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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땅 속 6㎞ 아래 거대 마그마… 점점 가까워지는 ‘백두산 대폭발’

heojohn 2020. 8. 29. 23:14

입력2020.08.10. 오전 10:11

수정2020.08.10.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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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토끼도둑 작가

④ 日대지진, 백두산 분화의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 화산학과 지진학

2002∼2005년 사이에 지하 3㎞까지 올라와 산이 팽창하고 화산성 지진 빈발

北, 은밀히 세계적 전문가들에게 위험성 평가 맡겨 마그마 움직임 파악

946년엔 로마시대 폼페이 매몰시킨 베수비오 화산의 50배 규모 마그마 분출돼

日학자 “동일본 대지진과 연동 가능성… 2032년까지 백두산 폭발확률 99%”


백두산이 깨어나고 있다. 2002∼2005년 사이 산체가 팽창하고 화산성 지진이 빈발했던 것이다. 그때 한국의 한 연구자가 백두산이 2014∼2015년에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아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백두산은 서기 이래 지구 최대의 화산 폭발을 했던 화산이다. 백두산은 폼페이를 매몰한 베수비오 화산 대비, 50배 이상의 마그마를 분출했다.

불안을 느낀 것은 북한 지도부였던 것 같다. 북한은 중국의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백두산의 위험성을 평가할 화산 전문가의 입국을 은밀하게 타진했다. 그 NGO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의 책임 편집자 리처드 스톤에게 연락을 했다. 스톤이 가장 먼저 연락한 이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화산학자 클라이브 오펜하이머였다.

오펜하이머는 활화산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화산학자다. 남극의 활화산 에러버스 화산을 13년간 연구했던 이력이 있었다. 스톤이 오펜하이머에게 연락했던 것은, 오펜하이머가 남극 대륙처럼 격리되고 폐쇄된 극한 환경 속에서도 연구를 진행하는 능력과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극 대륙보다 더 폐쇄된 환경일지도 모른다. 백두산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지진 전문가가 필요했다. 오펜하이머는 런던대의 지진학자 제임스 해먼드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둘은 곧 미지의 화산 백두산에 가기로 의기투합했다. 둘이 북한에 간 것이 2011년이었다.

그들은 우선 백두산의 북한 쪽 사면에 지진계 관측망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백두산 지하 마그마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지진계의 반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때문으로, 이 장비들엔 군사 장비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지진계의 반입 금지가 풀리는 데 2년을 기다려야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백두산 산록에 지진계 6대를 설치했다. 해먼드는 이렇게 회고한다. “연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북한에 대한 포위망을 뚫고 지진계를 북한에 반입하는 것이었다.”

오펜하이머는 백두산 산록에서 화쇄류에 매몰된 나무 시료를 찾았다. 약 1000년 전 백두산 대폭발이 일어났을 때 뜨거운 화쇄류에 매몰돼 새까맣게 숯이 된 낙엽송이었다. 세계 어디서나 오래된 나무에는 ‘탄소14 스파이크’, 즉 탄소 동위 원소 농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나이테가 있다. 탄소14 스파이크는 초신성 폭발의 흔적이고 그것은 774년에 일어났다. 백두산의 나무 시료에도 탄소14 스파이크에 해당하는 나이테가 확인됐다. 외피에서 172번째 나이테였다. 이제 이 나무가 화쇄류에 휩쓸려 매몰된 연대, 즉 백두산이 대폭발한 연대는 탄소14 스파이크(774년)로부터 172번째 되는 해이다. 바로 946년이었다.

오펜하이머는 또 그린란드로 날아가 빙하의 시추 시료를 조사했다. 시추 시료의 946년과 947년의 빙하 코어에서 화산재의 화산 유리가 나왔다. 유문암질과 조면암질 화산 유리, 바로 백두산의 화산재였다. 백두산은 946년 분화를 시작해 947년까지 활동을 계속했던 것이다.

또 한 명의 공동 연구자 케일라 이아코비노는 백두산 화산 분출물의 결정 속에 갇혀 있던 당시 대기를 분석해 백두산이 방출한 황의 용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백두산은 45테라그램(Tg)의 황을 방출했다. 1테라그램은 1조 그램에 해당한다. 이것은 화산재가 태양 빛을 가려 ‘여름이 없는 해’를 초래했던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의 황 방출량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946년 백두산의 대폭발이 1815년 탐보라를 제치고 서기 이래 지구 최대의 화산 분화였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뒷받침된 것이다.

