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유신론 이해

『신의 언어』읽기 (비판적 고찰)

heojohn 2020. 3. 17. 22:34

1. 『신의 언어』 읽기

 

생명의 기초인 세포를 가장 많이 연구한 과학자로 프란시스 콜린스를 능가할

사람은 없을 것이 다. 콜린스는 인간 게놈 연구 프로젝트를 완성한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인간 게놈 연구 프로젝트는 1990년에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DNA 
이중 나선 구조를 처음 밝혀내고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에 의하
여 시작되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왓슨이 인간 게놈의 연구 결과를 특
허로 등록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하여 돌연 프로젝트 책임자를 사퇴
했다. 그 바람에 콜린스가 그 책임을 맡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10
년이 걸려 2000년에 1차 초안을 발표했다. 콜린스는 이 프로젝트를 
끝내고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표현하고 있는 DNA를 “신의 언어로 쓴 
암호”라고 불렀다. 그는 『신의 언어』를 그의 책 이름에 붙이고 그 자신
이 겪은 체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콜린스는 먼저 대학생시절에는 불가지론자에서 무신론자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의사가 되어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신앙을 보고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동네 감리교 목사의 권고로 C. S.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 1898-1963)의 『순전한 기독교』를 읽은 그는 
신의 존재 가능성을 도덕법의 근거로 인정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
러나 과학은 그에게 신과 관련한 문제를 푸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했
다. 왜냐하면 과학의 영역은 자연을 탐구하는 것이나, 신은 자연계밖
에 존재할 것이므로.  생명체의 최초 발생을 논의하자면 생명체를 구성

하고 있는 최소 단위인 세포를 알아야 한다. 

 

생명체는 보통 여러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에는 단 한 개의 

세포만 가지고 살아가는 생물도 있다. 과학적 무신론은 자구 최초의 생명체가 

단세포 박테리아이고, 오늘날의 생물들은 그것에서 진화한 것들이라고 한다.

물은 다세포냐, 단세포냐에 관계없이 그 생명체의 독특한 생명 정
보를 가지고 있다. 생물의 생명 정보는 자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
는 점을 강조하여 일반적으로 유전자(gene)라고 한다. 유전자를 기록
하는 단어를 DNA(deoxyribonucleic acid)라고 한다. DNA는 4개의 염
기-A(아데닌), T(타이민), G(구아닌), C(사이토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DNA로 기록한 전체 유전자(유전 정보)의 집합을 게놈(genome)이라고 
한다. 염색체는 게놈을 담은 물질구조이다. 염색체는 생물의 세포에 
들어 있다. 사람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일한 유
전 정보가 이 모든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다. DNA는 2중 나선형의 
사다리 형태로 이어져 있다. 그러므로 어떤 생물의 게놈을 연구한다
는 것은 그 생물의 유전 정보 전체를 연구하는 것을 말하며, DNA를 
다룬다는 것은 부분적인 유전정보를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콜린스에게 과학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사건의 대
표적인 것은 빅뱅우주론이었다. 콜린스는 빅뱅이 과학적으로 입증
되었으며, 성경의 창조사건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에 동의한다.372 
이어서 콜린스는 스티븐 호킹이 『시간의 역사』에서 빅뱅에 관련하여 
“우주가 왜 꼭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어야 했는지, 우리 같은 인간을 
탄생시키려는 신의 의도적인 행위로밖에는 달리 그 이유를 설명하기
가 매우 어렵다”고 했던 말을 인용했다. 그러나 호킹은 이후에 출
판한 『위대한 설계』에서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을 내놓는다(이에 
대한 검토와 비판이 뒤에 서술되어 있다). 콜린스는 불교를 제외한 대부분
의 종교와 빅뱅우주론은 대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구
의 나이를 고작 6천년으로 해석하는 일부 문자주의적 그리스도교인
들에 대해서는 성 어거스틴의 말을 인용해서 경고하고 있다. “우리 시
야 저 너머에 있는 대단히 모호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성경의 내용 
가운데 신앙에 해가 되지 않으면서 문자와는 사뭇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구절을 발견한다. 이 경우, 무작정 달려들어 한 쪽으로 치우친 
견해를 강력히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이후 진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그 견해의 오류가 드러나면 우리도 함께 무너진다.”

