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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천문학 '새로운 행성들의 시대'

heojohn 2020. 7. 24. 18:41

2020.07.23 14:00

 

                                                 1986년에 관측된 핼리혜성. 위키피디아 제공

 

76년에 한 번씩 지구 가까이 다가오는 핼리혜성은 인간에겐 경이로운 존재이다. 하필이면 그 주기가 보통 사람의 수명과 얼추 비슷해서 일생에 딱 한 번 볼 수 있다는 우연의 일치가 참 매력적이다. 핼리혜성에 에드먼드 핼리(1656~1742)의 이름이 붙은 것은 그가 이 혜성이 다시 돌아올 주기를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이다. 혜성은 태양계 내부의 천체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과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과는 또 다른 존재이다. 외모부터가 일단 특이하다. 머리 부분에서 뻗어 나온 기다린 꼬리를 달고 다니는 모습이 흡사 머리를 풀어헤친 마녀 같아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핼리가 주기를 예측하기 전까지는 혜성이란 이 우주의 규칙성을 따르지 않는 변칙적인 존재(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과 맞지 않는)로 여겨졌다. 그래서 혜성의 출현은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 것도 당연했다. 혜성이 불길했던 건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뉴턴역학의 등장으로 혜성 또한 과학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혜성이 두려운 사람도 있었지만 혜성의 매력에 빠져 혜성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밤하늘에서 혜성을 제대로 찾아다니려면 혜성인 것과 혜성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 흔히 성운이나 성단이라 부르는 것들이 이런 비혜성 천체에 해당한다. 성운이란 별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먼지와 가스 덩어리이고 성단이란 별들이 무리지어 몰려 있는 집합체이다.


프랑스의 샤를 메시에(1730~1817)는 1764년부터 아예 비혜성 천체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이를 메시에 목록이라 한다. 그러니까 메시에 목록은 혜성 사냥꾼들을 위해 성운이나 성단 같은 가짜 혜성의 목록을 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이 목록은 103에 달했는데 메시에 사후에 메시에가 관측했으나 목록에 올리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7개를 보태 모두 110개가 있다. 각 목록은 메시에의 이름에서 M을 따와 M1~M110으로 번호가 붙어 있다. M1은 게성운이고 '우리 모두의 개념이 모여 있는' 안드로메다는 M31이다. 아마추어 천문가들 사이에서는 메시에 목록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찾아내는 메시에 마라톤이라는 행사도 있다.


지금 우리가 알기로는 안드로메다(M31)는 성운이 아니고 독립된 은하이다. 20세기 초까지도 우리의 은하수 은하 밖에 또 다른 은하가 있느냐 없느냐가 큰 논쟁거리였다.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속의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의 독립된 은하임이 밝혀진 것은 1923년이었다. 메시에 목록은 북반구에서 관측한 목록이므로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대마젤란 은하나 소마젤란 은하 등은 목록에 없다.


메시에와 동시대를 살았던 프랑스의 존 미첼(1724~1793)은 아주 흥미로운 형태의 천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첼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어떤 천체의 표면중력이 아주 강력하면 물체가 그 천체의 표면을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 어려운 정도를 보통 ‘탈출속도’라는 물리량으로 표현한다. 탈출속도가 클수록 해당 천체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의 원하는 곳까지 날아가기가 그만큼 어렵다. 지구의 탈출속도는 초속 11.2km이다. 표면중력이 약한 달에서는 초속 2.4km, 표면중력이 강력한 목성에서는 초속 60.2km이다. 만약 어떤 천체의 표면중력이 무척 강해서 그 탈출속도가 광속을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빛조차도 그 천체를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다른 효과는 다 무시하고 갑자기 달이 엄청나게 무거워져서 그 탈출속도가 광속을 넘어섰다고 가정해 보자. 달에 비친 태양빛은 달 표면에서 반사돼 지구까지 오지 못할 것이다. 그 결과 달은 항상 검게 보인다. 미첼은 이런 천체를 '어둑별(dark star)'라 불렀다(1783년). 어둑별의 현대적인 버전이 바로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현대적인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되는 개념이다. 미첼은 고전역학의 개념들을 조합해서 블랙홀의 원조를 예측한 것이다. 미첼의 개념은 19세기 프랑스의 뉴턴이라 불렸던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1749~1827)에게로 이어졌다.

