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유신론 이해

양자물리학 알기(6): 물질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대칭성

heojohn 2020. 3. 15. 14:02

1957년에 휴 에버렛 3세(Hugh Everett III)가 ‘상대적 상태’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술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1957). 이것은 양자이론에서

상태의 공존이라는 역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이 제안에 대해 반대가 더 많았으나, 후에는 다른 양자물리학자들에 의해

‘다세계 해석’(多世界解釋: many-worlds interpretation)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점차 사람들의 지지도 늘어났다. 다세계 해석은 양자 이론에서 확률
적으로 가능한 모든 상태를 각각 실재의 세계로 인정한다. 이 해석에

의하면 세계가 관찰에 의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의 세계
들이 처음부터 함께 존재하였고, 관찰자나 관찰 대상 역시 가능성의
세계들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다세계 해석으로부터 다중
우주(milti-universe)론과 평행 우주(parallel-universe) 등의 개념 등이 나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차원의 우주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초기 우주를 구성한 물질의 생성 방법에 대한 의문이 제
기된다. 이제까지 알려진 대로 빅뱅에 의한 초고온만이 우주 에너지
를 물질로 전환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반대로 우주는 초저온에
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는 가능성에 단서를 제공하는
한 가지 이론이 등장했다. 같은 해에 존 바딘(John Bardeen, 1908-1991)
은 리언 쿠퍼(Leon N Cooper, 1930-) 및 존 로버트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 1931-)와 공동으로 초저온 조건에서 물질의 초전도(超傳導:
superconductivity)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인 ‘BCS 이론’을 제안하였다.
제안자들의 성씨 두문자를 딴 BCS 이론에 의하면 초전도 현상은 물
질이 어떤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되면 자기장이 사라지고 전기저항이
0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모든 물질 내에 존재하는 전자들은
- 전하와 전자기력을 가지고 있지만, 임계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이
전자들은 전하와 전자기력을 모두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초전도 현상은 물질의 초유체(超流體: superfluid) 이론으로도
설명된다. 초유체 이론은 이미 1924년 인도의 물리학자 사첸드라 보
스(Satyendra N. Bose, 1894-1974)와 아인슈타인의 보스-아인슈타인 응
축(Bose-Einstein condensate)이론에 의해 예견되었으나, 최근 냉각 기
술의 발전에 힘입어 여러 실험들에서 확인되었다. 초유체는 물질이
절대온도 0K에 가까운 초저온도로 냉각되면, 힘 매개입자(보손)의 움
직임이 제한되면서 원자들의 간격이 극도로 가깝게 되는 응축현상이
나타나고, 마침내 점성(粘性)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현상이다. 예를
들자면, 액체 헬륨을 2.176K까지 냉각시켰을 때 초유체 현상이 나타
난다. 초유체가 되는 임계온도는 물질마다 다르지만, 기체와 고체에
서도 초유체 현상이 나타나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현재 우주 배경복
사를 측정한 값에 의하면 우주 내부의 평균 온도는 약 2.7K 정도로 알
려져 있다. 열역학 제3법칙에 의하면 물질이나 에너지가 있는 우주에
서는 절대온도 0K(-273.75C)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러나 물질과 에너
지가 없는 우주 밖의 온도는 절대온도 0K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양자이론에 의하면 모든 입자는 에너지로부터 반입자와 함께
쌍생성되거나, 반입자와 함께 쌍소멸되면서 에너지로 환원되는 순환
과정을 겪게 된다. 이것은 대칭성 법칙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쌍생
성과 쌍소멸이 이렇게 어김없이 일어났다면 현재 우주를 구성하는 물
질은 어떻게 남아 있게 되었는가? 다시 말하자면 왜 우주만물이 양
성자, 중성자, 전자로만 이뤄져 있고 이것들과 쌍소멸되어야 할 반물
질인 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느냐는 것
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1960년에 일본인 과학자 난부 요이
치로(南部陽一郞) 등 3명이 ‘대칭성 깨어짐 이론’을 처음 제안했다. 난부는 

1960년 소립자 물리학에서 자발적인 대칭 성 깨어짐이 일어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처음으로 내놨 다. 이 이론은 강력과 전자기력, 

약력 등 3가지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표준모델에 힉스(Higgs) 입자가 추가되는 계기가 됐다. 고바야시와 마스카와는 

표준모델 내에서 3가지 종류의 쿼크 가 있음을 예측했으며 대칭성 붕괴에 대해 

설명했다.  ‘대칭성 깨어짐 이론’은 빅뱅 직후에 약 100만 번의 쌍소멸 중에서

1번꼴로 물질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빅뱅 직후에 대칭성 깨어짐이 없었
다면 보통 물질은 생성될 수 없었을 것이고, 현재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 양자물리학적으로 이런 사실을 밝혀낸 이들에게 노벨상이 주
어진 것은 훨씬 뒤의 일(2008)이었다. 그러므로 인류 미래의 발전과
세계관 형성은 양자물리학 이해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따
라서 우리는 양자물리학을 개념적으로나마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안 되
게 되었다.

