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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식량 보장하는 식물의 신진대사

heojohn 2020. 12. 16. 00:17

[랩큐멘터리]

2020.12.01 19:42

 

포스텍 생명과학과 발달신호 네트워크 실험실

 

사람은 누구나 팔이 2개, 다리가 2개다. 식물은 다르다. 햇볕을 받느냐, 그늘에서 자라느냐, 물속에서 크느냐 키워도 잎의 개수, 줄기 길이, 가지의 수가 모두 다르다. 이는 환경에 따라 식물에 작용하는 발달 신호가 전부 달라서다.

 

황일두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가 주도하는 발달신호 네트워크 실험실은 식물 발달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체계를 파헤치고 있다. 식물이 호르몬, 단백질, 양분, 스트레스, 주변 환경 등 천차만별인 발달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여 자라는지를 연구해 식물 성장을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실험실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잡초인 ‘애기장대’를 비롯해 토마토, 감자, 담배 등 여러 작물이 생육실에서 자라나고 있다. 애기장대는 게놈이 135 염기쌍에 불과해 식물 중에서도 아주 작고 종자를 얻는 데 6주밖에 걸리지 않으며 종자 수도 1500개나 나오는 등 장점이 많다. 연구팀은 지노믹스(유전체학),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학) 등 분자생물학 관련 실험장비를 모두 갖추고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식물 연구를 진행중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가 돌아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주로 활용하는 기술 중 하나다.

 

 

식물을 연구해 새롭게 찾아낸 발달 신호는 농업이나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황 교수팀은 2018년 식물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열매를 더 많이 맺게 하고 씨앗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트’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식물의 에너지 이동 경로인 ‘체관’ 발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를 적용해 식물의 씨앗 크기와 무게를 최대 40%까지 늘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국내에 식물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학 연구실은 10곳 남짓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덜 주목받는 편인 식물 연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빌 게이츠가 죽는다면 암에 걸려서일까, 아니면 굶어서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본의 관심이 많아 연구비가 풍부한 암 연구와 달리 모두를 먹여 살리는 식물을 연구하는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실은 인간 질병처럼 누구나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닌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길을 식물 연구에서 찾고 있다.

 

※대학 연구실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엿볼 수 있는 창문입니다.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부터 실제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하는 기술 개발까지 다양한 모험과 도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연구실마다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구자 한 명 한 명은 모두 하나하나의 학문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210개에 이르는 연구실을 보유한 포스텍과 함께 누구나 쉽게 연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2분 분량의 연구실 다큐멘터리, 랩큐멘터리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소개합니다.

 

 

포스텍 '발달 신호 네트워크 실험실' 보러가기 https://youtu.be/c7s9UUn-_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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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한 기자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