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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의 연대, 탄소 아닌 빛으로 측정한다?

heojohn 2020. 12. 29. 23:38

방사성탄소 측정법보다 활용 범위 넓어

2020.12.29 09:18 김준래 객원기자

최근 경남 고성군에서 국내 처음으로 소가야 왕국의 실체를 입증할 가야 시대 토성이 발굴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1세기 전후 철기시대 초기부터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생활 토기들이 대거 발굴되어 고대국가인 가야의 생활사를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유적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경남에서 발굴된 고대 국가 가야의 토기 유물들 ⓒ history.go.kr

 

고대 국가의 토기 유물들이 수천 년이 지난 후에도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점은 발굴된 토기들이 소가야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보편적 측정 방법인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과, 열형광법, 아미노산정량법, 핵분열비적법, 전자상자성 공명법 등 10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이 있다. 가속질량분석기(AMS)를 사용하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은 유물의 연대를 파악하는 기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난 1949년 미국의 물리화학자인 ‘윌리엄 프랭크 리비(Libby W.F.)’ 박사가 대기 중에 존재하는 방사성탄소(C¹⁴)의 생성 체계를 밝혀낸 다음, 이를 고고학에 적용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발굴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물에 잔존하는 방사성탄소의 농도를 측정하여 해당 유물의 연대를 산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유물의 소재로는 탄소가 포함되어 있는 목탄(木炭)과 목편(木片), 그리고 패각(貝殼) 및 인골(人骨) 등이 있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방법의 개요와 원리 ⓒ KIST

 

문제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은 적용 대상에 한계가 있고, 설사 적용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정확성에서 의심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연대측정법들이 완벽하지는 않다.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의 경우 모든 연대측정법을 대표하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발굴된 유물에 탄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연대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측정이 불가능하면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게 되지만, 측정에 오류가 생기는 것은 전문가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가령 연대측정에 사용한 탄소 관련 유물에 외부에서 탄소 성분이 유입되면, 연대 측정에 심각한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방법이 바로 ‘빛을 이용한 OSL(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 연대측정법’이다.

 

OSL 연대측정법의 핵심은 빛

OSL 연대측정법의 핵심은 빛(luminescence)이다. 이 방법은 석영과 장석 등을 포함한 퇴적물이 퇴적된 이후 주위 퇴적물로부터 자연방사선에 노출되면 전자형태의 에너지가 축적되고 축적된 에너지는 빛의 형태로 다시 방출되는데 이를 연대측정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땅속에 묻혀있던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하고 싶다면 OSL이 방출하는 빛의 세기를 통해 유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묻혀 있었는지를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 특히 OSL 연대측정법은 거의 모든 유물이나 토양에 포함되어 있는 석영이나 장석 입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대측정 대상 물질의 확보에 제한이 거의 없다.

또한 OSL 연대측정법은 탄소연대측정법의 한계 측정 범위인 5만 년 이상부터 수십만 년에 이르기까지 적용 가능한 연대측정법으로 연대 범위가 넓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아주 가까운 역사시대부터 구석기를 아우르는 시간대 문화재의 나이 추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OSL 연대측정법은 분석 장비와 연대측정 이론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최근에 들어와서는 유물이 출토된 퇴적층뿐만 아니라 유물 자체의 제작 시기를 추정하기 위한 핵심적인 연대측정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OSL이 방출하는 빛의 세기를 통해 유물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 wiley.com

 

최근 국내에서는 풍납토성의 축조 시기를 규명하기 위해 OSL 연대측정법 적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삼국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들의 수치 연대측정에도 OSL 연대측정법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앞으로 유물 분석에 있어 OSL 연대측정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OSL 연대측정법은 활성단층(active fault) 파악에도 활용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활성단층은 토양이 ‘지진의 기억’을 갖고 있는 단층을 말한다. 예보가 어려운 지진 활동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활성단층 규모가 얼마나 큰지, 또는 활성단층이 과거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게 되면 미래에 발생할 지진에 대한 재앙을 조금이라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활성단층의 위험성을 분석하려면 주변 토양의 정확한 연대 측정이 필요하다. 지진이 나면 땅이 어긋나고 단층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단층의 주변에 있는 토양의 연대 측정을 해야 그 위험성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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