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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블랙홀 엔트로피까지 계산한 '끈 이론'.. 미래 물리학의 길잡이

heojohn 2020. 8. 30. 00:16

기자 입력 2020.08.24. 10:30 수정 2020.08.24. 11:53 댓글 0

 

일러스트 = 이미영

⑤ 궁극의 물리 이론은 무엇인가? : 끈 이론<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블랙홀 엔트로피까지 계산한 '끈 이론'.. 미래 물리학의 길잡이

전자처럼 원자보다 작은 입자 아원자 설명해주는 ‘표준모형이론’

삼라만상 물리현상·세계 작동원리 입증하지만 답하지 못하는 문제도 많아

학자들 ‘끈 이론’ 가지고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론·양자역학 통합 고민

여러 입자, 10차원서 끈의 진동방식으로 설명하고 ‘미지의 블랙홀’ 통해 검증

현대 물리학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물질적 현상의 근원에 대해 믿기 힘들 만큼 정밀한 이해에 도달했다. 물질은 나노미터 크기를 갖는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들은 다시 100여 개 남짓한 원자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 역시 양성자, 중성자, 전자, 단 세 가지 입자들이 특정 비율로 뭉쳐 있는, 100억 분의 1m 정도 되는 작은 덩어리들이다. 우리 몸이든, 암석이든, 심지어 태양과 별도 모두 같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원자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란 뜻이다. 하지만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발견됨으로써 이 이름은 너무 빨리 붙인 게 돼 버렸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처럼 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아원자 입자라고 한다. 그럼 이 아원자 입자는 더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입자일까? 이 세 입자를 쪼개서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전통적 의미로는 사실 불가능하다. 크기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1억 배나 작은 원자핵 내부를 볼 수 있는 현미경 같은 것은 당연히 없고, 쪼갠다고 그 조각을 따로 모아 연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독자 여러분도 ‘쿼크’라는 입자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쿼크가 3개 모여 양성자, 중성자 같은 아원자 입자를 이룬다고. 그러나 이 쿼크는 양성자나 전자처럼 혼자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아원자 입자를 가속해 강하게 충돌시키고 그것에서 어떤 입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튀어나오는지 조사하는 것뿐이다.

물론 이때도 쿼크가 직접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이라는 ‘이론’이다. 이 표준 모형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정확하고 정밀한 이론이다. 표준 모형에 비하면 인간의 뇌가 만든 다른 모든 이론은 모두 투박하다 할 정도다. 이 표준 모형에 따르면 세상 만물을 이루는 기본 입자는 여섯 가지 쿼크, 전자를 포함한 역시 여섯 가지 렙톤(경입자), 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매개하는 열두 가지의 게이지 보손, 그리고 흔히 물질 질량의 근원이라고 설명하는 힉스 입자로 구성된다.

이것은 양자 역학 등장 이래 100여 년 동안, 수십 개의 노벨상이 핵물리학과 입자 물리학에 주어지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다. 이 표준 모형을 상정하지 않고서는 삼라만상의 물리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은 인류 지성이 도달한 정점이요, 세계의 작동 원리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설명인 셈이다.

하지만 표준 모형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특히 ‘왜’라는 질문에는 숙맥이다. 예를 들어, 양성자는 전자에 비해 2000배 정도 더 무겁고, 전자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전기력에 비해 10의 42제곱만큼이나 더 약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이 숫자들에서 티끌만큼이라도 벗어나면 인간과 같은 고등 생물이 진화할 환경이 우주에 조성될 수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런데 때로는 왜냐는 질문에 멋진 답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왜 전자 등의 기본 입자는 서울이든, 평양이든, 달 아니 심지어 태양계를 벗어나 외부 은하에 있든 완벽히 같은 성질을 갖는 걸까? 이것은 물리량이 불연속적인 값을 가진다는 양자 역학의 성질과 우주에 중심 따위는 없다는 상대성 이론을 결합하면 도출되는 필연적 결과다. 따라서 적어도 입자 물리학자에게 이것은 전혀 신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표준 모형이 답하지 못하는 문제들은 너무 많다. 쿼크와 렙톤은 유사한 성질을 갖는 것들이 세 번 반복해서 나타난다. 쿼크 두 가지, 렙톤 두 가지가 모여 4인 가족을 이루는데 이런 가족이 셋 있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분 차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전후, 좌우, 상하 세 방향을 체험하는데, 이것이 공간의 3차원이다. 여기에 시간 1차원을 더해 우리는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공간에 방향이 더 있지만 그것이 너무나 작게 말려 있어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세계는 5차원 이상이 된다. 그런 고차원 세계에서는 단지 한 가지 입자일 뿐인데 저차원 세계의 우리에게는 마치 다른 입자군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쿼크와 렙톤을 서로 다른 가족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표준 모형 자체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또 있다. 이른바 ‘암흑 물질’이다. 천문학 관측에 따르면 우리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우주의 팽창 및 구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암흑 물질이 존재해야 한다. 가장 가능성이 큰 후보는 아직 입자 가속기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기본 입자다. 2013년 힉스 입자 발견 이후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실험팀이 매년 1만5000테라바이트의 실험 데이터를 축적해 가며 찾고 있지만 그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또 다른 문제는 표준 모형의 이론적 토대가 무너질 가능성이다. 앞서 전기력과 중력의 세기를 언급했는데, 전자의 전하량은 사실 상수가 아니며 충돌 에너지를 증가시키면 점점 커진다. 전기력은 다행히 핵력과 통합돼 무한대를 피할 수 있지만 중력의 경우는 에너지를 높이다 보면 언젠가 물리학 법칙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 이른다. 물론 이것은 현재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속기로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너무 높은 에너지이긴 하다. 이것을 일반 상대론의 ‘재규격화 불능성’이라고도 하는데 끈 이론이 이론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주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끈 이론은 물질을 이루는 쿼크와 렙톤, 힘을 매개하는 게이지 보손, 질량의 근원이라는 힉스 입자를 모두 단 한 가지 끈의 여러 다른 진동 방식으로 설명한다. 끈 이론은 20세기 내내 양자 역학과 삐걱거려 온 일반 상대론도 포함하고 여분 차원도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표준 모형의 반복되는 기본 입자군 현상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 끈의 진동 방식은 그 가짓수가 무한하기에 암흑 물질의 후보가 될 추가적인 기본 입자도 충분히 갖고 있다. 요약하자면 끈 이론은 입자 물리학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아이디어를 다 구현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성질을 갖고 있다.