  
문자주의적 그리스도교인들의 젊은 지구론에 대한 반증으로 콜린
스는 방사성 원소 3가지의 반감기를 이용하여 지구의 나이를 계산한 
자료를 제시했다. 어떤 암석에 포함된 우라늄이 납으로, 칼륨이 아르
곤으로, 스트론튬은 루비듐으로 바뀌는 시간을 측정하면, 그 결과는 
45억 5,000년에서 1%의 오차를 보일 뿐이다. 콜린스는 지구가 생
긴 후 약 6억 5천만년이 지났을 때부터 단세포 생물이 나타났다고 주
장한다.376 그러나 콜린스는 최초의 자기복제 유기체에 대해서는 “‘우
연히’ 만들어졌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분자구조”라고 주장한
다.377 그렇다면 “신이 개입해서 이 과정을 시작하지 않았겠는가?” 콜
린스는 이 질문을 던져 놓고 ‘빈틈을 메우는 신’의 개념으로 현재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왜냐하
면 “창조에도 수학적 원리와 질서”가 있는 것이며, 그 외에도 신의 존
재를 믿을 만한 근거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콜린스는 찰스 다윈
의 『종의 기원』을 소개하고, “오늘날 그 어떤 진지한 생물학자도 생명
의 경이로운 복잡성과 다양성을 설명하는 진화론을 의심치 않는다”
고 자신의 입장을 예고한다.

 

콜린스에 의하면, 그는 DNA의 구조를 연구하면서 ‘신의 설계도’인 “인간게놈은 

하나님이 생명을 창조할 때 사용한 DNA 언어로 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콜린스는 31억 개의 유전암호가 담긴 인간게놈 연구에서 두 가지 놀라운 점
을 발견했다. 첫째는 인간의 단백질 합성 유전자는 다른 하등생물과 
별 차이가 없이 2만 5,000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인간의 유
전자는 99.9%가 서로 일치함을 보이는 반면에 다른 종의 유전자는 인
간보다 10배 또는 50배까지 더 높은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콜린스는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발생적인 DNA 돌연변이에 의하여 
입증된다고 설명한다. 

 

게놈의 돌연변이는 EDA라고 하는 특별한 유전자에 의하여 발생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대개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지만, 

뜻밖에 선별적 이익을 종의 전체에 확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다. 그는 그런 예로 가시판이 민물에서 퇴화된 큰 가시고기를 비롯
하여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을 열거하고 있다. 콜린스에 의하면 
그는 게놈을 연구하여 인간과 다른 생물의 조상이 같다는 냉혹한 결
론에 도달했다. 공통조상을 가졌다는 것은 원시반복요소(ARE), 가
짜 유전자, FOXP2 등의 유전자 연구에서 발견되었으며 생명계통도
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에 의하면 사람과 오랑우탄, 침팬지는 물론 
생쥐까지 공통조상을 가졌다. 마침내 콜린스도 도브잔스키의 ‘생물학
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여 이제 진화
론이 생물학의 기초가 되었다고 선언한다

  
콜린스는 신의 언어로 생명의 정보를 기술한 신의 역할과 자연선
택설을 기초로 하는 진화론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콜린스는 
먼저 창세기 1장과 2장의 문자적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콜
린스는 또한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 박해사건을 들면서 피해를 입
은 쪽은 결국 잘못을 저지른 기독교였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과학과 종교의 분란에 대응하기 위해서 4개의 선택사
항을 제시한다. 


첫 번째 선택: 무신론과 불가지론으로, 과학이 신앙을 이겼을 때 
선택한다. 이 두 가지는 콜린스가 대학생 시절에 이미 선택했다가 버
린 것들이다. 그러나 유신론자가 된 콜린스는 리처드 도킨스 등의 진
화론적 무신론 주장들을 진실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두 번째 선택: 창조론으로, 신앙이 과학을 이겼을 때 선택한다. 콜
린스는 창세기의 6일 창조에서 하루를 24시간으로 주장하는 ‘젊은지
구창조론’을 비판한다. 콜린스에 의하면 과학적 증거의 압도적 위력
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신을 ‘위대한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무신론적 유물론의 주장에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
고 굳게 믿는 것은 당연”하지만, “근거 없는 토대로 이런 믿음을 떠받
치려 한다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세 번째 선택: 지적설계론으로, 과학에 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 선
택한다. 지적설계론은 미국에서 창조론을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것
이 금지되자 대안으로 등장했다. 지적 설계론은 진화론의 허점을 비
판한다. 그러나 지적설계론의 주장은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에 바탕을 
두는 것으로 과학적인 이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적설계론
이 신에게 인간세계에서 설 자리를 마련해줄 것 같지는 않다. 


네 번째 선택: 바이오로고스(BioLogos)로 과학과 신앙이 조화를 이
룰 때 선택한다. 콜린스에 의하면 바이오로고스는 그가 화학, 물리, 
의학, 의학유전학을 두루 거친 뒤 ‘유신진화론’을 선택하고, 그것에 
붙인 새로운 이름이다. 바이오 로고스에 의하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
이 공통조상에서 변이를 거쳐 서로 유연관계에 있다. 콜린스는 ‘미국
과학연맹’과 아사 그레이, 도브잔스키 등의 지지자를 소개하고, 이어
서 각 종교단체,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그와 같은 결해를 가
지고 있다고 주장한다.콜린스는 바이오로고스의 전제 사항을 6가지
로 제시한다.