 

현대의 양자이론은 원자 내부의 단순한 구성뿐만이 아니라, 원자
내부에서 기본입자를 변화시키는 힘까지도 설명해야한다. 문제는 기
본입자의 숫자가 아직 몇 개가 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우
주의 초기에 물질의 생성까지도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난관을 돌파
하는 데는 양자물리학과 고전물리학의 상대성이론을 결합하는 이론
이 필요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여러 사람에 의해 ‘양자장론’(量子場
論: quantum field theory, QFT)으로 발전했다. 여기서 장(場)의 개념은 시
공간에 존재하는 각각의 입자에 전자기장과 같이 특정한 힘이 형성
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양자장은 고전물리학에서 물
체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을 전자기장으로, 중력을 중력장으로
설명하는 것을 양자이론에서 양자에 대응시킨 개념이다. 양자장론
에 의하면 광자에 의해 입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이 한쪽에서 다른 쪽
으로 전해지고 이를 통해서 입자의 상태가 바뀌게 된다. 물질의 모
든 상호작용에서는 이와 비슷한 방식에 의해서 힘이 전달된다. 입자
들의 변화는 광자를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생겨난다.

 

광자가 매개하는 힘은 전자기력이다. 광자는 질량이 없어서 광속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광자에 의해서 매개되는 전자기력은 입자가 움직인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표준모형에서는 중력을

제외한 상호작용을 양자장론의 틀에서 설명한다. 양자장론에서는 입
자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는 입자의 상태를 결정하고 곧 사라진
다. 양자장론은 뒤에 표준모형과 양자전기역학(量子電氣力學: quantum
electrodynamics, QED), 나아가서는 ‘끈 이론’의 개발에 바탕이 되었다.
QED는 우주를 움직이는 4가지의 힘-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weak nuclear force), 그리고 강한 핵력(strong nuclear force)-을 양자적
으로 기술하기 위하여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QED의 예측
과 실험은 매우 정학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그 수학적
수행은 매우 어려웠다.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이론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파인만
도표’(Feynman diagram)를 발명하여 QED의 설명에 난점을 해소했다.
그러나 양자이론에서 상호작용의 기본 틀에 ‘파인만의 역사합 이론’
을 고려하면, 수학적 수행의 결과나 도표가 무한대로 산출되는 문제
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무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재규격
화(re-normalization)가 개발되었다.304 재규격화는 양자장 이론의 개
발에 힘을 보태주었다. QED는 가장 먼저 전자기력을 양자적으로 기
술했다. QED는 “전하를 띤- 전자기력을 느끼는- 입자들 사이의 모
든 상호작용은 광자 교환을 통해서 기술”305한다. 말하자면 고전이론
에서 힘을 전달하는 역장(力場)을 양자이론에서는 보손(boson)의 교
환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된다. 약한 핵력은 재규격화 작업이 불가
능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1967년에 이르자 압두스 살람과 스티븐 와인버그가 각각 전자기력과의

통합 이론인 전기약력(electroweak force)을 발견하였다. 전기약력은

재규격화가 가능했다. 전기약력은 W+, W-, Z〫입자의 존재를 예측했고,

이후 각각의 힘들이 유럽공 동원자핵연구소(CERN)의 실험에서 발견되었다.

양자물리학의 성배(聖杯)는 양자이론으로 네 가지 힘을 통합하여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만드는 것이다.


쿼크들을 결합시키는 강한 핵력은 QCD(quantum chromodynamics:
양자색역학)로 기술되었다. 강한 핵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 쿼크
들에게 적색, 녹색 청색의 세 가지 색(color)을 부여하고, 반쿼크에는
반적색, 반녹색, 반청색을 부여했다. 이렇게 하면 쿼크들은 오직 백
색의 상태로 조합되는 3가지의 존재 방식을 갖고 있음이 발견된다.
첫째는 쿼크와 반쿼크로 조합하여 불안정한 상태의 중간자(中間子,
meson), 둘째는 세 가지 쿼크들이 모두 조합하여 안정된 상태의 중입
자(重粒子, bqryon), 셋째는 세 가지 반쿼크로 이루어진 반중입자이다.
쿼크들은 마치 고무 밴드로 묶여져 있는 것처럼 기묘한 행동을 보이
면서, 따로 관찰할 수도 없고 서로 분리되지도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
다. 이런 특성을 점근적 자유성(漸近的 自由性, asymptotic freedom)이라
고 하는데, QCD에 의하여 발견되었다. 이렇게 하여 QCD는 우주에
있는 물질의 기본입자가 서로 조합되어 있는 방식을 설명할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