프랑스의 메시에가 한참 자신의 목록을 채우고 있던 시절 이웃나라 독일에서는 윌리엄 허셜과 그의 누이 캐롤라인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했다(1781년). 허셜은 원래 음악가였다가 나중에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원래 천문학자였다가 위대한 음악가가 된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존 메이다.

                       

         보이저2호와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한 과거의 이미지들을 합성한 천왕성의 모습이다. ESA 제공

 

천왕성은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천체로서, 망원경으로 발견한 최초의 행성이다. 허셜 이전까지 인류가 알던 행성은 토성까지였다. 허셜은 일생에 걸쳐 수많은 망원경을 직접 제작했다. 천체를 관측할 때는 여동생인 캐롤라인이 조수로서 큰 도움을 주었다. 천왕성은 태양계 다른 행성보다 아주 특이하다. 천왕성의 자전축은 공전궤도면 가까이 드러누워 있다. 지구를 포함한 다른 행성들의 자전축은 공전면의 수직에 가깝다. 지구는 수직선에서 약 23도 기울어져 있다. 천왕성은 이 각도가 무려 98도에 달해 마치 천왕성이 공전면을 따라 바퀴처럼 굴러가는 모양새이다. 지구 정도 크기의 천체가 충돌한 결과로 추정된다.

 

천왕성의 발견은 얼마지 않아 19세기 해왕성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천왕성의 공전주기는 84년이다. 1781년 처음 발견한 뒤로 천왕성이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았을 때는 1865년이다. 이미 1840년대에 천왕성의 공전궤도를 면밀히 관찰한 천문학자들은 뉴턴 역학의 예상과 다른 변칙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만약 과학자들이 케플러처럼 충실한 귀납주의자가 되어 오직 관측결과만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케플러 법칙이나 뉴턴역학 자체를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주 간단하게는 관측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에서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상한 궤도와 관측결과가 맞지 않으면 이는 전체 패러다임의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과학에서도 성립한다. 똑똑한 과학자들은 뉴턴역학의 패러다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천왕성 바깥쪽에 새로운 행성을 도입하는 것이다. 새로운 행성을 도입해서 그 영향으로 천왕성의 궤도가 뒤틀린다고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천왕성 너머 미지의 행성이 있으리라고 처음 예측한 사람은 프랑스의 알렉시 부바르(1767~1843)였고 그가 죽은 뒤 1845~6년 영국의 존 애덤스(1819~1892)와 프랑스의 위르뱅 르베리에(1811~1877)가 각각 독립적으로 새로운 행성의 위치를 계산했다.

 

당시 애덤스는 대학생이었다. 르베리에는 자신의 결과를 독일 베를린 관측소의 요한 갈레(1812~1910)에게 편지로 보냈다. 갈레는 르베리에의 편지를 받은 그날 밤 관측에서 새 행성을 찾았다. 르베리에가 예측한 위치에서 1도 각도 이내였다.


해왕성 발견 이야기는 과학이론의 놀라운 힘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해왕성은 관측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기 이전에 이론적으로 그 존재의 당위를 먼저 확인한 사례이다. 기본적으로 주기율표를 이용해 새 원소의 존재와 성질을 예측한 것과 비슷하다. 보지도 않고 그 존재를 미리 안다는 건 사실 마술적인 능력이다. 과학은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또한 하나의 과학체계가 한두 가지의 실험결과에 의해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 검증의 도전을 극복하고 나면 훨씬 더 견고한 체계를 구축하게 됨을 잘 보여준다. 해왕성의 성공사례는 그대로 20세기 초 명왕성의 발견으로까지 이어졌다. 명왕성은 2006년 왜소행성으로 분류돼 행성의 지위가 박탈되었다. 이런 사례를 염두에 두면 나중에 소개할 수성의 근일점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굳이 새로운 중력이론을 필요로 하지 않았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89년 보이저 2호가 촬영해 전송한 사진 두 장에는 해왕성의 고리가 완벽하게 포착됐다.