1. 우주는 약 140억 년 전에 무에서 창조되었다. 
2. 확률적으로 대단히 희박해보이지만, 우주의 여러 특성은 생명
이 존재하기에 정확하게 조율되어 있다.
3.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하게 된 메커니즘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
만, 일단 탄생한 뒤로는 대단히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와 자연선택으
로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생겨났다.
4. 일단 진화가 시작되고부터는 특별히 초자연적으로 개입할 필요
가 없어졌다. 
5. 인간도 이 과정의 일부이며 유인원과 조상을 공유한다.
6. 그러나 진화론적 설명을 뛰어넘어 영적 본성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다. 도덕법(옳고 그름에 대한 지식)이 존재하고 역사를 
통틀어 모든 인간 사회에서 신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그 예가 된다. 
위에 전제된 6가지 사항을 읽어보면, 다윈의 『종의 기원』을 거의 
그대로 요약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콜린스는 종교인들에
게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과학을 서슴없이 공격하지 말라
고 권고한다. 동시에 독자들에게는 “모든 세계관 가운데 무신론이 제
일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시실”을 확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
으로는 신도 과학도 서로 위협받지 않지만, 신은 과학을 가능케 했다
고 지적한다.

 

2. 『신의 언어』에 대한 비판


이상과 같이 『신의 언어』에서 프란시스 콜린스가 바이오로고스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것의 본래 이름인 유신진지화론이 
엄청나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콜린스의 주장을 살펴보
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1) 신은 콜린스를 도덕법과 신앙으로 이끄는 존재이다. 그러나 콜
린스의 신은 자연밖에 있고, 아주 오래(약 140억년) 전에 무에서 우주를 
만들고, 45억 년 전에 만들어진 지구에서 최초로 생명체를 창조한 이
후에는 진화와 자연선택에 맡겨놓고 돌보지도 않았다. 이런 신에게 
콜린스가 도덕법으로 이끌리고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는 주장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2) 콜린스는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유인원과 생쥐까지 공통조상
을 가졌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고 한다. 그러
나 인간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면, 신이 인간에게, 인간
이 신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정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인간이 영적 
본성을 지향하는 속성을 가지게 된 것도 진화의 산물이라면, 신이 인
간의 망상의 산물이라는 도킨스의 무신론을 어떻게 반론할 수 있을
까?
(3) 콜린스에 의하면 바이오로고스는 자연계를 이해하면서 생기는 
“틈에 신을 밀어 넣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어서 “과학이 대답하지 
않는 문제에 대답할 때 신을 끌어들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말들
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아무래도 콜린스만 알고 있을 것 같다. 
(4) 콜린스의 주장이 다윈과 다른 점은 점진적인 진화가 아니라, 
EDA 유전자 등의 돌연변이에 의해 종의 진화가 일어난다는 주장뿐
이다. 콜린스에 의하면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대개 해로운 결과를 초
래하지만, 뜻밖에 선별적 이익을 종의 전체에 확산하는 경우도 있
다. 그렇다면 진화는 계속 진행되는 것이므로 선별적 이익이 종의 
전체에 확산되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함에도 구체적인 사
례를 제시하지 않았다.
(5) 가시고기의 가시가 민물에서 사라진 것은 환경에 적응한 결과
에 의하여 퇴화한 것이지, 진화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퇴화는 
본래의 환경으로 돌아가면 회복된다. 적응은 다양성의 발현이라는 
종 안에서의 소진화이다. 새로운 종이 되는 대진화는 ‘생식장벽’이
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콜린스는 생식장벽
을 극복하는 메커니즘을 제시하지 않고 ‘우연’한 돌연변이를 주장하
면서 대진화를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콜린스의 주장은 과학적이
지 않다.

 

현대 생물학에서 종을 분류하는 기준은 교배에 의해서 생식이 가
능한가에 달려있다. 다른 종으로 진화하려면 생식장벽을 뛰어넘어
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종의 다양성이 발현된 것뿐이다. 콜린스는 
『신의 언어』에서 그가 주장하는 진화의 메커니즘을 설득력 있게 설
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숭배하는 신은 오래 전에 우주 밖
에서 최초의 생물 몇 개 또는 한 개를 지구에 만들어놓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에서 진화한 후손들이다. 오늘날 거대한 물질
문명을 건설한 우리가 진화와 자연선택의 산물이라면, 콜린스처럼 
도덕법의 근원일 뿐인 신을 향해 달려가서 경배를 드려야 할 이유
를 찾지 못하겠다. 과학적 유신론은 다만 콜린스가 창조신의 존재
를 변증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