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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이 병을 만든다

heojohn 2024. 7. 1. 00:18

[의학사로 보는 세상] 

2024.06.30 08: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피마 인디언의 사례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년에서 사진을 찍으면 가장 잘 나오는 위치인 피마포인트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인디언 부족 피마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피닉스대 연구팀은 1979년에 피마 인디언의 당뇨병 유병률이 다른 어떤 인구 집단보다 높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와 비교하면 19배나 높을 정도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은 조상들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베링해를 거쳐 넘어왔다. 춥고 음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목적지도 확실치 않은 채 베링해를 넘어오는 것은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음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할 기회가 생기면 저장해 놓아야만 가혹한 환경 조건을 이겨낼 수 있었으므로 저장 능력을 키운 이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피닉스대 연구팀은 피마 인디언들이 비만, 인슐린 저항성, 인슐린 분비 기능 장애, 내인성 포도당 생성 속도 증가와 같은 당뇨병의 임상적 특징 대부분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1940년대까지 산악 지역에 살며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한 피마 인디언들에게는 비만과 당뇨병이 매우 드물었다. 1960년대에 당뇨병과 비만의 유병률을 조사하던 의학자들은 피마 인디언들의 생활습관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피마 인디언은 700~1000년 전에 애리조나와 멕시코의 인디언으로 나뉘었다. 1980년대 이후 멕시코의 피마 인디언을 조사한 결과 당뇨병 유병률이 아주 낮았다. 같은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지만 당뇨병 유병률에 차이가 있는 것은 두 부족의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었다. 


아리조나 피마 인디언들이 패스트푸드를 섭취하고 일상에서 운동이 줄어도는 등 서구식 생활 습관으로 바뀌어간 것과 달리 멕시코 피마 인디언들은 멀리 떨어진 농장까지 오랫동안 걸어가고 매일 여러 시간 일하는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추적조사를 해 오던 연구팀은 멕시코 피마 인디언의 생활 방식이 애리조나에서와 유사해지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피마 인디언의 비만과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두 집단이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생활습관의 차이가 비만과 당뇨병 발병에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피마 인디언들에게 질병 양상에 차이가 있는 것은 생활습관이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파머 인디언의 터전. 위키미디어 제공

● 생활습관의학(라이프스타일 의학)의 대두


유사 이래 20세기 전반까지 인류는 식량부족에 직면해 있었다. 옛말에 보릿고개란 봄철에 보리가 익을 때까지 벼에 의존하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을 가리킨다. 이렇게 매년 식량부족에 마주치다 보니 인류는 영양소를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 와야만 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패스트푸드가 일반화하는 것과 함께 음식이 충분히 공급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식량 공급은 점점 더 풍부해졌고 선진국에서는 몸에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야생동물을 따라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대신 자가용을 사용하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운동은 감소되었다. 에너지원을 얻기 위한 인체의 저장 능력이 새로운 생활습관병을 유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미생물 감염에 의한 급성질환이 줄어들면서 만성질환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만성질환의 특징은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생활습관의학"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한국어로 생활습관의학이라 번역하는 영어 라이프스타일 의학(lifestyle medicine)이라는 용어는 1989년에 처음 사용되었다. 이 분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리페(James M. Rippe)는 생활습관의학이 만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고, 이미 질병이 존재하는 경우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생활방식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모아 의사가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증진을 추구하는 것이라 했다.


미국 생활습관의학회(American College of Lifestyle Medicine)는 생활습관의학이 질병의 치료 및 관리를 위해 생활습관(식이요법-영양, 운동, 스트레스 관리, 금연 등)을 이용하여 중재를 하는 학문이라 정의한다. 생활습관의학을 강조하는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생활습관이 질병의 치료와 재활, 예방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습관의학의 중요성


약 2400년 전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건강을 유지하려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않고 수고를 너무 적게 피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과 그리스 철학자들이 '중용'과 '적당히'를 강조한 것은 개인의 건강 유지에도 중요하다.


현대에 생활습관병이 증가하는 것은 사용량보다 과도한 에너지 공급과 관련이 있다. 자동화로 인한 신체활동 제한, 자동차 출퇴근, 사무업무 일반화 등 실내 활동 증가와 칼로리 높은 음식섭취 증가가 원인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해 생활습관병이 증가하는 것이다.


