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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칼 우스 교수의 고세균 제안

heojohn 2020. 6. 3. 22:33

2015.04.12 18:00

The apparent antiquity of the methanogenic phenotype plus the fact that it seems well suited to the type of environment presumed to exist on earth 3~4 billion years ago lead us tentative to name this urkingdom the archaebacteria.
“메탄을 생성하는 원시성과 30억~40억년 전 지구의 상태로 추측되는 환경에 적합한 것 같아 이 세균이 속하는 원계를 ‘고(古)세균’이라고 명명했다.”


2007년 탄생 300주년이었던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린네는 ‘현대분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종속과목강문계’라는 분류체계를 고안했을 뿐 아니라 속명 종명으로 학명을 정하는 ‘이명법’(binominal nomenclature)도 제안했다. 인류의 학명 ‘호모 사피엔스’도 린네가 붙인 이름이다.

 

린네는 가장 큰 분류단위인 ‘계’(kingdom)에서 생물을 식물계와 동물계 둘로 나눴다. 오늘날 초등학생도 쉽게 배울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출발점으로 보인다. 완벽한 것으로 여겨졌던 린네의 ‘2계 분류 체계’는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태껏 존재 자체를 몰랐던 미생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미생물을 식물계의 하나로 취급했지만 점차 부적절한 분류라는 지적이 커졌다.

 

[휘테커의 5계 분류 체계] 1969년 휘테커는 원핵생물을 1계로 하고 진핵생물을 4계로 쪼개 총 5계로 구성된 분류 체계를 제안했다. - 과학동아 제공

이런 상황에서 세포의 형태, 즉 세포핵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분류기준으로 떠올랐다. 식물과 동물은 모두 핵이 있는 진핵생물이기 때문에 핵이 없는 원핵생물을 따로 떼어내 모네라계로 분류했다. 한편 진핵생물이지만 식물과 동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종류들은 원생생물계, 곰팡이계를 새로 만들어 제자리를 찾아줬다. 1969년 미국 코넬대의 생태학자 로버트 휘테커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5계 분류 체제’는 오늘날도 중고교 교과서가 채택하고 있다.

● 원핵생물, 뿌리 깊은 두 집 살림

이제 논쟁도 끝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분류학계는 1977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세 쪽짜리 논문으로 또다시 흔들렸다. 그런데 이번 엔 상황이 달랐다. 전통적인 분류학자였다면 결코 생각해내지 못할 방법론, 즉 ‘분자진화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나온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리보솜 R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고세균의 실체를 밝힌 칼 우스 교수. - KVA 제공

미국 일리노이대 유전발생학과 칼 우스 교수는 미생물학자로 효과적인 미생물 분류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미생물은 식물이나 동물처럼 형태의 특징을 기준으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스 교수는 당시 급격히 발전하고 있던 분자생물학을 주목했다.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해 분류하느니 세포 속에 있는 분자인 리보솜 R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서 분류의 기준으로 삼는 게 더 정확해 보였다. 예를 들어 사람과 침팬지의 염기서열 차이는 사람과 생쥐의 차이보다 훨씬 작을 것이다. 이처럼 RNA나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의 서열을 분석해 진화과정을 재현하는 분야를 분자진화학이라 부른다.

우스 교수는 박테리아와 효모, 포유동물 등 다양한 생명체의 리보솜 RNA 염기서열을 분석해 서로 비교했다. 그러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원핵생물, 진핵생물 기준으로 두 묶음이 나오는 게 아니라 원핵생물이 둘로 쪼개져 결과적으로 세 묶음으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우스 교수팀은 총 9종의 원핵생물 리보솜 RNA를 분석했는데 한 묶음에는 대장균, 바실러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박테리아 5종이 속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묶음에는 메타노박테리아 4종만으로 구성됐다. 메타노박테리아는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살면서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환원시키는 특이한 대사를 하는 미생물이다.

 

1 다양한 형태의 고세균. 2, 3 고세균은 심해열수분출구(2)나 물이 펄펄 끓은 화산지대 호수(3)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산다. - 과학동아, 사이언스, 콜로라도대 제공

 

