 연약함과 날카로움을 겸비한 신비로운 이미지 때문에 인간이 이 짐승에게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