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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개 자아 뒤죽박죽, 뉴질랜드 여성 화제… '해리성 정체 장애' 뭘까?

heojohn 2023. 9. 5. 23:34

    입력 2023.09.05 14:55

    [해외토픽]

    '해리성 정체 장애'를 진단 받은 뉴질랜드 여성 엠버 럿지가 93가지 자아 중 '여자 어린 아이' 자아로 지낼 때(왼쪽)와 '남성'으로 지낼 때(오른쪽) 각각의 모습이다./사진=뉴욕 포스트, 엠버 럿지 틱톡 캡처
     
    자신이 93개의 자아를 가졌다고 밝힌 뉴질랜드 여성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포스트 등 외신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앰버 럿지(31)가 심각한 '해리성 정체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럿지는 지난 7월 30일 자신의 SNS(틱톡)을 통해 "5년 전 이 장애를 진단 받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자아는 총 93개"라고 밝힌 바 있다. 각 자아는 이름, 나이, 성별, 경험 등이 모두 다르다. 남성일 때도, 여성일 때도 있으며 네다섯 살 아이의 정체성을 가질 때도 있다. 럿지는 해리성 정체 장애 특성상 자아가 바뀌면 다른 자아로서의 기억을 잃는다. 영국 케이터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우리'라고 부르며 "(우리는) 매번 바뀌어서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지만,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성공했다"고 말했다. 럿지가 겪는 해리성 정체 장애는 무슨 질환일까?

    해리성 정체 장애는 해리 장애의 한 종류로 두 개 이상의 자아를 가지는 정신 질환이다. 해리 장애는 의식, 기억, 정체성, 환경에 대한 지각 등과 같이 정상적으로 통합돼야 할 성격 요소들이 붕괴하면서 나타난다. 보통 아동기에 겪는 성적·신체적 학대에 의해 발생한다. 트라우마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 기제로 자아가 분리되면서 해리성 정체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럿지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당시의 기억들이 쪼개져 그 틈에 기억 장벽 같은 것이 생겼다"며 "이로 인해 여러 개의 자아를 가지다 보니 이 장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해리성 정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보통 2~3개의 인격을 가지며, 중심이 되는 자아(core identity)가 있고 부수적인 존재들(alters)이 있다. 자아들은 ▲경험 ▲나이 ▲성격 ▲성별 ▲이름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이 장애를 가지면 자아가 바뀔 때 기억을 잃거나 불안감을 느낀다. 서로 다른 자아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이 장애는 매우 드물어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1.5%만이 진단 받았다.

    해리성 정체 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공식 검사는 따로 마련돼있지 않다. 그리고 증상이 어릴 때 시작하는 편이지만, ADHD 등과 유사해 성인기가 될 때까지 못 알아챌 때가 많다. 해리성 정체 장애를 진단 받으면 우울감이나 불안감에 한해서는 약물치료가 가능할 수 있지만, 제대로 대처하려면 심리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심리치료는 ▲과거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거나 ▲자아들이 균형을 이루게 돕거나 ▲분리된 자아를 합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완치법은 아직 없고, 증상을 완화하거나 일상생활을 지내는 법을 배우는 정도다. 해리성 정체 장애를 예방하는 방법도 현재까지 없다. 하지만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면 원인을 더 빨리 찾고, 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