이런 결과를 토대로 우스 교수는 기존의 5계 분류 체계를 대폭 수정했다. 즉 원계(原界, urkingdom)라는 계보다 상위의 분류체계를 도입해 생명체를 3가지 원계, 즉 진정세균, 고세균, 진핵생물로 분류했다. 진정세균(eubacteria)이란 ‘진짜’ 세균이란 뜻이고 고세균(archaebacteria)이란 ‘고대(古代)의’ 세균이란 의미다. 이들이 좋아하는 산소가 없는 조건이 초기 지구환경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우스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원핵생물의 대부분은 진정세균에 속하고 고세균은 극소수였다. 따라서 불과 한줌밖에 안 되는 특이한 박테리아 때문에 분류체계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반론이 터져 나왔다. 살바도르 루리아, 에른스트 마이어 등 거물급 생물학자들도 원핵생물을 쪼개는데 반대했다. 우스 교수는 미생물학계에서 ‘상처뿐인 혁명주의자’로 동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스 교수의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계속 축적됐다. 먼저 고세균에 속하는 신종이 추가됐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극단적인 환경, 즉 물이 끓는 100℃ 부근의 고온에서 살아가거나 사해처럼 염분의 농도가 아주 높은 곳에서 발견됐다. 도저히 생물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친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산소다.

한편 고세균은 핵이 없다는 점을 빼면 오히려 진정세균보다 진핵생물에 가깝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진정세균의 세포막을 이루는 펩티도글리칸은 고세균이나 진핵생물의 세포막에는 없다. 또 진정세균의 유전자는 *인트론없지만 고세균은 진핵생물처럼 인트론이 있다. 유전자에서 단백질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생체분자도 고세균과 진핵생물이 더 비슷하다.

● 생물진화의 비밀

자신의 가설이 점차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지켜보던 우스 교수는 1990년 역시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좀 더 다듬어진 새로운 분류체계를 제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원계 대신 영역(domain)이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우스의 3영역 분류 체계] 1977년 우스는 리보솜 RNA의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원핵생물을 둘로 쪼개 각각 독립된 영역으로 하고 진핵생물을 하나의 영역으로 묶은 새로운 분류 체계를 제안했다. - 과학동아 제공

우스 교수는 “분자 구조와 서열은 고전적인 표현형보다 진화 관계를 더 잘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분류군을 정의하는 기초가 개체에서 세포로, 세포에서 분자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생명과학 교재들은 대부분 이 논문이 제안한 용어와 분류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 고세균 발견은 생명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은 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진정세균과 진핵생물은 공통점이 너무 적어 둘을 연결하는 생명의 진화 가설을 세우기 어려웠다. 그런데 원핵생물이면서도 진핵생물의 특징이 더 많은 고세균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우스 교수는 “독특한 생명체인 고세균은 세포의 관점에서는 원핵생물이지만 사실상 진정세균보다는 진핵생물과 더 밀접히 관련돼 있다”며 “이들은 단순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고세균을 연구하면 진핵생물의 특징과 진화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 박사는 진핵세포가 원핵생물들의 공생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현재 진핵세포의 몸체에 해당하는 어떤 생명체가 박테리아를 잡아먹었는데 소화시키는 대신 세포안에서 함께 살며 오늘날 진핵세포로 진화했다는 시나리오다.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이때 포획된 박테리아의 후손이다.

 

[진핵세포의 공생 가설] 수십억 년 전 고세균에 포획된 진정세균이 소화되지 않고 공생하면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 드리아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진정세균의 유전자가 고세균으로 이동했다. 오늘날 진핵생물의 유전체가 이들의 모자이크인 이유다. - 과학동아 제공

 

마굴리스 교수는 공생 가설의 주인공으로 서모플라스마라는 고세균을 끌어들였다. 즉 고세균에 포획된 박테리아가 세포내 소기관이 됐다는 말이다. 이 가설은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고 고세균은 분류학자를 성가시게 하는 천덕꾸러기에서 생명진화의 핵심주역으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어떻게 온화한 환경과 산소를 좋아하는 진핵생물이 극단적인 환경을 좋아하고 산소를 싫어하는 고세균과 이처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최근 분자진화학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오고 있다. 단세포 진핵생물인 효모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진핵생물의 유전자는 진정세균과 고세균의 유전자가 모자이크된 상태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DNA유전정보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등 정보처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고세균과 비슷하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세포내 대사에 관련된 유전자는 진정세균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원래 산소가 없는 조건에 최적화된 고세균에서 유래한 대사 유전자는 공생체, 즉 초기 진핵생물이 산소가 있는 조건에 적응하면서 폐기되고 대신 진정세균의 해당 유전자가 초기 진핵생물의 유전체로 이동해 재조합됐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과감하게 적용해 분류학을 혁신시킨 한 과학자의 지적 모험이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도 중요한 기여를 한 셈이다.

* 인트론
한 유전자의 DNA서열 가운데 아미노산으로 번역되지 않는 부분. DNA에서 전사된 초기 mRNA는 인트론이 제거된 뒤 리보솜으로 이동해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된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생명과학’을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2008-201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논문에 발표된 생명과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