 

19세기의 또 하나 기억할만한 성과는 연주시차의 발견이다. 연주시차는 지구의 공전 때문에 생기는 시차이다. 춘분과 추분 때 지구의 위치는 태양에 대해 정반대이다. 그 때문에 멀리 있는 별을 볼 때에 시차가 생긴다. 이 차이를 연주시차라 한다. 만약 지구가 우주에 고정돼 있다면 연주시차는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연주시차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움직인다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연주시차는 그 옛날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타르코스가 태양중심설을 제기했을 때부터 그 반대자들이 내세웠던 논리였다. 당시의 관측능력으로는 연주시차를 측정할 수 없었다. 사정은 천 년이 훨씬 지난 17세기의 갈릴레오 때도 마찬가지였다. 갈릴레오는 아리스타르코스와 달리 망원경이라는 대단히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었음에도 연주시차를 증명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연주시차를 관측하기가 어려웠다. 관측이 어려운 이유는 어지간한 별들의 연주시차가 대단히 작기 때문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별들이 지구로부터 아주 멀리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연주시차를 발견한 사람은 독일의 천문학자 프리드리히 베셀(1784~1846)이었다. 그때가 1838년이니까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을 받은 지 200년도 더 되는 해였다. 베셀이 관측한 별은 백조자리 61번별(지금은 ‘베셀의 별’로도 불린다.)이었다. 백조자리는 북십자성으로도 불린다. 백조의 꼬리, 또는 십자가의 위쪽 끝에 해당하는 별이 데네브이고 데네브와 십자가의 왼쪽 팔 사이에 61번별이 있다.


베셀이 관측한 연주시차는 약 0.31초였다. 1초 각도는 1도 각도의 3600분의 1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구에서 보름달, 또는 태양을 바라봤을 때 그 크기가 약 0.5도, 즉 1800초이다. 그러니까 0.3초의 각도는 보름달을 6천등분한 크기이다. 연주시차의 정의를 이용해 간단한 기하학을 적용하면 백조자리 61번별까지의 거리가 약 100조 킬로미터, 광년으로는 약 11.4광년 정도이다. 11광년이면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참고로, 우리 은하수 은하의 직경이 약 10만 광년에 달한다. 현재 관측한 연주시차는 약 0.287초이다. 이처럼 비교적 가까운 별의 연주시차도 굉장히 작기 때문에 갈릴레오조차 17세기의 기술로는 관측하기 어려웠다. 이 상황을 뒤집어서 말하자면, 밤하늘에 보이는 대부분의 별은 생각보다 굉장히 멀리 있는 셈이다. 이는 또한 우주가 당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알파 센타우리로서 지구에서 약 4.37광년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대체 우주는 얼마나 클까? 많은 사람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체라고 생각했다. 성운은 우리 은하 속에 속해 있는 구름(nebula)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M31은 안드로메다 ‘성운’이었다. 대표적으로 허셜이 그랬다. 안드로메다가 성운을 넘어 은하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은 20세기 하고도 20년이 더 지나야 했다. 놀랍게도 전혀 이 분야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허셜과 달리 우주가 무한하며 성운은 독립적인 은하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관측으로 얻은 결론은 아니었다.


※ 참고자료
-성운과 성단,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https://astro.kasi.re.kr/learning/pageView/5199.
-메시에 마라톤, 한국천문연구원, https://www.kasi.re.kr/kor/publication/post/notice/394?clsf_cd=notice003
-R. 서스킨드, 《블랙홀 전쟁》(이종필 옮김), 사이언스북스.
-NASA Science, Uranus, https://solarsystem.nasa.gov/planets/uranus/in-depth/.
-The Editors of Encyclopaedia Britannica, Alexis Bouvard, Encyclopædia Britannica, inc., June 23, 2019, Accessed in March 17, 2020;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Alexis-Bouvard
-Kant, I., 1755. Allgemeine Naturgeschichte und Theorie des Himmels, Part I, J.F. Peterson, Königsberg and Leipzig.
-사이먼 싱, 《빅뱅》(곽영직 옮김), 영림카디널.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