한편 해먼드는 지진파를 이용해 백두산 지하의 상태를 들여다보았다. 지하 6㎞에 액체 상태 마그마방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지하 3㎞까지 유문암질 마그마와 조면암질 마그마가 상승했었다는 것도 확인했다. 둘 다 지표로 얼굴을 내미는 순간 흐르지 않고 폭발하는 성질을 가진 마그마다. 2002∼2005년 산체가 팽창하고 화산성 지진의 횟수가 갑자기 증가했던 것은 지하 6㎞의 마그마가 3㎞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후지(富士) 산은 현재 지하 20㎞에 마그마방이 존재한다. 이 마그마가 얼마만큼 빨리 올라오느냐가 화산 폭발까지 남은 시간을 결정한다. 화산학자들은 후지 산조차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예상한다. 그런데 백두산은 불과 지하 6㎞에 마그마의 호수가 존재한다. 백두산은 후지 산보다 먼저 분화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이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의 화산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진은 바다 건너 멀리 백두산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 있다. 2032년까지 백두산이 분화할 확률이 99%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한 사람은 일본 화산학자 다니구치 히로미쓰(谷口宏充)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백두산은 946년 대폭발 이후 지금까지 6번 분화를 했는데, 모두 일본의 대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은 1373년, 1597년, 1702년, 1898년, 1903년, 1925년에 분화했는데(1413년, 1668년 설도 있다) 그 전후에 반드시 일본에서 규모 8 이상의 거대 지진이 발생했다. 백두산의 946년 거대 분화도 869년에 일본 동북 지방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규모 8.7 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열도에 거대 지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진원 지역은 일본 열도 태평양 연안에 길게 이어진 해구와 해곡이다. 북쪽에서부터 쿠릴 해구, 일본 해구, 사가미(相模) 해곡, 난카이(南海) 해곡, 류큐(琉球) 해구, 오키나와(沖繩) 해곡으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판들의 경계에서 규모 9 전후의 거대 지진이 매우 가까운 장래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특히 사가미 해곡은 일본 수도 도쿄의 바로 코앞에 높여 있고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의 진원이었다. 이 사가미 해곡은 ‘도쿄 직하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의 거대 지진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20세기 이후 세계에서 발생한 규모 9급의 대지진을 살펴보면, 대지진이 발생하면 예외 없이 화산의 분화로 이어졌다. 1952년 캄차카 반도에서 규모 9.3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직후 캄차카 반도의 칼핀스키 화산과 베지미아니 화산이 폭발적 분화를 했다. 1960년 칠레에서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인 9.5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직후 칠레의 코돈카우제 화산이 분화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규모 9.2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직후 탈랑, 무라피, 켈루트 이렇게 인도네시아의 3개 화산이 함께 분화했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예외 없이 화산 분화로 이어졌던 것이다.

백두산은 압력이 낮고 마그마가 모여들기 쉬운 숙명을 지닌 화산이다. 백두산에서는 소규모 분화는 100년에 한 번, 대규모 분화는 1000년에 한 번의 빈도로 일어났다. 현재 946년 대분화로부터 이미 1000년 이상이 경과했고, 백두산 지하에는 1000년 분의 마그마가 모여 있을 것이다.

2032년까지 백두산이 분화할 확률이 99%라는 다니구치의 예상이 맞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10년 남짓 안에 백두산의 분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백두산은 스탠바이 상태다. 일본의 거대 지진도 마찬가지다. 일본 열도의 대지진이 백두산 대폭발의 방아쇠를 당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발밑 지각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거의 모르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위대한 화산학자 조지 테일러는 화산학을 ‘신데렐라 사이언스’라고 했다. 그것은 커다란 재해의 잿더미 위를 걸으면서 진보하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신데렐라의 어원이 ‘재투성이’라지 않는가. 일본의 거대 지진과 얽혀 백두산이 깨어나면 엄청난 비극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최고의 화산학 실험실이 가동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은 희생 없이는 시대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

소원주 과학 저술가 ·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 저자

■ 용어설명

백두산 = 북한 양강도와 중국 지린(吉林) 성의 국경 지대에 있는 높이 2744m의 화산이다. 중국에서는 창바이산(長白山)이라 부른다. 정상에는 최대 지름 4.5㎞의 칼데라 호, 천지가 있다. 천지에는 약 20억t의 물이 저수돼 있어 실제 분화가 일어났을 경우 대규모 화산 홍수, 즉 라하르의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천지 주변에는 16개의 외륜산이 둘러싸고 있다. 946년 서기 이래 지구 최대의 화산 분화를 일으켰다. 그 후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이를 능가하는 화산 분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화산 폭발 지수는 7로서, 그때의 화산재는 편서풍을 타고 일본 북부 지방에 널리 퇴적됐다. 3개의 심부 단열대의 교점, 삼중점에 위치한다. 지각의 압력이 낮고 마그마가 모여들기 쉬운 구조다.

해구형 지진과 직하 지진 = 판과 판의 경계에는 가늘고 긴 해저 지형이 만들어진다. 깊이가 6000m 이상일 때 해구, 그 이하일 때 해곡이라 한다. 리히터 규모 8 이상의 거대 지진은 주로 이 해구나 해곡을 진원으로 발생하고 쓰나미를 동반한다. 이를 해구형 지진이라 한다. 이에 비해 직하 지진은 내륙의 활성 단층에서 발생하는, 진원이 얕은 지진을 말한다. 도시의 직하 지진은 사람이 주거하는 토지 바로 밑이 진원이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서는 규모 7의 직하 지진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특히 일본 수도 도쿄(東京)로 한정했을 때 도쿄 직하 지진 또는 수도 직하 지진이라고 부른다. 도쿄 직하 지진은 사가미(相模) 해곡을 진원으로 하는 해구형 지진과 연동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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