끈 이론의 역사는 50년 남짓 되었는데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 발전하고 있다. 끈 이론은 1968년 이탈리아 출신의 가브리엘레 베네치아노가 핵물리학적 충돌 실험 결과를 설명할 만한 공식을 제안하는 데서 시작됐다. 즉 베네치아노에겐 다양한 입자의 교환 가능성을 암시하는 핵물리학 충돌 실험 결과를 설명할 수학적 답이 있었고, 몇 년 후 그 답을 주는 이론이 실은 끈의 운동에서 유도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현대 표준 모형 이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1970년 중반부터 학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끈 이론이 항상 중력자의 성질을 갖는 입자를 포함한다는 데 착안,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통합한 양자 중력 이론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입자 물리학을 포함할 만한 특성을 지니면서도 수학적으로 잘 정의되고 불안정성도 제거된 끈 이론을 찾기 어려웠는데, 마침내 1984년 캘리포니아공과대의 존 슈워츠와 런던대의 마이클 그린은 10차원 초대칭 끈 이론에서 여러 문제가 기적적으로 상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계산 과정이 강렬한 인상을 준 데다가 이 고차원 이론을 4차원 이론으로 ‘차원 내림’하면 표준 모형과 유사한 입자 물리학 모델을 얼마든지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초대칭 끈 이론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입자 물리학 이론 분야를 휩쓸다시피 했다.

1995년 샌타바버라대의 조지프 폴친스키는 끈 이론에 다양한 차원의 막을 포함하는 통합적 관점에서는 강하게 상호 작용하는 끈 이론과 양자장론을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 끈 이론의 두 번째 도약을 이끌었다. 이처럼 끈 이론은 표준 모형 너머 미래 물리학의 길잡이로서 이론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러나 실험이라는 최종 심급을 통과하지는 못해 아직 온전한 과학은 아니다. 그렇다고 검증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블랙홀이 시금석이다.

1974년 케임브리지의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실은 온도를 갖고 있으며 다른 온도를 가진 물체처럼 빛을 낸다고 주장했다. 1996년 하버드의 앤드루 스트로민저와 캄란 바파는 끈 이론을 이용해 최초로 블랙홀의 엔트로피를 미시적으로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호킹은 또한 블랙홀이 정보를 파괴해 양자 역학 법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2019년 여러 학자는 블랙홀의 엔트로피 변화를 구체적으로 계산하고 블랙홀의 정보 손실 문제를 마침내 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낙우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 용어설명

끈 이론 :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인 여러 입자를 10차원에서의 끈의 진동 방식으로 설명하는 물리학 이론. 낮은 에너지에서는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론에 여러 가지 물질 장이 결합된 것으로 나타난다. 차원 내림을 통해 4차원 입자 물리학의 기본 법칙을 포함할 수 있다. 5가지 버전이 있으며 M 이론이라는 11차원 이론으로 통합된다.

차원 내림 : 끈 이론이 수학적으로 잘 정의되려면 10차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4차원만 경험하므로 끈 이론이 옳다면 6차원 내부 공간은 작게 말려 있어야 한다. 10차원에서 하나의 입자 종이 6차원의 운동 양식에 따라 4차원에서 다양한 입자로 나타날 수 있어 끈 이론은 다양한 입자들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