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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줄이며 짝짓기에 목숨 걸다 멸종위기 놓인 호주 동물

heojohn 2023. 2. 3. 23:35

2023.02.02 11:56

 

호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유대류 북부 쿠올. 호주 야생동물 보존회 제공

호주 퀸즈랜드대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웜뱃·쿼카와 함께 호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유대류인 북부 쿠올 수컷이 잠도 자지 않고 짝짓기 상대를 찾다가 건강이 악화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 2월 1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암컷에 비해 수컷이 단명하는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북부 쿠올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위기(endangered)' 등급이다. IUCN은 야생동물을 멸종위기 상황에 따라 심각한 순서로 위급·위기·취약으로 나눈다. 현재 북부 쿠올의 야생 개체수는 약 10만 마리 수준이지만 외래종의 위협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42일간 호주 북부의 섬인 '그루트 아일랜드'에서 야생 상태의 북부 쿠올 13마리(수컷 7마리, 암컷 6마리)에게 추적기를 장착한 뒤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 결과 암컷 북부 쿠올은 하루의 24%를 누워있거나 쉰 반면 수컷 북부 쿠올은 3분의 1 수준인 8%만을 누워있거나 쉬는 데 사용했다.

 

수컷 북부 쿠올들은 많은 시간을 쉬기보다는 움직이는 데 썼다. 수컷 중 두 마리는 하룻밤에 각각 10.4km와 9.4km를 걷기도 했다. 이들의 몸무게가 500g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인간이 매일 35~40km 마라톤을 뛰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크리스토퍼 클레멘테 호주 선샤인코스트대 동물 환경생리학과 교수는 "수컷은 모든 에너지를 암컷을 찾는 데 투자하고 있다"며 "번식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들은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북부 쿠올의 쉬는 시간만을 측정했기 때문에 수면부족이 이들의 수명을 줄이는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번식기 이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클레멘테 교수는 "번식기가 끝나면 북부 쿠올들은 털을 잃고 그루밍을 하지 못하며 체중이 줄어든다"며 "다른 동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거나 피로로 사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컷 쿠올의 경우 수명이 1년을 넘기기가 힘들었지만 암컷은 최대 4년까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생에 한 번 뿐인 짝짓기를 위해 잠을 줄이고 마라톤을 뛰어가며 암컷을 찾아 헤매는 셈이다. 북부 쿠올을 비롯한 쿠올은 생애 번식을 한 번만 하는 일회번식(semelparity)을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생태를 가진 생물로는 태평양 연어와 일부 문어류가 있다.

 

베라 와이즈베커 호주 플린더스대 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이들의 극단적인 번식 방법은 흥미로운 진화적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수컷이 끊임없이 죽어간다는 것은 진화가 더 쉽게 일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슈아 가쉬크 호주 선샤인코스트대 박사후연구원은 "북부 쿠올 수컷이 생존에 해가 될 정도로 잠을 자지 않는다는 사실은 수면부족이 신체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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