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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원인은 바이러스"…힘 키우는 '감염설'

heojohn 2023. 2. 27. 21:35

2023.02.20 18:00알

알츠하이머병은 점진적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알츠하이머 치매(알츠하이머병)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 쌓이는 특이 단백질이 치매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이러스나 미생물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감염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속속 제시돼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다반제르 디바난드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5년 전부터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알츠하이머병 사이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며 "둘 사이 연관이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헤르페스 감염자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그간 일련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헤르페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피부 또는 점막에 크고 작은 물집이 생기는 피부병을 말한다.

 

2020년 미국 터프트대 연구팀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아밀로이드 베타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는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자극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도록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디바난드 교수는 "2018년 대만 연구팀이 헤르페스에 걸린 사람들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았을 때 치매 위험이 9분의 1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지목돼 왔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친 플라크(덩어리)가 형성되면 뇌 내부에 염증을 일으키고 뇌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운동 부족, 식습관 등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일명 '감염설'은 바이러스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형성되는 이유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디바난드 교수를 비롯해 이런 주장을 펼치는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와 미생물이 숙주의 몸속에서 잠복기를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된 상태로 몸 안에 잠복하다가 나이가 들어 면역 체계에 문제가 생긴 뒤에 활성화돼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미생물이 신경 퇴화를 유발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폐질환을 일으키는 클라미디아 뉴모니애(Chlamydia pneumoniae), 라임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보렐리아 버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 등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뇌 세포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된 모습을 시뮬레이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감염설'은 그간 아밀로이드 이론과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돼 왔지만 최근에는 두 이론이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의 효능이 신통치 않다는 것을 근거로 아밀로이드 베타가 근본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된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카네맙'도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진행을 늦추는 데 그쳤다.

 

감염설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그간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악당'으로 생각되던 아밀로이드 베타가 사실은 외부 감염원에 대항하기 위한 뇌의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한다. 루돌프 탄지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15년 전 아밀로이드에 항균 특성이 있어 침입하는 감염원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미생물이 몸에 침입하면 아밀로이드 베타가 미생물과 결합한다"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플라크도 뇌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작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탄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감염원 침입으로 형성된 플라크를 면역세포가 제거하지만 노화 과정을 거치며 이런 시스템이 망가지면 남아있는 플라크가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라면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현재의 치료제 개발 방향도 바뀔 필요가 있다. 탄지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이 플라크 형성을 주도했다면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기 30년 전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만약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일부 환자에게서라도 바이러스나 미생물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훨씬 실용적인 접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사람에게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도록 하거나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예방 접종을 권장할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디바난드 교수는 헤르페스 항바이러스제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초까지 임상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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