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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인문학> 인간은 어떻게 물을 길들였나?

heojohn 2020. 12. 12. 02:23

 

반니

2020.12.04. 08:004,378 읽음 비밀글

 

약 1만 년 전 지역마다 시기적 차이가 있다 인간 사회는 동물을 사육하고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개와 함께 사냥을 나가고 고정적인 야영지 부근에 소규모로 식물을 재배하던 것에서 차츰 발전해,
숲에 임시 ‘텃밭’을 만들고 돼지, 염소, 순록, 소를 울타리에 가두었다.

뗏목과 카누를 만들게 되면서 인간 집단은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었다. 가령 태평양에 사는 마오리 족의 조상은 대만을 거쳐 남동아시아에서 왔다. 라피타 도자기는 3500년 전쯤에 뉴기니 섬 동쪽의 비스마르크 제도에 그들이 살았음을 알려준다. 그들은 기원전 제1천년기에 섬을 따라 태평양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멜라네시아와 누벨 칼레도니를 거쳐 피지, 통가, 사모아로 들어갔고, 어쩌면 태평양을 건너 남미까지 갔을 것이다.

커다란 카누에 씨앗과 식물과 동물을 싣고 이동하면서, 바람과 조류를 읽고 육지의 징후를 감지하는 정교한 능력에 의지하여 드넓은 푸른 바다에 작은 점으로 흩어져 있는 땅을 찾았다. 1350년경 수많은 카누가 뉴질랜드에 닿는 데 성공하여 카누의 ‘대함대’ 전설을 낳았으며,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들이 이위라는 특정 부족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뉴질랜드 같은 지역에서는 상당한 삼림 벌채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시기의 생활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당시 이보다 큰 규모였던 몇몇 사회에서는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인류 최악의 실수’라고 일컬었던 일—농경으로의 이행—이 일어났다. 물론 이와 다른 견해도 있다. 역사적으로 농경은 문명으로 나아가는, 진화 경로상의 ‘발전’이라고 간주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강경한 태도로, 농경은 ‘재앙이었고 우리는 이 재앙으로부터 한 번도 회복된 적이 없으며, 현재 우리 삶에 저주를 내리는 사회적 성적 불평등, 질병, 폭정이 농경과 함께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인간 사회는 제한적인 성장이런 성장을 선택한 곳은 거의 없다을 선택하든가, 아니면 집약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다양성을 포기한 채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나아가는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다수 지역에서 적은 인구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농경으로 인구가 급성장한 사회들은 소규모 집단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수렵 채집 생활자를 주변 지역으로 내몰거나 완전히 괴멸시켰다. 이러한 과정은 이후 식민지 팽창 활동에서도 이어졌다.

농경이 축복이든 저주이든 이로 인해 인간과 물의 관계는 급격하게 변했다. 처음에는 습지대가 여전히 중심적인 경제적 역할을 맡았다.

예를 들어 남동아시아와 파푸아뉴기니의 신석기 농경에서는 타로토란의 성장을 돕기 위해 늪지대의 물 방향을 약간 바꾸는 정도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으로 관개가 시작된 가장 큰 이유는 벼농사 때문이었다. 벼는 이라와디 강, 메콩 강, 양쯔 강의 야생 벼에서 발달한 것으로 여겨진다.

쿡 제도의 라로통가Rarotonga 섬에 있는 타로토란 밭.

 

이 시기는 물의 힘이 중요해졌다.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이집트의 나일 강을 따라, 인도의 인더스 강과 중국의 황하를 따라 농부들은 하천 체계의 자연 범람 주기에 맞추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강의 수위가 오르고 내리는 것을 기록하고 그 시기에 맞는 농사일을 계획했다. 이렇게 자연적 범람을 우연히 이용하는 것은 생태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일 강을 따라 낮은 둑을 만들고 작은 수로를 만드는 등 물의 자연적인 이동을 절제된 수준에서 바꾸는 일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작업이었다. 막대기와 석기로 할 수 있는 작업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계단식 논과 같이 상당히 복잡한 방법을 이용해 물의 흐름을 관리한 사회도 있었지만 이 역시 지형 속을 흘러가는 물의 자연스러운 이동과 조화를 이루었다. 환경이 점차적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정착지를 조성하고 계절 작물에 의존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다양한 지식들이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우주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지역의 많은 영적 존재들이 여전히 남아 있긴 했지만 보다 큰 신에게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이 신들은 농경 사회에 등장한 보다 위계적인 사회 질서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태양과 달과 수문학적 흐름 사이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었다.

필리핀 바나웨Banaue의 계단식 관개 논.


물의 인문학

저자 베로니카 스트랭

출판 반니

발매 2020.11.25.

물과 인간은 어떤 관계를 맺어왔을까?
자연과 문화의 렌즈로 살펴보는 물의 세계

이 책은 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물을 어떻게 체험하고, 어떤 믿음과 이해를 갖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물을 이용하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수많은 문화적 렌즈를 통해 물을 숭배하고 사랑하고 두려워했으며, 물로 연결되고 물 때문에 싸움을 벌였다. 담수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고 심지어는 바다조차도 기후 변화와 오염의 압박을 느끼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우리와 물의 생명 문화적 관계는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종의 안녕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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