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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한반도, `고흥 망고·진주 파파야`

heojohn 2021. 4. 24. 21:52

[이규화의 지리각각]

기후협약에 복귀한 미국, 오랜만에 리더십 발휘
한국, 감축목표 상향·'기후악당' 탈피 가능할까
한반도 아열대화, 사과 복숭아 주고 망고 파파야 받고
기술·자본주의·대중의 인식·정부 역할이 낙관주의 원천

 

어제(4월 22일)는 51번째 지구의 날이었다. 1970년 지구 환경을 지키자며 시작된 지구의 날은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속의 날이 됐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구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서다. 이 날을 기해 세계 주요 40개국 정상들이 화상회의를 가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해 열린 이번 회의는 22, 23일 양일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계획이 소개되고 협력을 논하는 자리다. 첫날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앞 다퉈 상향하는 등 서로 '착한 국가 되기 경쟁'을 벌였다.


기후변화는 여전히 일부 회의론이 있긴 하지만, 기온상승으로 인한 정(正)의 효과보다 부(負)의 효과가 막대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에 대처하지 않으면 지구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도록 악화시킬 것이라는 데는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지구의 날'을 전후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하고 기념식과 소등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갖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자는 취지다.

◆생일날 시름 휩싸인 지구

공교롭게도 생일에 즈음해 지구는 이상기후로 시름에 휩싸였다. 국내를 보면 22일 경기도 평택이 30.6도, 서울이 27.5도를 기록하는 등 6월 하순의 날씨를 보였다. 지난 3월 평균기온은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온 상승은 99년 만에 서울에서 벚꽃이 가장 일찍 개화한 데서도 확인된다. 일주일 전만 해도 중부지방 내륙에서는 영하로 떨어지는 등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었다. 일주일 새 겨울과 여름을 오간 것이다. 작년 여름에는 54일이라는 역대 최장 장마가 이어져 44명이 숨지고, 1조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미국 동북부 뉴욕주 일대에는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최대 10cm의 폭설이 내렸다. 벚꽃이 눈을 뒤집어써 '눈벚꽃'이 펼쳐졌다. 미국은 지난 2월에도 이상한파가 몰아닥쳐 큰 피해를 입었다. 겨울에도 영상 5도 이하로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텍사스주에 영하 20도의 30년만의 한파와 폭설이 덮쳤다. 온화한 겨울 날씨에 익숙해 있어 미처 대비를 못한 탓에 450만 가구에 전기·수도·가스 공급이 끊겨 40여명이 사망하고 190억달러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아야 했다.


지난 21일 미국 동북부 피츠버그시에 내린 눈이 신록에 쌓인 모습. AP 연합뉴스

◆온실가스 감축 각축장 된 기후변화정상회의

이번 기후변화정상회의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복귀한 후 열리는 첫 기후변화 국제회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첫날 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2050년 전 지구적으로 탄소중립(순 탄소배출이 제로인 상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모든 국가가 동의하고 그에 맞춰 노력할 것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이 돌아온 첫 회의에서 기후변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주요 국가들이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기존보다 상향한 것은 큰 소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2025년까지 26~28% 줄이겠다고 제시한 목표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일본도 강화된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13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당초 26%에서 20%포인트 높여 46%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목표를 70% 이상 상향 조정한 것이다. 유럽연합(EU)도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당초 40%에서 55%로 상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새로운 감축 목표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기후변화에 적극 협력해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우리나라도 감축 목표 상향에 호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2030년 BAU(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겠다며 공격적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한 후 작년에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특히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밝힌 것 중 주목할 점은 향후 해외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건설사, 한전, 공적 금융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문 대통령의 선언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열대 한반도, '고흥 망고·진주 파파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980년대 대비 2010년대에 0.9도 상승했다.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이 계속된다면 20년 내에 한반도의 기온은 1980년대 대비 1.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기상연구소는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세기 말(2071~2100년) 평균기온이 20세기 말(1971~2000년) 대비 4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른 기후변화가 예상되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혹서와 혹한, 강한 태풍 등이 예고된다.

