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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빚은 참사…지네 삼키다 비명횡사한 뱀

heojohn 2022. 3. 20. 13:08

플로리다 주립공원서 포식 중 모습으로 발견

성급하게 삼키다가 탈 난 듯

입력 2022.03.20 07:00
 
 
먹는 것, 즉 식욕은 수면욕, 성욕 등과 함께 동물의 대표적인 생물학적 욕구다. 어느 동물이든 먹어서 필요한 것은 영양분으로 취하고 나머지는 배설물로 배출하는 신진대사 과정을 통해서 생장한다. 이 본능적 욕구를 속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지나칠 때다. 어떤 욕망도 도를 넘어서 탐욕이 될 때는 뒷감당을 각오해야할 수 있다. 때로는 그 뒷감당이 자신의 죽음이 될 수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찍힌 이 사진은 탐욕이 불러온 끔찍한 종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위왕관뱀이 왕지네를 삼키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진 채 발견된 모습. FWC Fish and Wildlife Research Institute 페이스북

평범한 식사시간이 창졸간에 최후의 만찬이 돼버린 사건은 플로리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동부에 있는 존 펜캠프 산호초 주립공원에서 벌어졌다. 최근 공원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사진을 보면, 분홍빛 몸색깔을 한 바위왕관뱀이 아이티왕지네를 꿀떡꿀떡 삼키고 있다. 두 눈을 부릅뜬채 포착한 사냥감을 부지런히 목구멍을 넘어 식도로 넘기는 장면이다. 여느 뱀의 포식장면과 다를바가 없어보이지만, 사진 속 뱀은 렌즈를 들이댔을 때 이미 혼이 빠져나간 사체였다. 입속으로 지네를 삼키던 중에 그대로 절명한 것이다. 뱀에 의해 통째 잡아먹히던 지네도 그대로 숨통이 끊어졌다. 포식자와 피식자가 동시에 불귀의 객으로 몸뚱아리만 남아있는, 보기 드문 장면이 렌즈에 담겼다.

바위왕관뱀은 다자라도 몸길이가 20㎝ 정도에 불과한 초미니뱀이다. 습지의 응달진 곳에서만 살고 있어 좀처럼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있으며, 숫자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 보호생물이다. 비슷한 종류의 뱀들의 식사거리에 지네가 포함돼있다고 알려져있지만, 이 뱀이 지네를 사냥해 잡아먹는다는 점이 처음 직접 확인됐다.

바위왕관뱀이 양달에서 지네를 삼키던 모습으로 사체로 발견된 장면. 이 사체는 어떻게든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FWC Fish and Wildlife Research Institute 페이스북

아이티왕지네는 다 자라면 몸길이는 이 뱀과 맞먹는다. 사진 속 등장하는 지네는 아직은 다 자라지 않은 어린 녀석으로 보인다. 바위왕관뱀은 몸속에 미세한 독이 있다. 사람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사실상 독이 없는 뱀으로 간주되지만, 이들의 주 사냥감인 땅속 벌레들에게는 치명적인 무기다. 이 뱀 역시 지네를 공격해 전신을 마비시킨 뒤 여유롭게 머리부터 삼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네 역시 신체에 독을 가지고 있어 천적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쓰지만, 이 뱀은 먹잇감의 독에 대해서 상당한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몸집으로 봐서도 신체 구조로 봐서도 지려야 질 수 없는 싸움이었지만, 결국 뱀은 식사 중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네를 너무 얕보고 쉽사리 공격했다가 기도가 막히는 등의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게 아니면 지네가 지닌 독이 결국 뱀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던 것인가. 원인을 추론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뱀이 지네를 얕보고 섣불리 서투르게 공격하려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으로 숨이 끊겼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비명횡사지만, 공원 관리자들에게는 더없는 생태 표본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상황이 됐다. 지네를 삼키던 중 눈을 부릅뜬 채 숨이 끊어진 뱀, 그리고 뱀의 입속을 몸이 절반쯤 빨려들어간 상황에서 삶의 종료를 맞은 지네. 당시 상황 그대로 생물의 신진대사를 보여주는 표본으로 만들어서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뱀과 지네는 죽어서 몸뚱이를 그대로 남기게 됐다. 폭식은 절대적으로 삼가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