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오파린의 [생명의 기원] 읽기

『생명의 기원』읽기-5(제4장: 최초의 콜로이드 구조의 발생)

heojohn 2020. 4. 12. 22:52

오파린의 코아세르베이트 생성 가설(펌)

앞장에서 본 것처럼 현재의 생물을 구성하고 있는 유기물과 비슷한 복잡하고 다종다양한 유기물은 지구의 진화과정에 바닷속에서 만들어졌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생물과 유기물의 단순한 수용액 사이에는 말할 것도 없이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세균이나 아메바, 곰팡이, 기타 매우 간단한 생물체를 포함한 모든 동물이나 식물체의 기초는 원형질로 되어있습니다. 원형질이야말로 그대로 생명현상이 전개되고 있는 물질적인 본체입니다. 원형질은 겉으로 보아 회백색의 반유동의 끈끈한 덩어리이며, 그 성분은 바깥이 주로 단백질로 되어 있고, 게다가 많은 유기화합물이나 무기염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형질은 이들의 단순한 혼합물은 아닙니다. 원형질은 매우 복잡한 조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조직은 우선 첫째로 그 일정한 구조 형태 및 그것을 형성하는 입자의 공간적인 상호 배열에 나타나며, 둘째로는 원형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화학적인 과정의 일정한 조화, 연속성 및 조합의 합법칙성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현재 살아있는 물질은 개개의 생체-일정한 형태를 갖는 개개의 체계로써 대표됩니다. 물론 이와 유사한 것은, 앞장에서 역사적으로 연구했던 것처럼, 원시·바다의 물에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유기물의 용액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용액을 연구해보면, 그 물질의 입자는 용매(溶媒)의 모든 곳에 많든 적든 균등하게 분산되어 끊임없이 불규칙한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물질들은 첫째로 그 주위 용매와 밀접하게 결합하고 있고, 둘째로는 그 입자가 서로 합법칙적으로 배열하는 그러한 구조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일정한 구조를 갖고 있지 않고 주변의 용매에 완전히 녹아 있는 생체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기물에서 생물로 되는 과정에, 주위 용액으로부터 공간적으로 유리되어 내부에서 물질 입자가 어떤 배열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독특한 구조-체계의 생성이 일어났음에 틀림없습니다.

저분자의 유기화합물, 예를 들어 알콜이나 설탕은 물에 녹을 때에 매우 고도로 분해됩니다. 이들은 액 속에서 하나하나 분자가 되어 물질로 분포하며, 이 분자끼리는 거의 무관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성질은 근본적으로는 그 분자 자체의 구조, 즉 탄소, 수소, 산소, 기타 분자 내의 배열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런데 분자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이 간단한 유기화학의 법칙에서 더 나아가 콜로이드화학의 연구과제가 되는, 보다 복잡한 새로운 관계가 일어납니다. 저분자의 물질이 다소 분산되어 있는 용액은 완전히 안정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물질의 세분의 정도나 상호 분산의 균등성은 깨뜨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분자의 입자는 콜로이드 용액을 만들며, 그것은 불안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입자들은 다양한 영향하에서 서로 결합하여 한 덩어리가 되어 복합체를 만듭니다. 종종 이 입자의 집합체가 지나쳐 콜로이드상 물질이 용액으로부터 침전의 형태로 유리되어 소위 응고가 일어납니다.

또 그 밖의 경우에는, 침전의 형성에는 이르지 않지만 결국 용액 내 물질의 분산의 균등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녹아있는 유기물질이 공간의 어떤 한 점에 모여 덩어리를 만들며, 여기에서는 개개의 분자 또는 입자가 어떠한 양식으로 서로 결합하고, 이것에 의해서 단지 분자 내 원자의 배열뿐만 아니라, 이 분자들 자체의 상호 배열에 의해서 새로운 복잡한 관계가 생깁니다.