하지만 한반도 기온상승으로 인한 변화에는 이색 풍경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대(월평균 기온이 10도가 넘는 달이 8개월 이상인 기후대)로 변하면서 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이 한반도의 중부지방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대는 2020년 10.1%에서 2040년 14.4%, 2060년 26.6%, 2080년 62.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문화일보 보도) 이에 따라 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은 2010년 33.9헥타르에서 2020년 171.3헥타르로 10년 사이 5배 증가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한반도에서 재배 가능한 아열대 작물을 20여 종류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아열대 재배면적 조사를 보면 가장 많이 재배되는 아열대 작목은 망고였고 그 다음으로 패션푸르트, 올리브, 바나나, 파파야, 커피 순이었다. 물론 아열대 과일을 노지(露地) 재배하는 게 아니고 비닐하우스나 온실에서 재배한다. 그러나 아무리 하우스라도 외부 기온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최한월이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장이 안 돼 재배가 불가능하다. 아열대 과수의 재배는 결국 최한월의 기온이 좌우하는 것이다.

동남아 등 아열대 지역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아열대 과수를 목격하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현재 망고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고흥과 영광에서 많이 재배된다. 파파야는 경남 진주와 밀양이 주산지다. 이런 풍경은 20년 전만해도 볼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손해보는 과일도 적잖다. 득실을 따지면 실이 훨씬 클 것이다. 온대 과일인 사과와 복숭아, 배 재배면적은 줄어들고 있다. 아열대 과일에 자리를 내준 탓도 있지만, 기온 상승으로 생장환경이 변하면서 작황이 나빠져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사과와 배 값이 크게 뛰었다. 작년 장마와 태풍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도 기인하지만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사과는 1.6%, 배는 2.7%, 복숭아는 1.2% 재배면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후변화가 마트의 사과와 배 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인류는 아포칼립스를 피할 것인가

기후변화가 기후위기, 기후 아포칼립스(파멸)로 불리는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론을 펴는 건 무책임하거나 무지한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바로 그런 위기의식 때문에 인류는 기후변화를 통제하고 지구는 건강성을 회복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른바 '기후 낙관론'이다. 기후 낙관론자들은 널려 있지만 논거와 논리로 주장하는 이는 많지 않다. 기후 낙관론자 가운데 대표적인 학자가 MIT대 슬론경영대학원 앤드루 맥아피 교수다. 그는 최근 저작 '포스트 피크'에서 '거대한 역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맥아피 교수의 주장은 평범하지만 설득력이 있다. 인류가 산업혁명에서 시작해 정보통신혁명까지 200여년에 걸쳐 지구로부터 자원을 착취해왔는데, 이제 그 시대는 끝나간다는 것이다. 착취의 절정이 이미 지났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은 해가 갈수록 자원을 덜 쓰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경제는 계속 성장 중이다. 게다가 공기와 물을 덜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기술과 자본주의의 협력이다.

좋은 예가 자동차와 스마트폰이다. 자동차의 성능은 더 좋아지는데 연비는 놀랄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 더구나 이제 전기차가 등장했다. 스마트폰은 카메라, 캠코더, 팩스를 하나로 통합했고 크기도 크게 줄였다. 그런데도 그 3가지 각각의 기능 이상의 기능을 스마트폰이 해낸다. 스마트폰이 지구생태계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 것을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맥아피 교수는 환경을 보호하려는 대중의 인식과 이번 기후변화정상회의처럼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기대를 건다.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높이는 전 세계의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의 집단지성 등이 합해져 지구를 지키고 더 멋진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호언한다.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기술 발전, 자본주의, 위기에 반응하는 정부, 고조되는 대중의 인식이 기후변화에 대한 비관주의를 극복하게 해주는 원천이라는 점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