폐암이 흡연에 의해 발생한다는 논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흡연이 여러 종류의 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운동, 흡연, 식이요법, 음주, 심리상태 등 생활습관이 질병과 관련이 있음이 알려진 지금 일상생활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스포츠선수를 위한 스포츠의학보다 일반인을 위한 운동의학이 더 중요해졌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섭취해야 몸에 좋은지에 대한 관심이 커켰고 애연가가 흡연을 즐기기에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돈을 들여 운동을 하기 위한 피트니스 센터가 늘어나고 더 많은 신체 활동이 필요함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들은 생활습관을 질병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한 가지 요소라는 수준에서 벗어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판단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그러나 만성질환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과 함께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환자의 자기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임상의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 각자가 파트너로 참여하여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생활습관의학의 핵심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 담배를 피우지 마십시오. 
(2) 지방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마십시오 (또는 음식 섭취를 줄이십시오). 
(3)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십시오 (또는 마시지 마십시오).
(4) (불안이나 우울 방지를 위해) 스트레스를 줄이십시오.
(5) (어떤 종류든) 약물 복용을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십시오. 
(6)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하고 특히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하십시오. 
(7) 충분히 잘 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십시오. 
(8)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보습제를 사용하십시오.
등과 같이 일상적인 생활습관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아주 많이 있다. 이를 한번에 개선하기 어려우니 지금부터 하나씩이라도 당장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생활습관의학의 발전과 미래


1989년에 생활습관의학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후 지금은 흔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의학에서 생활 방식의 중요성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과 호주에서 먼저 발전하기 시작한 생활습관의학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 별도 학회가 구성될 정도로 발전했다. 매스컴을 통해 생활습관과 건강에 대한 기사를 접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이는 생활습관의학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현재 만성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영양, 흡연, 음주, 스트레스, 신체 활동 부족과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이 이러한 질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흔히 생활습관병이라 하면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비만, 제2형 당뇨병, 일부 암 등을 포함하며 주로 대사성 질환을 가리켜 생활습관병이라 하기도 한다.


생활습관의학은 생활습관병의 예방, 치료, 재활을 돕고 공중보건을 개선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생활 방식은 진료소 밖에서 실천되므로 생활 방식 중재는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생활습관의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상의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상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개입해야 한다. 


생활습관의학이 주요 이슈로 대두되면서 약물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의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정 복용량으로 약물을 처방하지만 생활방식을 고려하여 맞춤형 감량액을 고려해야 한다. 생활습관 조절을 통해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생활습관의학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생활방식을 바꾸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서 보건 교육자의 후속 조치와 의사의 체계적인 상담이 표준 치료만 받은 대조군에 비해 주간 걷기 운동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다른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11%만이 지시된 식이요법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방식 변화에 대한 이러한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임상의는 환자를 격려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생활습관 조절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과 지식 함양의 필요성과 더불어 생활습관 의학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인의 웰니스를 위해 중요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바꾸고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 치료, 재활의 기초라 할 수 있다. 환자와 일반 국민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식을 갖춘 의사가 의료진과 함께 자신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생활습관의학 확산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정책과 지역사회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활방식도 바뀌었다. 이러한 생활습관의 변화는 질병 패턴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늘날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은 물론 미래의 의사들까지 생활방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의사의 중요한 역할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생활습관을 중심으로 질병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학에서는 생활습관의학은 미래의학의 중요한 분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참고문헌
Yeh BI, Kong ID. The Advent of Lifestyle Medicine. J Lifestyle Med 2013;3(1):1-8
Hanson RL, Elston RC, Pettitt DJ, Bennett PH, Knowler WC. Segregation analysis of non-insulin-dependent diabetes mellitus in Pima Indians: evidence for a major-gene effect. Am J Hum Genet 1995;57:160-70.
Schulz LO, Bennett PH, Ravussin E, Kidd JR, Kidd KK, Esparza J, Valencia ME. Effects of traditional and western environments on prevalence of type 2 diabetes in Pima Indians in Mexico and the U.S. Diabetes Care 2006;29:1866-71. 
James M. Rippe 편집. Lifestyle Medicine (3rd Ed). CRC Press. 2019

 

예병일 연세대원주의대 교수

※필자소개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강연과 집필을 통해 의학과 과학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학문이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학문임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감염병과 백신』,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의학사 노트』, 『전염병 치료제를 내가 만든다면』, 『내가 유전자를 고를 수 있다면』,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내 몸을 찾아 떠나는 의학사 여행』,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의학편』, 『줄기세포로 나를 다시 만든다고?』, 『지못미 의예과』 등이 있다.