 

코아세르베이트와 그 발전

원시 단백질은 최초에는 용액 모양을 하고 있지만, 분자가 서로 모여 분자군을 만들고 마침내 물속을 헤엄치는 액적-코아세르베이트-의 모양으로 용액으로부터 석출되어, 현미경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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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세르베이트는 주위의 용액에서 여러 가지 유기물을 취해 크기와 무게가 증가합니다. 즉 생장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어떤 것의 생장은 빠르고 어떤 것은 더딥니다. 빨리 성장한 액적의 내부구조는 점점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몇백만년을 거쳐 코아세르베이트 용액의 구조는 변화하고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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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구조의 것은 사멸하고 완전한 것은 증식했습니다. 마침내 이것들로부터 원생동물이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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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자 유기물질 용액의 예를 들어 봅시다. 예를 들어 젤라틴의 수용액이나 아라비아고무의 수용액은 투명하고 균일합니다. 이 속에서 유기물질은 주위 용액과 완전히 달라붙어 있습니다. 이들 물질의 입자는 용매에 균등하게 분배되어 분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용액을 서로 혼합해 봅시다. 이번에는 이들 혼합액이 흐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현미경으로 보면, 앞에서는 완전히 똑같았던 용액에서 주위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멍울 즉 액적(液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그 밖의 고분자 물질을 혼합시켰을 때, 특히 다양한 단백질을 혼합시켰을 때에 간단하게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경우에는 이 분자들이 어떤 점에 모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분리된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 : 라틴어의 아셀브스-‘퇴적’-에서 온 말)라고 불립니다. 코아세르베이트의 액적과 주위의 액체를 화학적으로 분석하면 모든 콜로이드상 물질(우리들의 경우는 젤라틴과 아라비아고무)은 모두 코아세르베이트 액적 주위에 모이며, 그 주위의 용매에는 이 물질들의 분자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거의 순수하게 물만 있고, 코아세르베이트 액적 속에는 문제의 물질이 매우 농축된 형태로 존재하며, 물속에 녹아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사실에서 코아세르베이트의 특별한 성질, 즉 액체이며 물이 스며들어가고 있으면서도 결코 주위의 물과 섞이지 않는다는 것이 설명됩니다.

이것과 같은 성질이 원형질에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식물세포를 파괴해서 그 속의 원형질을 물속에 넣어두면 원형질은 액체이면서도 주위의 물과는 섞이지 않고 분명하게 두드러져 주위의 용액과는 구별되는 작은 구슬이 됩니다. 인공적인 코아세르베이트와 원형질은 단지 겉보기에만 유사한게 아닙니다. 최근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원형질은 실제로 코아세르베이트 상태에 있습니다. 물론 원형질의 구조는 인공적인 것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복잡합니다. 특히 원형질은 우리들의 예에서처럼 두가지만이 아니라 매우 많은 콜로이드상 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원형질의 물리화학적 성질, 예를 들면 공포(空胞)를 만드는 성질이나 습윤성(濕潤性)이나 투과성 등의 특성은 코아세르베이트 연구의 관점에 서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의 재미있는 특징은 이것이 액체이기 때문에 일정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양식하에서 공간적으로 서로 배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가지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에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극히 미미한 구조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입자의 배열을 야기하는 어떤 방향의 힘이 있을 때에만 존재합니다. 코아세르베이트 속에서 작용하는 수분 보유력, 또 정전기력의 극히 작은 변화에 의해서도 입자의 배열은 변합니다. 때로는 이 때에 코아세르베이트를 완전히 분자로까지 분해시켜 주위의 용매에 녹는 것도 있습니다. 역으로 그 밖의 경우에는 코아세르베이트는 견고해지고, 내부의 점성이 높아져 아교 같은 형태를 취하는 것도 있습니다. 코아세르베이트의 이상과 같은 변화는 외적 조건의 변화의 결과로 일어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코아세르베이트에서 물질 조직의 싹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조직은 매우 원시적이며 아주 불안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조직은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의 모든 성질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코아세르베이트에서 특히 분명한 특징은 주위용액 속에 있는 다양한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입니다. 특히 이 성질은 코아세르베이트 액적 주위의 액체에 여러 가지 색소를 넣어봄으로써 아주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색소가 주위용액으로부터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으로 얼마나 빨리 옮겨 가는지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현상이 코아세르베이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변화에 의해 복잡해지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액적에 흡착된 물질 입자가 코아세르베이트 본래의 물질과 서로 화학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은 커지고 주위 용액으로부터 흡착한 물질에 의해서 성장합니다. 이 경우 단지 액적의 부피나 무게만 늘어날 뿐 아니라. 그 화학 조성도 변화합니다. 그 결과 코아세르베이트 액적 속에 일정한 화학적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의 특성이나 속도는 어느 정도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의 물리화학적 구조에 달려있으며 따라서 코아세르베이트가 달라짐에 따라 그 특성이나 속도도 달라집니다.

