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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척추동물은 어떻게 물고기에서 진화했나?

heojohn 2021. 2. 8. 21:47

뭍으로 올라오기 전 이미 폐와 팔다리 유전 암호 지녀

2021.02.08 07:28 김병희 객원기자

많은 이들은 진화 역사에서 척추동물이 물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 폐와 팔다리가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실제로 공기 호흡과 사지 움직임의 유전적 기초가 이미 5000만 년 이상 전에 척추동물의 어류 조상에게 확립돼 있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최근 현존하는 원시 물고기에 대한 유전자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 생명과학저널 ‘셀(Cell)’ 4일 자에 보고했다. 이는 인간 진화 역사에서의 핵심적인 이정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 놓는 것이다.

 

어류 조상, 사지와 폐 유전 암호 지녀

인간과 다른 모든 척추동물들이 물고기에서 진화한 것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약 3억 7000만 년 전 어떤 물고기가 네발 동물(tetrapods)로 알려진 원시적인 도마뱀 같은 동물이 돼 땅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에 따르면 우리 어류 조상은 지느러미를 팔다리로 바꾸고, 물속에서의 호흡을 공기 호흡으로 전환해 물에서 육지로 나왔다.

그러나 사지와 폐는 한때 믿었던 것처럼 최근에 나타난 혁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네발 동물이 처음 육지로 올라오기 전 5000만 년 동안 물속에서 살았던 우리의 공통 어류 조상은 이미 육상 생활에 필요한 팔다리 같은 형태와 공기 호흡에 대한 유전 암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유전 암호는 지금도 여전히 인간과 일단의 원시 물고기 그룹에 존재하고 있다.

                                         척추동물 진화 연대표. © Dr. Guojie Zhang

 

현존 고대 물고기에 대한 게놈 연구로 입증

이 같은 사실은 코펜하겐대 팀이 수행한 최근의 게놈 연구에 의해 입증됐다. 연구팀은 이번 새 연구에서 조상대의 이런 유전 암호가 척추동물이 물에서 육지로 올라오는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엄청난 진화적 도약의 순서와 시간표에 대한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코펜하겐대 생물학과 생물다양성 유전체학 센터 궈지에 장(Guojie Zhang) 교수는 “물에서 육지로의 전환은 우리 진화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 전환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열쇠는 폐와 팔다리가 언제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제 이런 생물학적 기능의 기반이 되는 유전적 기초가, 최초의 육지동물이 물에서 육지로 올라오기 훨씬 전에 이미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민물고기 비키르 연구

현존하는 고대의 물고기 그룹은, 네발 동물들에게서 궁극적으로 어떻게 팔다리가 자라나고 공기 호흡을 할 수 있게 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얕은 민물 서식지에서 살며 국내에서도 관상용으로 기르는 폴립테루스 비키르(bichir)도 이 물고기 그룹에 속한다.

이 물고기는 초기 물고기 조상이 4억 2000만 년 전에 가지고 있었을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대부분의 뼈가 있는 경골어류와 다르다.

이런 특성은 인간에게도 존재한다. 연구팀은 게놈 시퀀싱을 통해 폐와 사지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가 이미 이런 원시 종에 나타나 있었음을 발견했다.

어항에 있는 아프리카산 고대 어류인 비키르 종들. © WikiCommons / https://blog.naver.com/yuha005/221908626304

 

활액 관절, 물고기 조상에서 진화

비키르는 팔다리와 같은 운동기능을 가진 가슴지느러미를 사용하면 네발 동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육지에서 이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비키르의 가슴지느러미가 초기 물고기 조상이 가지고 있던 지느러미를 대표한다고 믿었다.

새로운 게놈 매핑에서는 날개 구조 모양의 메타테리기움(metapterygium) 뼈와 비키르 가슴지느러미의 요골 뼈를 연결하는 관절이 인간의 활액 관절, 즉 상완과 팔뚝 뼈를 연결하는 관절과 상응하는(homologous) 상동성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인체의 활액 관절 형성을 제어하는 DNA 서열은 이미 경골어류의 공통 조상에 존재했고, 지금도 원시 물고기와 육상 척추동물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들에서 이 DNA 서열과 활액 관절이 모든 일반적인 경골어류들에서는 소실됐다.

장 교수는 “이 유전 암호와 관절은 우리의 뼈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며, 이것은 비키르가 왜 땅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최초의 폐와 그 뒤의 부레

더욱이 비키르와 다른 원시 물고기들은 해부학적으로 인체와 비슷한 한 쌍의 폐를 가지고 있다.

이번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비키르와 미국 동남부 지방에 서식하는 대형 물고기 앨리게이터 가(alligator gar)의 폐도 인간 폐와 유사한 방식으로 기능하며 동일한 유전자 세트를 발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셀(Cell)’ 지 4일 자에 실린 논문. © CellPress / Cell

 

연구자들은 이들 원시 물고기들이 공기 호흡 능력으로 인해 약 3억 7500만~3억 6000만 년 전의 두 번째 대량 멸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추정한다. 그 당시 지구 바다에서는 산소가 고갈돼 대부분의 종이 멸종됐으나, 일부 물고기는 폐 기능을 이용해 육지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고대 어류 폐와 부레 조직의 유전자 발현이 인간의 폐와 매우 유사해, 다윈이 예측한 것과 같은 상동성 기관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다윈은 부레가 폐로 전환됐다고 제안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부레가 폐에서부터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초기 경골어류 조상은 진화를 통해 한 축은 공기 호흡에 더욱 잘 적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네발 동물의 진화로 이어진 폐 기능을 보존하게 됐다.

이에 비해 다른 물고기들은 폐의 구조를 수정해 부레로 진화시켜 경골어류의 진화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부레는 물고기가 부력을 유지하고 압력을 감지해 수중에서 더욱 잘 생존할 수 있도록 한다.

장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의 장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유전체에서 어떻게 해독되는지에 대해 일깨워준다”며, “연구에 따르면 폐 및 팔다리와 관련된 일부 기능은 물에서 육지로 나왔을 때 진화한 것이 아니라, 훨씬 전에 이미 어류 조상에 존재하던 고대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에 의해 암호화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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