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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미니 뇌’도 유아처럼 자란다

heojohn 2021. 2. 24. 22:43

인간 뇌 발달의 전 단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2021.02.24 07:26 이성규 객원기자

과학자들은 난치병 치료를 위해 수년 전부터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유래된 오가노이드(organoid·미니 장기) 뇌를 배양하여 인체의 내부 시스템을 모방하고 연구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배양된 세포들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길지 않을뿐더러 진짜 인간의 뇌처럼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배양된 미니 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인간 뇌 발달의 전체 단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미니 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인간 뇌 발달의 전체 단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S. PASCA LABORATORY(STANFORD UNIVERSITY)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의 다니엘 게쉬윈드(Daniel Geschwind) 박사와 스탠퍼드대학의 세르기우 파스카(Sergiu Pasca) 박사는 실험용 접시에서 최대 20개월 동안 배양된 오가노이드 뇌에 대해 광범위한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그 같은 미니 뇌들이 태아, 출생 후, 유아기 등 인간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정렬되는 내부 시계를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뇌신경 과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2월 22일 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다니엘 게쉬윈드 박사는 “우리는 오가노이드 뇌가 정상적인 인간 발달의 많은 측면을 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이는 실험용 접시에서 자란 뇌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인간 질병 연구하는 좋은 모델 될 수 있어

인간의 오가노이드 뇌는 iPS 세포라고 알려진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유도만능 줄기세포는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피부나 혈액세포 등의 체세포에 외래 유전자나 특정 단백질을 가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유도한 세포다.

그럼에도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동일한 줄기세포의 특성을 나타낸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인간의 난자를 이용해야 하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환자의 피부세포나 혈구세포를 통해 제조되므로 윤리적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연구진은 유도만능 줄기세포가 뇌의 특정 부위 세포를 생성하도록 특정 성분의 성장 촉진 영양소에 노출시켰다. 그 후 적절한 조건과 시간이 주어지면 세포들은 인간 두뇌 발달의 여러 면을 충실히 복제하는 3D 구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조직화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UCLA의 다니엘 게쉬윈드 박사. © UCLA Health

 

연구진은 오가노이드 뇌의 유전자 발현을 다른 연령대의 인간 뇌세포에서 나온 RNA의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했다. 그 결과 배양한 지 약 9개월이 되었을 때 오가노이드 뇌의 유전자 발현이 출생 직후 인간의 뇌에서 나온 세포의 발현과 매우 밀접하게 닮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UCLA 게쉬윈드 연구실의 애런 고든 박사는 “오가노이드 뇌는 배양한 지 280일 정도 될 때 성숙기에 도달했으며, 그 이후에는 신경전달물질 신호로 알려진 생리학적 변화를 포함하여 유아 뇌의 측면을 모델링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양한 지 280일 되면 성숙기에 도달해

하지만 이번 발견이 오가노이드 뇌를 실제 뇌와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세르기우 파스카 박사는 경고했다. 예를 들면, 오가노이드 뇌의 전기적 활동은 성숙한 뇌의 활동과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오가노이드의 세포 덩어리는 혈관, 면역, 감각적 입력 등을 포함한 주요 특징들이 부족하다. 그러나 실험용 접시라는 부자연스러운 조건에서도 오가노이드가 어떻게 발달을 진행할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라고 파스카 박사는 주장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오가노이드는 뇌를 포함한 복잡한 기관들이 어떻게 질병으로 발전하고 반응하는지에 대한 전례 없는 통찰력을 줌으로써 의학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간질, 자폐증, 정신분열증과 같은 신경 발달 장애를 연구하기 위해 인간의 오가노이드 뇌를 배양해 왔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태아의 발달에서 볼 수 있는 세포와 유사한 발달 단계에만 머물게 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인해 오가노이드 뇌도 정신분열증이나 치매처럼 성인기에 발병하는 질환을 잘 연구할 수 있게끔 세포가 성숙하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니엘 게쉬윈드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 두뇌 발달의 어떤 측면이 가장 잘 모델링 되며, 어떤 특정 유전자가 실험용 접시에서 잘 작동하고 언제 가장 잘 모델링 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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