코아세르베이트의 성질을 안 뒤에, 또 지구의 원시 수권(水圈)에서 만들어진 고분자 단백질과 유사한 화합물로 되돌아가 봅시다.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이들 화합물의 분자는 현재의 단백질 입자와 마찬가지로 그 표면에 다양한 화학적 기능을 갖는 사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원시 단백질이 생장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개 분자 사이에 새로운 상호관계가 생겼음에 틀림없습니다. 이 분자들 중 어느 것도 다른 것과 고립해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한 종류만이 아니라 크기나 성질이 다른 다양한 단백질분자를 포함한 분자의 덩어리·퇴적·입자의 전 복합체를 필연적으로, 법칙적으로 형성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또한 절대적인 필연성을 갖고 유기물질을 어떤 점에 모았음에 틀림없습니다.

또 늦든 빠르든 어딘가의 대양 한 모퉁이에서 다양한 단백질의 수용액으로부터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이 석출되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코아세르베이트 형성의 조건은 기본적인 간단한 것이기 때문에, 이 형성은 고분자 유기화합물의 용액을 둘 또는 몇 가지 혼합시키면 일어납니다. 즉 원시의 지구 수권에 다양한 어느 정도의 고분자 단백질과 비슷한 화합물이 생길 수만 있었다면 곧바로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코아세르베이트는 지구의 원시 바다처럼 유기물질의 농도가 상당히 낮더라도 상관없이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현재의 바닷물에는 생물이 죽어서 분해되어 생긴 유기물은 아주 조금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 물질들은 물에 살고 있는 세균의 주요한 먹이로서 분해되어 버립니다. 그렇지만 드물게 심해에서 세균의 눈에 띄지 않고 남아있는 유기물도 있습니다. 깊은 해저의 찰흙을 연구한 많은 자료를 보면, 이러한 조건에서 유기물이 아교상의 침전물을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고분자 유기화합물을 포함한 물에서 복합 코아세르베이트를 석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세균의 작용을 제거한 인공조건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다양한 콜로이드, 특히 단백질과 비슷한 원시 화합물이 서로 섞임으로써 지구의 물 속에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이 만들어졌음에 틀림없습니다. 이 코아세르베이트의 형성은 원시 유가화합물의 진화에, 또 생명의 기원에 있어서 극히 중요한 단계였습니다. 이 때까지 유기물은 그 주위의 용매와 불가분하게 결부되어 용매의 모든 부분에 걸쳐 고루 분산되어 있습니다. 코아세르베이트 형성시에 유기물질의 분자는 어떤 점에 모이고, 주위의 용매로부터 다소 분명한 경계가 지워졌습니다.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의 어떤 것이 주위의 외계에 대해서 분명한 개성을 갖고 대립했습니다. 이러한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의 석출에 의해서 비로소 생체와 외계의 변증법적 통일이 이루어졌고, 이것이야말로 지구상의 생명의 배치와 발전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코아세르베이트의 형성과 함께 유기물질도 일정한 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앞서의 용액 속에서는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던 입자의 집합이었던 것이 코아세르베이트 액적 속에서는 이 입자들이 서로 일정한 배열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여기에 초보적이지만 조성의 싹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에 의해서 간단한 유기적 관계의 새로운 콜로이드화학적인 법칙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형질과 이들 코아세르베이트의 물리화학적 성질 사이에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에 의거해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히 원형질의 구성 성분의 복잡함이나 구조의 미세함만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코아세르베이트건, 지구의 원시대양의 유기질 용액에서 석출한 자연의 코아세르베이트건 예외 없이 모든 생물 원형질의 특징인 구조의 합목적성’ - 주어진 존재 조건하에 일정한 생명 기능을 갖기 위한 내부조직의 적응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외계의 조건에 대한 적응은 단순한 물리적, 화학적인 법칙의 결과가 아니며, 또 특히 콜로이드 화학의 관계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시생물의 기원에 직면해서는 물질 발전의 과정에 새로운 법칙, 이미 생물학적 성격을 갖는 법칙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